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롬복 Lombok - 부모님과] 1/3. 에까스 Ekas 1박 후 꾸따 Kuta 로

명랑쾌활 2018. 4. 9. 11:04

한국에서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무난한 발리로 모실까 했는데, 거긴 가봤으니 롬복에 가고 싶다고 하시네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제대로 이국적인 풍경에 부모님도 만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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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표시한 곳들이 내가 가본 곳 중에서 롬복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는 곳들이다.


이외에, 꾸따에서 서쪽 마운 해변 Pantai Mawun 으로 이어지는 고갯길 중 한 포인트를 꼽는데, 이 곳은 지금 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라 출입이 어렵다. (http://choon666.tistory.com/545)


2015년도 당시 사진.

이 때는 이곳을 올라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구글맵 캡쳐

지금은 이렇게 다 파헤쳐저 있다.



일정은 도착 당일 딴중 링깃 찍고, 에까스 지역에서 1박 후, 꾸따 찍고 승기기로 넘어가는 여정으로 잡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롬복 현지여행사 중에서 교통편과 기사를 대절하려고 했는데, 다들 양아치들이다.

웹사이트에는 차종에 따라 1일 렌트 40만~50만 루피아 (기사 포함) 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가격을 더 붙인다.

심지어, 에까스 Ekas 지역은 강도가 출몰하는 위험한 곳이라는 핑계를 대는 여행사도 있었다. (과장이 너무 심한 개소리임.)

어떤 에이전트는 "자기네 사무실이 마따람 Mataram 에 있기 때문에 딴중 링깃까지는 너무 멀어서 10만 루피아를 더 받아야 한다."는 개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 마따람은 롬복의 주도고, 대부분의 차량 렌트 사무실이 마따람에 있다.

1일 렌트는 시간이 중요하지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한 마디로, 전화 문의한 사람을 롬복 제대로 알지 못하는 뜨내기 취급하면서 등치려는 수작을 부린 셈이다.

한국과 달리 인니는 그럴듯한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 업체라 해도 그게 반드시 신뢰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팜플렛 정도의 용도로만 쓰이고, 실제 예약 및 상담은 전화나 메신저로 진행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니의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고객 평가나 불만접수 게시판이 없다. (심지어 피자헛 같은 글로벌 기업의 인니 법인도 그딴 거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니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그럴듯한 업체 소개 웹사이트에 속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사기꾼이라는 게 아니라,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라고 해도 마음 푹 놓고 믿지 말라는 뜻이다.


원래 알던 기사인 디까 Dika 에게 전화로 예약했다. (http://choon666.tistory.com/615)

이 친구도 은근슬쩍 돈을 밝히는 면이 있어서 다른 기사를 찾아 볼까 했는데, 결국 아는 사람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래도 재작년에 얘기했던 1일 투어 가격 60만 루피아 (08~21시. 기름값, 기사밥값 전부 포함) 는 그대로라니 나쁘진 않다.


공항 도착 후 디까를 만나 바로 딴중 링깃 Tanjung Ringgit으로 출발했다.

전화로는 아무 소리 안하던 놈이 정작 딴중 링깃 가자니까 길이 안좋다느니 배로 가는 편이 빠르다느니 헛소리를 해댄다.

하긴, 길이 안좋기는 하다. (http://choon666.tistory.com/618)


길이 워낙 안좋다보니, 스피드 보트로 핑크 해변 Pantai Pink 를 왕복하는 투어 상품이 더 일반적이긴 하다.

운전사 디까가 꼬시는, 그 투어 상품이다.

자기는 좋은 길로 수산시장 항구까지만 데려다 놓으면 되니까.

문제는 항구에 도착하면 오후 3시가 넘을텐데, 그 때 배를 빌려서 핑크 해변 찍고 딴중 링깃까지 갔다 오면 6시가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배 빌리는 돈도 생짜로 또 나갈테고, 배가 딴중 링깃을 갈지 안갈지도 모른다.

* 핑크 해변으로 가는 스피드 보트가 출항하는 수산시장 겸 항구는 빠사르 이깐 딴중 루아르 Pasar Ikan Tanjung Luar 라고 하는데, 한국 TV의 여행 프로그램에 종종 나왔던 상어잡이 마을 수산시장이 바로 이 곳이다.


디까에게 그냥 잔말 말고 차로 딴중 링깃까지 가자고 했다.

디까는 길이 너무 안좋아서 차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 20만 루피아를 추가로 달랜다.

니가 달라고 안했어도 원래 10만 루피아 정도는 팁으로 주려고 했으니, 20만 루피아짜리 개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가자고 했다.

딴중 링깃까지 가는 길은 2016년도에도 상태가 안좋았었는데, 그동안 계속 방치되어 있었는지 더욱 안좋아졌다.


2016년도에 갔었을 때 찍었던 사진으로 대체함.

부모님 모시고 가이드 모드라서 미처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ㅋ


오후 4시 반쯤, 딴중 링깃 관광을 마치고 부랴부랴 숙소인 에까스 브릭스로 출발했다.

구글에는 1시간 거리라고 나오지만, 구글이 인니 도로사정을 과소평가한다.

고작 22km 거리에 막히는 곳도 없지만, 도로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1시간 반은 걸린다.


동글동글한 언덕이 이어지는 풍광은 롬복 남부의 특징이다.
에까스 지역은 척박해서 농사 지을 만한 토지가 별로 없다.
우기가 되면 대부분 옥수수 농사를 짓는데, 언덕에도 빼곡하게 옥수수를 심는다.
어쩐지 건기 때 왔을 때, 언덕들이 다 민둥산이어서 땅이 심하게 척박한 건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옥수수를 심고 수확하느라 나무나 풀이 자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확한 옥수수를 말려서 씨만 털어서 판다.

예전에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씨발라 냈는데, 요즘에는 저렇게 기계가 지역을 순회하면서 얼마간 공임을 받고 털어준다고 한다.

옥수수 1kg에 7백 루피아, 한국돈으로 60원 정도고, 대부분 가축 사료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6만원어치 사면 승용차에 싣고 가지도 못한다.


사리까야 Sarikaya 라는 과일

영어로는 Custard Apple이라고 하는데, 뭘 보고 애플이라는지 모르겠다.

파인애플도 그렇고, 하여간 영국넘들 작명센스하고는... ㅉㅉ

인니에서는 롬복 남동부 지역의 사리까야가 가장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잘 익은 사리까야는 손으로 잡고 슬쩍 힘만 줘도 쪼개진다.

손에 들고 있다가 놓쳐서 탁자에 툭 떨어진 정도로도 금이 가고 찌그러질 정도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 맛있는 과일이 먼 외지로 운송할 수가 없다.

맛은 풍부한 크림 느낌의 고급진 단맛이다.

두리안 비슷한 풍미인데, 두리안의 안좋은 냄새 같은 건 전혀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그냥 청국장은 두리안, 냄새 안나는 청국장은 사리까야라고 비유하면 얼추 비슷할까 싶다.

아무리 그래도 진하고 풍부한 크림 풍미는 두리안이 왕이다.

어쨌든 강추!

운전기사가 롬복어로 흥정을 도와준 덕분에 비닐 봉다리 가득 담아서 1만5천 루피아였다. (대략 20개 정도?)

아마도 관광객이 사면 3만 루피아 정도 할 거라고 본다.


숙소인 에까스 브릭스 Ekas Breaks 관련해서는 사진이 없다.

관련 정보가 궁금한 분은 http://choon666.tistory.com/615 참조하시길.


예전 매니저 헤루 Heru (에까스 브릭스 처음 갔을 때 사진)


매니저가 바뀌었는데, 예전 매니저 헤루는 꾸따 지역에서 해양 레저 스포츠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자 마자 연락이 와서 대화를 좀 했는데, 뭐랄까... 그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나 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끈질기게 투어를 권하질 않나... 예약 등록에 필요하다며 신용카드 CVC 코드를 알려달라고 하질 않나...

(아고다를 통해서 예약 완료했으면 그걸로 끝이다. 숙박업소가 예약한 투숙 예정자에게 '따로 연락'해서 정보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제 딴에 친하니까 자기들 편의을 위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친한 거랑 일은 다르다.

자주 가는 식당이라 사장과 친한 것과 그 사장이 실수로 2중 예약을 받았다며, 미안하지만 자리 옮겨 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당신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별개다.

물론 단골이라고 서비스 달라는 손님도 잘못하기는 마찬가지고.

친하니까 내 손해를 감수할 수는 있지만, 친하다고 해서 상대에게 손해를 감수해달라고 하는 건 엄연히 실례다.

상대가 수락하는 것과는 별개로.


에까스에서 꾸따 가는 길은 보통 지도 상에 1시간 40분이라고 표시된 경로로 간다.

가장 멀지만 도로가 넓고 상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우리 돈 밝히는 투어 운전기사 디까가 기름값 아끼겠다고 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로 갔는데, 덕분에 좋은 경치 감상했다.

오토바이로 한 번 달려볼만 한 코스다.


물소떼가 도로를 점령하는 진귀한 광경도 본다.

평상시에는 수시로 빵빵 거리며 달리는 운전기사지만, 이런 경우에는 조용히 길이 나기만 기다리며 졸졸 따라간다.

소는 척박한 롬복 남부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소가 최우선이다.

괜히 성질 부렸다가는 가뜩이나 드세기로 유명한 남부 주민들과 시비가 붙어 치도곤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이전에 물소들이 빡돌아서 덤벼들기라도 하면 이미 상황 끝이다.


소치기 할아버지는 소들을 갓길 쪽으로 쫓거나 하는 행동을 일체 하지 않았다.

우리더러 도로 옆 갓길로 지나가라고 손짓을 한다. ㅋㅋ


갓길이 넓으니 망정이지, 이런 길에서 마주쳤으면 꼼짝 없었을 거다.


새우양식을 하는 마을이다.


롬복이나 발리에서 시푸드랍시고 먹는 새우 중 일부는 사실 이런 곳의 양식 새우다.

발리섬 왔으니 시푸드 좀 먹어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발리 인근 바다는 해산물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지에서 수입해서 들여온다고 한다.

발리 어부들도 대부분 롬복 인근까지 와서 고기를 잡는다고 하고.

특히, 가격 저렴한 바닷가재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 냉동물이라고 한다.


저 멀리 뜰룩 아왕 항구 Pelabuhan Teluk Awang 이 보인다.

1년 전에 가봤을 때만 해도 서양인 서퍼들이나 찾는 외진 곳이었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외지인에게 적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괜찮은 숙박업소도 몇 군데 더 생기고, 그새 꽤 그럴듯해졌다. (http://choon666.tistory.com/544)


굽이굽이 산길이지만 도로 상태는 양호했다.


꾸따 동쪽 방면에 예전에는 없었던 아스팔트 도로가 생겼다.


동그라미 친 지역에 자동차 경주장이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F-1 경주장은 아닐 거다.

인니 기술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공사를 아무 비리 없이 깔끔하게 끝마무리 할 인력과 업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 공무원과 행정 지원 미비도 문제라 해외 업체가 공사하기도 어려울 거다.


꾸따 해변과 노보텔 사이의 길에도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깔렸다.

여기 노보텔 총지배인이 한국인 (한국인이 5성급 호텔 총지배인이 된 경우로 아시아 최초라나 어쨌다나) 이라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잘되든 말든 나랑 아무 상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잘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