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공정함을 가장한 무심함

명랑쾌활 2018. 7. 10. 09:56



"한쪽 말만 듣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옳은 태도다.

하지만, 한쪽 말이 전적으로 진실일 경우는 어떨까?

심지어 명백한 물증까지 있다는데 더 이상 어떻게 진실성을 입증하나?

"넌 아직 하지 않은 얘기가 있을 거야. 너한테 불리한 얘기는 하지 않았겠지."

보통은 그렇다.

하지만, 정말 다 얘기했다면 어떨까?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할 수도 없지 않나?


공정함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좋은 태도다.

하지만 자칫, 공정함을 가장한 회피가 될 수도 있다.

한쪽 말만 듣고 속단하지 않겠다면, 다른 쪽 말을 들어보면 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는 뜻이다.

자신이 받아 들이기 싫은 결론을 받아들이기 싫으니, 자신이 내리고 싶어하는 결론에 필요한 무언가가 '아마도 있을 거라고' 고집한다.

아무리 없다고 해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고집을 공정함이라는 명분으로 덮는다.

이럴 때의 공정함은 진정한 의미의 공정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리가 없다'는 자기 중심의 단정일 뿐이다.


사려 깊지 못한 공정함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직접 당하고 나자, 새삼 내 공정함을 가장한 태도에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제딴에는 공정한 척, 현명한 척 나댔지만, 결국 남의 일이라 무심했던 거였다.

사람은 역시 본인도 똑같이 당해봐야 비로소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