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4. 사장이 별 거 아니라 여기는 걸 탐내라

명랑쾌활 2017. 11. 28. 14:35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연재를 끝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붙이게 되네요.

앞으로도 꼭지 잡히는 게 있으면 또 써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걸 해줄 거야."


허황된 기대다.

직원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해줄 것인가는 직원의 노력이나 성과와는 전혀 상관 없다.

전적으로 사장에게 달렸다

사장이 그럴 생각이 없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별 거 아닌 것도 안해준다.


정규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장이 마음에 들어하는 직원은, 정규직을 바라지 않는 직원이다.

혹여 그런 사장이 마음이 바뀐다면 그건 직원의 노력과는 상관 없다.

노동청의 권고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의 충고를 듣고 감동해서 마음을 고쳐 먹으면 먹었지, 자기 회사 직원의 피를 쏟는 노력 따위는 눈꼽만큼도 상관 없다.

사장 자신이 해주기 싫은 것을 원하며 열심히 하는 직원은 오히려 미움 받을 확률이 크다.

사장이 마음을 바꿔 직원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평소 정규직 된다는 생각을 아예 안한 직원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다.

평소 정규직을 원한다고 어필했던 직원은 오히려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더 높다.

인간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상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좋아하는 개껌을 줄 수도 있고, 자식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 나부랭이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


사장에게 뭘 바라지 말아야 한다.

주는 것만 감사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당한 탐욕도 보여야 한다.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다루기 불편하다.

탐욕스런 사람은 탐욕이 없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자기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자기가 모르는 어떤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탐을 내며 꼬리를 흔들어야 사장이 좋아한다.

가령, 기분 좋을 때 개한테 먹을 거 주듯 툭툭 던져주는 용돈 (보너스 아님) 이나, 사장이 새 걸로 바꾸고 난 옛날 휴대폰 등이 그렇다.

사장에겐 별 것도 아닌데, 탐난다고 헥헥 거리고 받으면 좋아서 꼬리치면 사장이 보기에 얼마나 흡족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