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회사 관리 팁] 03. 회사 뒷배경 관리

명랑쾌활 2017. 11. 16. 11:37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관리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그렇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관리자의 자세입니다.

그런 관리자 시각에서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 내용들 위주의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전제 여섯 가지를 굳이 분명하게 강조하고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1. 전적으로 한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며, 한국과의 비교를 전제로 합니다.

2. 비교는 우열을 가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할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3. 모든 현지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4.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5.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개진할 뿐이며,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권위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6. 어떠한 반박이든 환영합니다.

읽으시는 분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회사가 강도를 당했다.

군 관할 경찰서의 수사관이 출동하여 지문체취 등을 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그로부터 2주 후, 경찰서에서 왔다면서 경찰 한 명이 찾아왔다.

강도떼 중 6명을 잡았다며 유치장에 갖혀있는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여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슬쩍 떠봤는데, 회사 강도 사건 관련 담당자가 아니었다.

그 소식을 가져온 건 방문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다.

실제 목적은 회사에 대한 보호비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예전 근무지가 회사가 소재한 읍 관할 파출소였고, 지금도 회사에서 집이 가깝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 관할 경찰들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회사에 뭔 일 있으면 바로 올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피력하는 거다.

자기와 보호 계약을 맺었을 때의 장점을 설명하는 폼이 영락없이 세일즈맨이다.

어수룩한 면이 있어서 좀 더 떠본 결과, 이 지역 읍 관할 파출소에 근무했던 건 최소 12년 전 일이고, 집도 회사까지 오토바이로 30분 거리로 가깝다고 하기 어려웠다.

한 마디로 영양가가 전혀 없는 경찰이었다.


인니에서 사업체를 내려면 뒷배경을 봐줄 유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빌딩 내 오피스나 공단 지역 내 업체, 그 지역 토박이, 그리고 유력자가 본인이라면 없어도 된다.)

만약 뒷배경이 없다면, 뒷배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놈저놈 동네 양아치까지 다 깔짝 거리거나, 뒷배경이 돼주겠다면서 이놈저놈 별 힘도 없는 통반장까지 와서 깝짝 거린다.

뒷배경은 하나의 사업분야로 정착되어, 그만한 힘이 없는 사람이 뒷배경을 두지 않겠다는 건 규칙 위반으로 간주된다.

뒷배경 유력자는 경찰이나 군인 같은 공권력이나 촌장이나 읍장 같은 행정 권력, 울라마 같은 종교 권력, 또는 깡패 두목 같은 불법적 무력, 보통 이 넷 중 하나로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지역은 계급 높은 경찰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 경찰이 가장 셀 수도 있고, 어떤 지역은 파출소나 관공서와 뚝 떨어져 있어서 깡패 두목의 주먹이 법보다 가까울 수도 있다.

그 지역에서 가장 센 놈이 누군지를 잘못 알았다가는 여러 군데에서 뜯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촌장이 제일 센 줄 알고 매달 보호비를 주기로 했는데, 몇 달 있다가 깡패 두목이 와서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촌장에게 얘기했지만 소용없다. 깡패 두목이 더 세다.

그렇다고 촌장에게 줄 돈 깡패 두목에게 준다면, 촌장이 이미 주기로 약속한 돈 안준다며 앙심을 품고 갖은 방해를 한다.

깡패 두목에게 얘기해봐야 그건 이미 촌장하고 한 약속이니 딱히 자기가 나서기 곤란하다고 한다.

둘은 서로 경원하기는 해도 적은 아니다. 외지인을 대상으로는 한다면 같은 지역 사람들이다.

둘이 같이 뜯어 먹으면 윈윈이다.

그래서 결국 양쪽 모두에게 보호비를 내게 된다.

만약 깡패 두목과 보호비 약속을 먼저 했다면 촌장에게 뜯길 일은 없다.

보통은 촌장이 이미 알고 (인니는 비밀이 없다, 시골마을은 특히 더.) 보호비 뜯을 수작을 하지 않을 거고, 혹시 찔러 보더라도 깡패 두목에게 얘기하면 알아서 정리해준다.

이미 약속된 거 밥그릇 깨지는 않지만, 약속 전이라면 보호비를 받았으니 그 값을 한다.

부조리하겠지만, 어쨌든 이 바닥에도 규칙과 상도덕이 있다. ㅋㅋ


딱히 한 놈이 특출나게 세지 않고 고만고만한 지역이라면 애매하다.

경매를 걸거나 싸움을 붙여 이기는 놈 주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경우, 보통은 그 마을에 사는 놈이 제일 세고, 그것도 비슷하면 경찰이 가장 세다고 보면 거의 맞다.

아무리 인니가 나랏법보다 지역 관습법이 우선이라지만, 치안은 경찰의 업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불법적인 위협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는 게 경찰의 일이니, 경찰에게 보호비를 상납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불법적인 위협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불법적으로 위협한다면, 다른 쪽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측면도 있어서 더욱 그렇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경찰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에 나온 경찰처럼 영양가 전혀 없는 경찰도 많다.

영양가 있는 뒷배경 경찰 선별 기준을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뒷배경이 다른 경우에도 참고할 만 하다.)

첫째로, 가까워야 한다. 멀면 아무 소용없다.

근무하는 관청과 집,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업체로부터 20분 이내 거리에는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로, 경찰서보다는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이 낫다. (경찰서가 더 가깝다면 물론 경찰서가 낫다.)

인니 공무원 체계는 한국과 좀 달라서, 군수가 이장 맘대로 못하고 경찰서 소속이라고 파출소 순경 함부로 못한다.

경찰서가 상급기관이라지만 별 장점 없다.

셋째로,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계급이 좋다.

회사로 따지면 대리-과장 정도가 딱 좋다. 평사원은 힘이 너무 없고, 과장보다 윗선은 엉덩이가 무겁다.

아무리 잔챙이라도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권력이다. 지역 내의 어지간한 통상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통상적 문제 : 일반인 간 분쟁이나 회사측 잘못이 없는 문제)

다른 소속 공무원과의 문제나 다른 사람과 끝발 대결하는 일, 회사 잘못을 무마하는 등의 통상적이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잔챙이가 역부족이긴 하다.

하지만 애초에 불법적인 사업 할 작정이 아니라면, 그런 잘못 없도록 조심하면 될 일이다.


장검은 과도보다 세지만, 일반인이 칼 싸움 할 거 아니다.

일반인에게 유용한 건 장검이 아니라 과도다.

과도로는 소 못잡지만, 장검으로는 과일 깎을 수 있다?

굳이 장검으로 과일 깎는 것부터가 우스울 뿐더러, 다루기 힘들어 외려 자기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비싸다.

혹시 부득이하게 장검 필요한 일 생기면 그때 그때 빌리면 된다.

끝발 높고 센 것에 현혹되지 말고, 필요한 수준에 적절한 대상을 선정하는 편이 좋다.


애초에 보호비는 보호를 받으려고 쓰는 돈이 아니라, 귀찮게 하지 말라고 뜯겨주는 돈이다.

본전 뽑으려고 뭘 어쩌려는 건 미련한 짓이다.

하도 아무 일이 없어서 보호비 꽁으로 내는 게 아깝다고 느끼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