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인니의 교통 문화] 01. 왕복 2차선 도로의 무한병목 정체

명랑쾌활 2014. 10. 6. 08:57

흔히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평가하는데, 교통질서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100%는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교통질서는 잘 지키는 편이지만 규칙 자체가 너무 차량 우선이죠.)

공공질서 면에서 보면, 인니는 후진국이라는걸 부인할 수는 없겠습니다.

인니에 살면서 겪은, 한국과는 다른 교통 질서 문화 몇가지 적어 봅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건 아니니, 인니를 비하하지 말라는 태끌이나 선입견은 사양합니다.

 

왕복 2차선 도로가 꽉 막혔다.

차 2대가 지나가는데 그리 빠듯한 길도 아닌데 상습적으로 막힌다.

 

간단히 그려보면 이런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앙을 넘어 추월해서 끼어드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끊임없는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중앙선을 넘지 않으면 차근차근 진행될테지만, 문제는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어의 '중앙선'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 자체가 없다!

즉, 넘어가지 말라는 뜻으로 중앙에 선을 그어봐야, 인니인은 그걸 거의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꾸역꾸역 밀려 간다.

맞은편에서 오는 큰 트럭이 중앙을 넘어선 오토바이들 때문에 전진을 못하자...

 

같은 방향편의 밀려있는 차량 사이로 끼어 든다.

 

맞은편 트럭이 어느 정도 진행해서 공간이 생겨, 같은 방향편의 차량도 조금 전진하지만, 그 뒤의 차량은 끼어든 오토바이 때문에 진행을 못한다.

한 대면 그나마 다행인데, 끼어든 오토바이로 인해 생기는 공간으로 다른 오토바이들도 잇달아 들어오면서 거의 진행을 못한다.

이 악순환은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겹침으로써 오토바이들이 끼어드는 포인트가 막혀야 겨우 해소된다.

이쪽 차량도 거의 진행을 못하기 때문에, 맞은편 차량들도 진행이 힘들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으로 정체는 쓸데없이 길어진다.

 

한쪽 방향의 차량 행렬이 어느 정도 끝났어도 정체는 끝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듯이 역주행으로 몰려오는 오토바이들 때문이다.

 

1열로만 역주행 하는게 아니다.

2열, 3열을 만든다.

그러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다시 1열로 만드느라 자기들끼리도 정체가 생긴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이 상습 정체구역의 갓길에 앙꾸딴 Angkutan (미니버스)들도 줄줄이 정차해 있다.

이들은 근방에서 가장 큰 업체인 모 봉제공장의 퇴근 직원들을 태우려는 차들이다.

봉제공장에서도 다른 곳에 정차를 하도록 권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오히려 직원들 출근 못하게 막아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인니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단체 대중교통 수단인 앙꾸딴은, 가장 하층의 잃을게 없는 거친 집단이기도 하다.

(개별 단위까지 따지면 가장 작은 단위의 대중교통 수단은 오젝 Ojek, 오토바이 택시다.)

마을별 배타성이 강한 인니에서, 마을과 마을 사이를 오가는 이들이야 말로 생존을 위해 동업자들끼리 똘똘 뭉칠 수 밖에 없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이들은 지역 조폭과 경찰에 연루되어 있다. (조폭과 경찰은 공생관계다. 조폭이 없다면 경찰의 필요성도 떨어진다.)

 

실제로 자카르타에서 50km 정도 떨어진 동부 까라왕 Karawang 지역의 경우, 택시가 들어올 수 없다.

멋모르고 들어왔다 재수없게 앙꾸딴 패거리에게 걸린 택시가 불태워졌던 사건도 있었다.

그래서 자카르타에서 택시 타고 까라왕 이전인 버카시 Bekasi 지역이나, 까라왕 지나쳐 뿌르와까르따 Purwakarta 지역은 갈 수 있지만, 까라왕 지역은 천상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나 개인 차량으로밖에 올 수 없다.

한국 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 같지만 사실이다.

내가 관리했던 회사도 한때 임시로 2교대를 운영하면서 통근버스를 지원했는데, 앙꾸딴 조직에서 손님이 줄었다며 회사에 보상금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아무리 인니어를 잘해도 실무 경험이 없는 한국인이라면, 이런 황당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를 못하다 사건을 크게 키운다.

분노에 불타 올라 경찰 불러봐야 증거도 없고, 그때부터 앙꾸딴의 보복이 시작된다.

출퇴근하는 직원에게 괜히 돌을 툭 던지고 침 탁탁 뱉으면서 "이 회사 출근하면 재미 없을 줄 알아라."라고 겁만 줘도 절반은 출근 안한다.

어떻게 해결했냐고?

씨익 웃으면서, "통근버스 임대해준 데에서 다 뜯을 거면서 왜 여기 와서 잣까는 소리를 하세요. 이거 담배값이나 하세요."라고 상냥하게 타일러 돌려 보냈다.

원래 상대가 어수룩하면 뒤통수 치고, 잘 아는거 같아 보이면 선수 대접해 주는게 밑천 없는 장사의 세계다.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 ㅋㅋ

 

...헉, 얘기가 딴데로 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