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사촌이 땅 사는걸 못사게 하는건 행복의 한 방법일수도 있다.

명랑쾌활 2014. 7. 4. 11:48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원래는 사촌이 땅을 사면 그 땅에 비료를 주고 싶어서 배가 아프다는 뜻인데, 일본 강점기 때 한국인의 민족성을 폄하하기 위해 뜻을 왜곡한 거라는 말도 있지만...

그냥 억지 개소리고, 일본 강점기에 대한 피해의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기 질투는 인지상정이고, 속담은 그런 인지상정을 적절한 비유로 설명하는 재치다.

어떤 속담이 인지상정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했다고 해서, 딱히 그 속담을 사용하는 민족이 나쁘다고 규정될 것도 없다.

그렇게 따지면 오얏나무 밑에서 단순히 갓을 고쳐 썼을 뿐인 무고한 사람도 마구 의심하는 민족인가?

...잡설이 길었다. -_-;

 

회사에서 인니인들 다수를 관리하면서 느낀 바로는, 대체적으로 인니인들은 몇몇만 많이 받느니 차라리 다같이 받지 않는걸 원한다.

그래서 인니야 말로 사촌이 땅을 사려고 하면 가서 못사게 어깃장을 놓는 문화가 심한건가 싶었다.

그 사람들 더 준다고 자기 몫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인니인 폄하하는건 아니다.

한국에도 사촌 땅 속담이 있는 것처럼, 시기질투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국인은 시기질투가 못난 짓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음험하게 돌려 표현하는 편이고, 인니인은 그냥 솔직할 뿐이다.

 

다만 좀 미련해 보였다.

다같이 똑같이 받겠다는건, 지금은 아니더라도 향후 자신 역시 많이 받을 기회가 생기는걸 포기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인니인들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 될 일은 없다 생각하여, 말이 좀 통하는 간부급들과 대화하면서 설득해 보기도 했지만, 다들 '그러지 않는 편이 낫다'면서 한결 같이 고개를 저었다.

모두에게 더 나은, 최소한 손해는 아닐텐데,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저 다들 생각이 짧아서 감정적이고 멀리 보질 못하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최근 이런저런 생각이 무르익는 중에 문득, 그들의 모습이 그저 단순한고 유치한 감정적인 부분이 아닌, 집단의 문화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사회 집단으로 보자면 부정적인 요소지만, 개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기심'은 현명한 행동이다.

(개체 = 이기심 = 자기 행복)

(집단 = 이타심 = 모두의 행복)

예를 들어, 사회적 규범과 미풍양속을 따르지 않고 본능대로 사는 바람둥이가 자손을 뿌릴 확률 높다.

게다가 처자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양심을 외면하고 도망간다면 자신이 짊어 져야 할 사회적 부담도 줄어든다.

즉, 싸질러 놓고 도망가는 놈팽이야 말로 개체적 관점에서는 가장 득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사회 집단이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자식의 부모 봉양 전통과 같은 당근과 사회적 규제라는 채찍으로 이기적 성향을 억제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가면서 집단 전체에게도 이익이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회적 제도들이 집단 전체의 이익에 부합할까?

 

능력과 성과에 따른 댓가의 차등 지급, 즉 성과급과 '비슷한' 제도는 옛날부터 있었다.

얼마를 일하든 댓가가 똑같은 하인보다, 소작 떼고 남는건 다 자기 것인 소작농이 생산량이 훨씬 높다는건 몇백년도 더 된 얘기다.

그러나 소작은 성과급 제도와 '비슷할' 뿐, 근본 자체가 다르다.

소작은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절대적 보상이지만, 현대 사회의 성과급 제도는 경쟁에 따른 '상대적' 보상이다.

소작은 자신의 노력과 그에 따른 성과가 물리적으로 분명하다.

하지만, 고도로 분업화된 현대 산업 구조에서, 누군가의 성과가 얼마만큼의 가치인가의 측정 기준은 불분명하다.

그래서 '남들보다 많이' 한 것을 성과로 삼는다.

 

9명이 100의 성과를 내고, 1명이 120의 성과를 냈다.

원래 보수는 100이었는데, 120의 성과를 낸 1명에게는 10의 성과금을 더 줬다.

그러면 총 10명의 보수는 1,000이 아니라 1,010이 되므로, 이 10명의 집단 전체로 봐도 10만큼 더 이익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나머지 9명도 10의 성과금을 더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므로 전체의 이익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이 다르므로 모두 다 120을 할 수는 없다는 점과 상대적 보상이 바로 함정이다.

모두 열심히 했지만 7명은 110의 성과만 냈고, 2명이 추가되어 총 3명이 120의 성과를 냈다.

그 순간 기본 성과는 100에서 110이 되고 7명이 각각 노력해서 추가로 올린 성과 10들은 당연한게 되어 버린다.

또한, 회사는 120의 성과를 올린 3명을 근거로 하여, 다른 7명을 압박하고 급여를 억제할 것이다.

(120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존재'하는데 왜 너희들은 못하냐?)

나름 노력해서 10을 추가로 올린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한다.

성과급은 달콤한 미끼로 무한경쟁의 사슬을 옭아매어 집단 조화를 훼손한다.

 

최근 사회 현상을 연구 결과에서 사회 불화와 심리적 불행은 대부분 불평등에서 나온다는게 정설이다.

모두가 비슷하게 가난한게 자신도 꽤 부자지만 다른 사람들이 더 부자인 것보다 행복하다.

따라서 사촌이 땅 사는걸 못사게 하는건, 집단의 조화와 개인의 행복을 유지하는 괜찮은 방편일수도 있다

물론, 발전을 저해할 순 있지만, 굳이 꾸역꾸역 발전을 해야할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