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직원 개인의 여가에 대한 사장의 인식

명랑쾌활 2014. 6. 17. 13:10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위 사장이라는 족속은 사장이 아닌 사람들과 시각이 다르다. (너무 당연한 얘기 -_-;)

부연하자면,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사례 1.

인니는 지방자치가 강해서 지역별 최저임금이 다르다.

최저임금이 100인 지역과 80인 지역에 각각 공장을 운영하던 모회사는 80인 지역으로 공장을 합치기로 했다.

취급하는 아이템이 다르고,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100인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최대한 80인 지역으로 데려와야 했다.

문제는 임금 격차였다.

80을 주자니 이전하는 회사로 따라올 직원이 거의 없고, 100을 주자니 기존 80 받는 직원들이 불만일 것이다.

이 때 모회사 최고 책임자는 다음과 같은 타협안을 제시했다.

'잔업 하게 해줘서 100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게 왠 조삼모사 원숭이 사기질이냐 싶었는데, 이 양반 진심이었다.

"아니, 전에 받던대로 100 받게 해준다는데 뭐가 불만이라는 건지 이해가 안가네. 하여간 놀고 먹는거 밝히는 인간들." 이라고 욕하는걸 들었다.

그 말도 안되는 타협안으로 100 받던 직원들 설득하라는 지시를 받은 현지인 총무부장은 결국 그만 뒀고, 100 받던 직원들도 전부 회사를 그만 뒀다.

그러자 최고 책임자는 이번엔, 직원들 그만 둔게 다 총무부장이 책임감 없게 그만둔 탓이라며 욕했다.

이거 100% 실화다.

 

사례 2.

늘 잔업이 있는게 너무 당연한 어느 회사 사장 왈,

"애들 일찍 들어가봐야 놀러 다니고 돈 쓰고 뭐 할거야? 이렇게 야근이라도 시켜주고 그러니까 지들 돈이라도 한 푼 더 벌고 좋지."

자신이 직원들을 위해 잘해주는 거라고,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개인의 노동을 돈으로 바꿔주는 회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아무리 하루종일 열심히 땅 파봐야 누가 와서 100원이라도 주는거 아니니까.

그래서, 사장들은 자신이 직원들 먹여 살린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좀더 심한 경우가 위의 실례처럼, 통상적인 노동시간에 추가 노동을 시키는 것을, 자신들이 '고맙게도'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돈 더 벌 기회를 줬다는 거다.

 

직원이 퇴근 후 자기 생활에 있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심지어 PC방에서 놀거나 하는데 쓰는 시간을 낭비라고 인식하는 사장들이 많다.

이런 사장들은,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직원에게도 가장 유익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는 좀 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사장 입장에선 잔업으로 받는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과 비교하면 잔업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잔업으로 직원들 개개인이 받는 이익은 그닥 보잘 것 없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과 비교하면 당연히 가족이 중요하다.

이런 입장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직원들도 그럴 것이라고 혼동하는 것이다.

회사를 떠나 인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장이나 직원이나 가족과의 시간이라는 가치는 동일하고, 잔업에 따른 댓가가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걸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 직원 100명이 1시간 잔업해서 직원들은 각각 잔업 수당 1만원을 더 받았는데, 사장은 100만원을 더 벌었다고 해보자.

사장이나, 직원이나 '가족과의 시간'이 갖는 가치는 똑같지만, 잔업 1시간의 가치는 다르다.

원래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가족과 보내는 1시간을 5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치자.

사장 관점에서는 50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100만원을 더 벌 수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다소 희생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직원 관점에서는 고작 1만원짜리 잔업보다 50만원 가치의 가족과의 시간이 더 소중한게 당연하다.

하지만 사장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장 자신은 가족과의 시간은 5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은 가족과의 시간이 5천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장, 또는 구시대적인 회사 마인드를 가진 관리자들이 흔히 착각하는게 바로 이 부분이다.

회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다 똑같은 인간이고, 각자의 삶은 다 똑같이 중요하다는걸 받아 들이지 못한다.

회사 내에서의 우열 가치와 인간 자체로서 삶의 가치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객관적이고자 하지만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따라서, 사장에게 직원 개인의 사생활을 같은 인간으로서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는건 포기하는 편이 낫다.

인간이 타인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곤란한 경우 뿐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장은 직원의 입장 따위 고려하지 않아도 별로 곤란할 일이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