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인니어 공부(Pelajaran)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표현에 대한 단상

명랑쾌활 2014. 5. 14. 18:52

인니어에는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Terima kasih 라는 표현이 그나마 적당하다고들 합니다.

 

한국의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표현은, '너 고생한게 쌤통이다' 라거나, '당신이 수고하고 낑낑거리는게 얼레리 꼴레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너 고생해서 고마워', '당신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의미도 좀 미묘하죠.

상대방의 수고나 고생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득이 된다면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엔 '고맙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주로 회사나 비즈니스 관계의 경우에 쓰이는데, '고맙다'라고 하기에도 뭐합니다.

대부분 댓가를 받고 하는 일이고, 사실 내가 그 사람에게 딱히 고마워 할 일도 아니거든요.


한국 정서에,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도 없냐'는 심리가 있는 걸로 봤을 때,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혹은 동등한 관계의 경우에, '당신이 그렇게 고생하고 수고하는 것을 내가 알아준다'는 치하의 의미로 쓰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혹자는, '알아주는건 개뿔 필요없고, 그럼 보수를 더 주던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죠.

(뭐 꼭 인니 정서가 그렇다고 단정하는건 아닙니다만, 뭐 약간은... ㅋㅋ)

그래서, 상황상 딱히 고마워 할 일이 아니라면 'Terima kasih'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혼 없는 공치사는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인사말이나, 친한 경우엔 'Semangat!'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상황에 따라 'Bagus'처럼 칭찬을 할 수도 있고...

인니에서 사는데, 굳이 인니에 없는 표현을 억지로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표현이 없다는건, 정서 상 그런 표현을 할 필요 없다는 거니까요.


언어를 배우는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배우는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타국의 언어를 배우면서 모국의 문화와 정서에 대해 새삼 깨닫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