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직장상사가 흔히 말 중에 '회사 방침'이란 단어가 있다.
"어쩌겟냐, 회사 방침이 그런걸."
주로 부하직원의 반발이 예상되는 규칙을 강요할 때 쓴다.
방침이라고 하니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말장난이고 속임수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침은 대부분 활자로 명시되어 있고 보통 회사 규정, 즉 사규에 속한다.
회사 방침은 대부분 구두로만 존재하며, 주관적이고 두루뭉술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엔, 보통 회사 규정이라고 하지 방침이라고 하지 않는다.
실체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직장상사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이 섞인 결정
오너의 방침이라고 오너를 팔아먹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이 아닌 경우가 흔하다.
방침이란 것들은 대게 사소한 것들이라, 오너는 아예 신경 쓰지 않을 것들이 대부분이다.
2. 오너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이 섞인 결정
오너의 개인적 감정이나 가치관에서 비롯되었으나, 보편적 정서에는 분명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걸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는 경우에, 오너보다는 회사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을 내세운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 작동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감정은 부차적인 문제고 합리성이 우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회사 집단의 구성원이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이 주된 동인일 경우가 더 많다.
인간은 감정이 격발되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던질 정도로 극단적인 감정의 동물이다.
회사의 방침도 그런 인간 집단이 만든 것이고, 명분은 나중에 만들어 붙였을 뿐, 근본은 그냥 '그 꼴이 보기 싫다'라는 감정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을 '회사의 방침'이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표현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으로 보임으로써 신뢰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으니까.
신뢰성 획득이 아니라, 가책의 회피가 목적인 경우에도 '회사의 방침'은 유용하게 쓰인다.
보편적인 상식이나 순리에 어긋나는 지시가 그렇다.
대표적인 예로, 절차에 따르지 않는 독선적 복지 지원 삭감, 약속 철회 등이 있다.
이런 경우도 당연히 그 지시를 한 사람이 있으나, 대부분 '회사'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뭉뚱그려 대상을 흐린다.
회사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최소한 어느 선에서 어떤 의도로 나왔는지를 고찰해 볼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틈엔가 그게 당연한 것으로 동화되버린 인간이 되어 버린다.
'회사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게 예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왜 그렇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참 초라한 인간 아닌가.
방침에 순응하든, 거부하든, 어쨋든 왜 그러는지는 알고 행동해야 진정한 자기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