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3. 회사돈과 사장돈

명랑쾌활 2014. 8. 13. 11:14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회사의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의 이윤이라고들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라는 얘기 때문에 그렇게들 착각한다.

뭐, 제대로 된 국가라면 맞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아니다. 하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 오너의 이윤이다.

회사의 이윤이 곧 회사 오너의 이윤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말 순진한거다.

둘은 동일한 개념이 아닐뿐더러, 심지어 서로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오너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도, 회사돈은 회사돈이다.

회사돈을 사장 개인돈으로 쓰고 싶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직원들 월급까지 다 제하고 남은 월 순이익이 10억이라도 그건 사장돈 아니다.

배당의 개념으로 사장에게 지급할 수도 있는데, 그럼 배당세가 붙는다. (아주 많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 하는건 좋다.

회사가 잘되는게 결국 사장 잘되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회사는 사장 소유지만, 회사돈은 사장 소유가 아니라는 괴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사장은 회사가 잘되는 '간접적인' 성과가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성과를 원한다.

바로 사장돈이다.

 

사장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사장 입장에서는 회사가 자기 것인데 월 순이익 10억은 자기 맘대로 못쓴다니 얼마나 열받겠나.

그래서 순이익을 줄이고, 사장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을 늘려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거다.

회사 순이익을 줄어든다는건 회사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인거 아닌가?

맞다! 바로 여기에 키포인트가 있다.

회사는 사장 소유지만, 회사의 이익과 사장의 이익이 반드시 같으란 법은 없다.

 

임원급에 올라가는 덕목은, 회사의 이윤이 아니라 '회사 사장의 이윤'을 얼마나 신경쓰고 위하느냐에 있다.

그 최고위에 바로 '비자금 관리'가 있다.

오너의 이윤을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총책임자다.

비자금 관리자는 당연히 오너의 총애를 받는 자다.

회사에서 가장 힘이 세다.

 

자, 오늘도 회사의 이익이 곧 사장의 이익이라며, 회사를 위해 차장급 이상의 '무기력'과 사장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며 충심으로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당신!

당신보다 무기력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당신 보다 위에 있을 수 있을 만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당신도 그리 멍청한건 아닌데, 애초에 틀린 전제 위에 사고를 전개했으니 엄청나게 다른 답이 나온거다.

팔아야 돈 되는 금송아지 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용돈이 더 유용하고 직접적이라는 인지상정을 생각하라.

어차피 인간은 다 똑같다.

회사라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자신의 가치관과 욕망을 투영하지 말자.

 

 

아참, 노파심에 말씀 드리는데, 전 사장과 회사 간부들을 두둔하는게 아닙니다.

그들의 심리가 그렇다는걸 분석해 봤을 뿐입니다.

그들을 따를 것인가, 따르지 않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죠.

어쨋든 우선은 알아야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