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이민국 마피아와 일당들 - 유추, 혹은 비약, 그리고 반성과 의문

명랑쾌활 2014. 3. 6. 08:53

 

1. 삼돌씨, 모사에 경력 입사 확정

  - 채용 심사 과정에서 현장 체크 중 이미 현지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찍찍씨가 납품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사실 간파

  - 그 외에도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업무 진행 방식 및 결과 발견

  - 업무 흐름 상, 같은 현지 채용으로 총무 업무를 맡은 너굴씨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음

  - 찍찍씨와 너굴씨도 만약 삼돌씨가 근무할 경우,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는걸 알고 있음

-> 딱히 삼돌씨가 내색한 것도 아니고, 밝힐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찍찍씨 입장은 그렇지 않다. 삼돌씨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찍찍씨에게는 삼돌씨의 존재 자체가 재앙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은 둘째 문제다.

-> 너굴씨는 고민 중이었을 것이다. 삼돌씨를 배제할 것인가, 연결고리를 자르고 뒤로 빠질 것인가. 비리의 공범이면 전자일 가능성이 높고, 묵인이나 방조로 입증할 수 없는 간접적 이익을 챙겼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2. 삼돌씨, 입사 과정에서 자신의 KITAS가 위조되었다는 사실 발견

  - 10개월 전 KITAS 연장을 브로커에게 맡겼었음

  - 전형적인 DPKK 사기. 기술발전기금 1,200불 착복

  - KITAS마저도 컬러 프린트한 위조

-> 의외로 3~4년차 이상이 되어 어느 정도 안다는 사람 중에도 DPKK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지간하면 DPKK 입금 정도는 잠깐 시간 내서, 직접하거나 같이 가서 처리해야 한다.

-> 총무라는 직책 상 너굴씨가 해결해야 했다. 입사가 결정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조언은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3. 찍찍씨, 삼돌씨에게 일을 해결할 컨설팅 업체 소개

  - 자신도 도움을 많이 받은 선배이며, DPKK 사기건 전문가라고 소개

-> 찍찍씨가 처한 상황을 고려했다면, 찍찍씨가 소개한 컨설팅 업체만큼은 가서는 안됐다. 원래 악인은 드물다. 상황이 그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 사람을 볼 때 됨됨이 보다, 그 사람이 처해진 상황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 DPKK 사고는 사기 사건이다 보니,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따로 그런 것만 처리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컨설팅 사업을 할 정도면 누구든 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회사에서 몇 년 일해서, 이민국과도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현지인 총무 정도만 돼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니 전문가라는 얘기에 혹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찾는게 중요하다.

 

4. 삼돌씨, 컨설팅 업체 사장 멍멍씨와 상담

  - 자기와 동향이라 동생 같아서 도와주겠다.

  - 원래 DPKK 문제는 해결이 쉬운데 KITAS 위조는 해결이 어렵다. 하지만 할 수 있다.

  - 일단 여권부터 분실처리하고 새로 만들고, 이민국과는 EPO 처리하여 즉시 출국하는 것으로 협상해 보겠다.

  - 착수금으로 2백만 루피아 요구. 생각보다 가격이 싸서 삼돌씨는 찍찍씨를 긍정적으로 평가

  - 멍멍씨, 신규 여권 발급 완료

-> 일 시작 전에 학연, 지연 등 요상한 친분 강조하는 인간, 도와주겠다고 강조하는 인간 중 열에 아홉은 사기꾼이다. 아는 사람이라 잘해주고 모르는 사람이라 대충 해주는게 비정상이다. 돈 받고 하는 일은 도와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은 일일 뿐이고, 해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도와준다는 표현 자체가 안됐을 때 빠져나가기 좋은 핑계다.

-> DPKK 사기는 해결이 쉬운데, KITAS 위조는 해결이 어렵다는건 말이 안된다. DPKK 사기를 쳤다면 대부분 KITAS 위조와 관련 있다.

-> 여권 분실 처리 및 재발급은 인니어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대사관 가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 멍멍씨, 내고 진행 중이라며 언제까지 된다, 예정일 얘기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하루, 이틀씩 계속 미뤄짐

  - 멍멍씨, 약 3주 정도가 지난 모월 모일에 드디어 해결될거 같다고 연락

  - 다음 날 땅그랑 이민국 앞에서 만나고, 바로 현찰 줘서 해결할 수도 있으니 돈 준비해 오라고 함

->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 한국인 상대를 가장 오래한 곳인 만큼, 땅그랑 이민국은 외국인 뜯어 먹는 걸로 가장 악랄한 곳이라고 한다.

-> 이런 경우 차라리 공항 이민국에 가서 원샷으로 해결하고 출국하는게 그나마 가장 낫다고 한다.

-> 이런 문제 해결하는데 꼭 이민국 앞에서 만날 필요가 있을까?

 

7. 삼돌씨, 이민국에 잡혀 유치장에 억류됨

  - 멍멍씨, 삼돌씨더러 기다리라고 하고 먼저 이민국 들어감

  - 다시 나온 멍멍씨, 거의 해결됐으니 들어가서 신고서에 싸인하고 뒷돈 네고만 하면 된다고 함

  - 삼돌씨, 들어가자 마자 싸인이고 뭐고 바로 잡힘

  - 소지품 전부 압수

  - 하필이면 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몰라 가져온, 인니에서 일해서 어렵게 모은 돈 전부가 들어있는 통장이 있었음

-> 의혹이 많은 부분이다. 해결하는데 꼭 이민국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정황상 잡을 작정을 하고 이민국 내로 불러 들인 것인데, 소위 전문가라는 멍멍씨가 그걸 몰랐을까?

 

8. 억류 생활 1

  - 다음 날, 압수한 소지품 중 휴대폰은 지급. 친구인 또라이에게 연락.

  - 멍멍씨, 삼돌씨에게 면회 와서 사식도 넣고, 휴대폰 충전코드도 사다 줌

  - 멍멍씨, 삼돌씨에게 일이 이렇게 된 것에 사과. 이민국에 데리고 들어온게 실수한 거라고 해명

  - 멍멍씨, 이미 이렇게 돼버려서 EPO는 힘들고, 추방으로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함

  - 멍멍씨, 이민국이 추방 처리 댓가로 7천만루피아 요구한다고 전함

-> 자기도 이민국에게 당했다는 멍멍씨의 주장은 전형적인 '나도 피해자' 논리다. 원래대로라면 멍멍씨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멍멍씨는 '도와주다 일이 안됐을 뿐'이고, 어차피 삼돌씨는 따질 수도 없는 입장이다.

-> 과연 멍멍씨는 실수한 것일까?

-> 과연 EPO는 힘들고 추방 만이 해결책일까?

-> 공교롭게도 7천만 루피아는, 통장 잔고에서 한국행 편도 항공권 가격과 멍멍씨 수고비 약간, 그리고 인니 재입국 제한을 해제하는데 드는 비용을 제하면 얼추 남는 금액이다.

 

9. 억류 생활 2

  - 또라이, 본인 에이전트 파견하여 이민국과 접촉 시도했으나, 이민국의 관련 공무원 동문서답

    1) DPKK 사기친 현지인 이름과 전번 요구

    2) 알려주니 이 사람 말고 최초 발급한 현지인 이름과 전번 요구

    3) 알려주니 이 사람 말고 사기친 현지인 이름과 전번 다시 요구

    4) 두 번 정도 패턴 반복하더니 공무원 짜증냄

    5) 또라이 에이전트,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두 손 들고 나옴

-> 에이전트를 해본 적이 없는 완전 생짜가 아닌 이상, 이름과 전번,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는지만 알면 이민국은 누구인지 바로 알고,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에이전트(혹은 브로커)는 이민국 공무원과 안면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민국 입장에서 보면 DPKK 사기친 현지인은 해로울건 하나도 없고 이로움만 있는 존재다. 에이전트가 그런 사기를 쳐줘야 돈이 생긴다. 그런 사기사건이 사회문제가 되어도 이민국이 책임질 일은 없다. 따라서 이민국은 DPKK 사기꾼을 잡을 생각이 전혀 없다. 위대한 인도네시아의 이민 행정을 좀먹는 존재들이라며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려 나설 이민국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한다. 돈이나 뜯으면 뜯겠지.

->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민국 직원은 DPKK 사기를 당한 한국인이 정말 사기를 당한건지, 자작극인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건 돈이다. 자작극이라고 해봐야 더 겁줘서 더 뜯을 생각 뿐이다. 그러니 피해자라고 아무리 강조해봐야 소용 없다. 어 그러냐, 하고 말뿐인 동정 한 번 보내고 말 뿐이다.

 

10. 억류 생활 3

  - 멍멍씨, 이민국이 2일 내로 7천만루피아를 내지 않으면 수감시키겠다고 했다는 소식을 삼돌씨에게 전함

  - 삼돌씨, 또라이와 통화

  - 또라이, 추방(빨간 스탬프)이 아니라 EPO(파란 스탬프) 시세도 3~5천만루피아라고 조언

  - 삼돌씨, 멍멍씨에게 가격 및 EPO 네고 요청

  - 하루 뒤 멍멍씨, 네고 불가하고, 이민국장 3시에 퇴근할 예정이며 그전까지 결정 안하면 수감시키겠다는 소식을 전함.

  - 삼돌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함

  - 멍멍씨, 이민국장 퇴근했다며, 지금이라도 결정하면 자기가 이민국장 만나서 어떻게든 처리해주고, 아니면 자기도 이제 더이상 어쩔 수 없다고 함.

  - 삼돌씨, 백기투항.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 멍멍씨에게 알려줌

  - 삼돌씨 휴대폰으로 돈 빠져나간다는 메시지가 쭉쭉쭉 뜨면서 일사천리

->과연 멍멍씨는 누구의 편인가...?

 

10. 추방

  - 이민국장, 다시 와서 멍멍씨에게 일장훈계

    -> 앞으로 똑바로 살고, 다시 인니 입국하려면 어차피 자기 도움이 필요하니, 멍멍씨 통해서 연락하라고 함

  - 멍멍씨, 비누, 면도기, 다음날 귀국편 항공권 전달. 통장과 현금카드는 돌려 달라니 순순히 돌려 줌

  - 삼돌씨, 이민국 직원 두 명과 공항 나옴

  - 한국은 한겨울인데 억류되었을 당시 입은 옷이 전부, 현금도 없음

  - 전날 연락 받은 또라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옷과 약간의 현금 전달

  - 담배 두 대 같이 피우고 삼돌씨는 공항으로 들어감

  - 무사 귀국

-> 퇴근했다던 이민국장이 기다렸다는듯이 다시 나타났다. 극성수기라 항공권 구하기도 어려웠을텐데, 기다렸다는듯 한국행 편도 항공권이 나왔다.

-> 통장과 현금카드까지 깔끔하게 돌려준다. 도대체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비양심적인 컨설턴트가 몇 년간 사무실을 버젓이 운영하며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 모든 작업(?)이 끝났다. 삼돌씨가 무일푼에 여름옷만 입고 한겨울의 한국에 입국하는 것은 이제 남의 일이다. 동생 같아서 도와주려고 했다가 약간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멍멍씨는 쿨하게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