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복지는 낭비가 아니라 투자다.

명랑쾌활 2013. 8. 26. 08:30

하는 일에 비해 회사 처우가 안좋으면 능력있는 사람들은 자기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곳을 찾게 마련이다.

다른 회사도 그런 사람은 환영이다.

자기 부모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도 아니고, 자기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곳을 마다할 의리가 어디 있나.

능력있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사람이라면 다른 회사에서도 원할 리가 없다.

그러다 보면, 처우가 안좋은 회사에는 그 처우를 감수하고 일 할 수 밖에 없는 그저 그런 사람만 남게 돼있다.

사람에 투자하는거 아까워하는 회사는 그래서 미래가 없다.

 

그저 그런 떨거지 대다수에 괜찮은 사람 몇 명 데려다 그들만 대우 잘 해주면서 끌고 나갈 수도 있다.

한국 기업 거의 대부분이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저 그런 떨거지 취급을 받아도 그냥 다니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떨거지임을 알고 딱 떨거지 만큼만 일할 뿐이다.

그럼 회사도 떨거지처럼 일하니까 떨거지 취급하는 거라고 욕한다.

욕을 할 거면 줘놓고 욕해야 할 거 아닌가.

그저 그런 떨거지도 생각은 있다.

계속 다니고 싶은 좋은 회사라면 안잘리려고 열심히 일하는게 당연하다.

 

똘똘한 직원이 하나 있다.

처우에 불만을 가지고 회사를 나갔다.

다른 회사 가더니, 전에 있던 회사 직원을 빼간다.

그런데 뭐라 말릴 수가 없다.

그 회사보다 대우가 전부 안좋으니, 의리 없다고 욕하는 것도 우습다.

사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관리자급 직원이 있다.

사정이 급했던 직원은 업계 평균에 한참 못미치는 대우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후려친 회사는 싸게 구했다고 낄낄거릴지 모르겠는데, 참으로 바보같은 짓이다.

그 직원은 매사 일에 의욕이 없다. 깨지지 않을 만큼만 한다.

상급 관리자가 없으면, 부하 직원에게 회사의 마무리를 맡기고 먼저 퇴근해 버리기도 한다.

부하직원은 그 직원이 들어오기 전부터 해오던 일이라 마무리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지만, 이건 좀 아니다.

부하직원 만큼의 책임감과 의욕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 비용으로 표 안나는 자잘한 물건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그럼 그 직원이 나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을, 업계 평균보다 한참 부족하게 준 회사는 그럼 떳떳하냐고 되묻고 싶다.

급여는 단순히 많이 받았다고 쓰고 남는 돈 쌓아 놓는게 아니다.

급여는 곧 생활수준이다.

전에 비해 못받으면 그만큼 생활 수준이 떨어져야 한다.

회사는 생각하고 있는 급여에 합당한 사람을 구했어야 한다.

문제는 비단 입사한 경력직 사원 만이 아니다.

기존에 일하고 있던 부하직원도 회사에 실망하고 나간다.

본인보다 책임감도 없고 일도 잘 안하는 사람이 돈을 더 받는 것도 기가 막힌데, 본인이 열심히 일해서 승진해봐야 결국 저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무슨 의욕이 있을까.

회사가 인건비 싸게 후려쳤다고 낄낄 거릴 때, 들어온 직원은 후려친 만큼만 일하고, 그 전까지 월급값 이상을 하던 기존 직원은 다른데 옮길 생각을 한다.

회사는 또 사정 급한 사람 데려다 인건비 후려치고 일 시킬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회사는 점점 썩어 들어가는 거다.

 

한국 기업들은 무조건 뭐든지 법적 기준의 최저로만 한다.

아니, 안걸리면 불법편법으로 최저 이하도 한다.

원래 인식이 '그런거 다 지키고 사업 어떻게 하느냐'다.

하지만, 그것도 안해줄거면 왜 사업하냐고 묻고 싶다.

직원들 월급 10만원 씩 덜 준거 모아서 사장이 가져가는 거라면 그게 거지나 기생충과 다를게 뭐냐고 묻고 싶다.

그런 구조가 가장 적나라한 곳이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알바 월급 10만원 줄이는 것이 곧, 사장의 이윤이 10만원 늘어나는 구조다.

편의점 처럼 놀거면, 조직이란게 어쩌네, 사업이란게 저쩌네 하지 말고 그냥 장사한다고나 하던가.

 

복지는 낭비가 아니다.

복지는 손해가 아니다.

복지는 응당 해줘야 하는 것이고,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는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