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li] 올해 4월 01. 손님들 데리고

명랑쾌활 2012. 11. 20. 00:12

손님들과 간 것이니 놀러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내 비용 들일 일은 거의 없지만, 차라리 집에서 쉬는게 낮지요.

어쨋든, 시작부터 자유여행이었던 발리를, 아주아주아주 약간이나마 패키지 여행 맛을 볼 기회였습니다.

 

9시 반 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발리의 밤

혼자 여행한다면 비용 대비 효율 때문에 야간 도착 일정으로 오지 않았을 거다.

저녁 도착 일정이라면 라이브 카페라도 한 번 갈 수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생짜로 숙박비만 하루치 더 드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내 돈 들어갈거 아닌데 손님이 원하신다는데야... ㅋㅋ

 

손님 모시는 거라 로까하우스 말고 구눙 머르따 붕알로우 Gunung Merta Bungalow 라는 곳에 묵었다.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로까하우스를 위해서.

혹시 로까하우스에 무례한 행동을 해도 내가 하지 말라고 통제하기 곤란할테니 말이다.

구눙 머르따는 재즈카페와는 좀 가깝고, 몽키 포레스트 길에서는 많이 먼 곳에 있다.

 

활 쏘는 동상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활 쏘는 방향 반대 방향으로)

 

하늘하늘 얇게 비치는 커튼이 내려진 공주풍 침대 안에는...

 

그림 하나쯤 걸려 있어야 우붓이다.

 

2층 다락이 있는 구조

 

훤하게 뚫려 있는 다락 공간이 뒹굴뒹굴 하기에 딱 좋다.

왕베개와 작은 탁자, 간이 침대까지 센스있게 갖춰져 있다.

 

건전한 교제 중인 남녀가 와서 건전하게 묵을 수 있는 구조다.

" 자기, 밑으로 내려오면 죽는거고, 안내려올거면 죽어버려."

" ......"

남자여, 당신의 현명한 판단에 맡긴다.

여자친구에게 나보고 어쩌란거냐고 대꾸할 거라면, 다음 생에는 플라나리아로 태어나길 권한다.

 

숙소 예약할 때, 공항 마중까지 요청했었다.

마중 온 운전사가 똘똘하고 정직해 보여 다음날 아침부터 일일투어도 계약했다.

지도 보고 내가 안간 곳들 위주로 손님이 기뻐하실 곳들 위주로 한 바퀴 코스를 정했다.

 

첫번쨰 간 곳은 따만 아윤 사원 Pura Taman Ayun

 

아침이라 고요하고 사진 찍기 좋았다.

 

낮에 오면 사람 많아서 번잡하다고 운전사가 그랬는데...

 

뭐 어쨌든 사진 찍기만 좋았다. 끗~

 

두번째 행선지인 울룬 다누 Wulun Danu 가는 길에 경치가 좋아서 잠깐 멈춰서 경치 감상

사진 우측에 보이는 큰 건물은 리조트 짓다가 망한 거랜다.

내가 살까 했는데, 당시 자금 사정이 안좋아서 나중에 사기로 했다.

 

차량과 기사 렌트로 여행하는 한국인들은 보통, 가만히 타고 있다가 내려 주면 사진 찍고 돌고 다시 차에 타는게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안그래도 된다.

가다가 경치 좋은데 레스토랑 있으면 세워 달래서 음료수나 식사를 해도 되고, 급하면 적당한데 세워 달래서 방뇨로 자연과 일체감을 누려도 된다.(대신 꼭 쓰미마셍을 외쳐라. 이이나~도 좋고.)

대신, 계획 했던 곳 다 못 찍었다고 화내지만 않으면 된다.

 

꼬마 구름 하나가 산자락에 동실동실~

 

울룬 다누

 

저 호수 위의 사원은 배로 가야 한다.

 

이 정도 호수라면 모다뽀트에 수상스키 정도는 타줘야 하겠지만, 그딴건 없고 일단 오리배는 있다.

그래, 호수엔 오리배가 제맛이다.

 

왠지 비웃는듯한 표정의 잉어

 

그런데 여기 왠지, 진지해서 웃긴건지, 웃기려고 진지하게 만든 것인지, 헷갈리는 동물 석상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압권은 이 사자 녀석들.

특히 왼쪽 녀석 표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요상야릇하다.

어쩐지 좀 슬퍼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싱하횽 닮은 거 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나무에 둘러 쌓였지만 환경친화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오붓해 보이는 밴치

 

구름이 산을 널름 핥고 있다.

 

이런 길은 스쿠터 롸이딩을 해줘야 제 맛인데, 다음을 기약해 본다.

 

별 뭣도 아닌 다랭이논 풍경 갖고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 받아 쳐묵던 자띠 루웨 Jati Luweh.

논 풍경이 신기한 서양것들에게나 받으란 말이다.

 

어느 나라 아주머니들일까?

양산이나 저 왠지 익숙한 색조와 스타일의 복장을 보면 느낌이 올거다. ^^;

동창이나 마을 부녀회인 것 같았는데 참 보기 좋았다.

어서 빨리 한국도 4,50년 뼈빠지게 일했으면, 부유하게 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텐데,

복지가 무슨 좌빨 헛소리라도 되는양 반대하는건 오히려 나이 드실만큼 드신 분들이니 참으로 요지경이다.

손주뻘들 밥 좀 먹이겠다는데 부잣집 자식 몇몇 밥 주는게 아깝다고 몽땅 밥 주지 말자는 행태도 웃기고.

경로우대는 빈부 차별 없이 하는게 맞고, 애들은 빈부 차별해서 대하자고 하고.

솔직히 까놓고 말하든지. 애들은 투표권이 없지 않냐고.

하긴, 10년쯤 뒤에나 서서히 자리 잡힐 혜택보다 당장의 참치캔 선물세트가 더 아쉽겠지.

그나저나, 우리 다섯 살 훈이는 뭐하나?

 

어렸을적 내가 살던 곳에도 논두렁 따라 기다랗게 길이 뻗어 있었다.

그 때는 힘든줄도 모르고 까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저 길 끝까지 한달음에 다니곤 했다.

지금은, 저 길 끝에 금발미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걸어가는 건 사양한다.

 

자띠 루웨는 발리에서 가장 좋은 쌀이 난다고 한다.

 

마침 밥때가 되어, 근처 Billy's Terrace라는 곳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1969년부터 영업했다고 한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오래된 곳이 맞긴 한데, 원래는 이 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전망은 좋은데... 덥다.

 

발리는 재떨이 하나도 범상치 않다.

 

원래는 단품요리 먹을까 했는데, 점심 때는 부페 준비 때문에 단품요리는 오래 걸린다고 한다.

훌륭한 비즈니스 기법이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따져서 뭐하나.

오래 걸린다는 협박에 순순이 넘어가 부페를 먹기로 했다.

것참, 계속 관광 다녀야 해서 배불리 먹기도 그런데... 쩝

 

일단 조금씩 다 먹어보고 제일 맛있는 걸로 몰빵하는, 나름 부페 전문가다.

소싯적에 한 편식 했던 몸이기도 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