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띠둥섬 Pulau Tidung] 글쎄... 그닥그닥

명랑쾌활 2012. 11. 7. 18:32

사진 정리하다 보니, 올해 1월 초에는 띠둥섬 Pulau Tidung에 다녀왔었네요.

 

띠둥섬은 뿔라우 스리부 Pulau Seribu 중 한 곳이다.

뿔라우 스리부에 관한 것은 검색하면 나올 것이고, 예전에 뿌뜨리섬 여행기에도 언급했었으니 패스.

 

뿌뜨리섬이나 세파섬처럼 2시간 걸리는 먼 곳은 아니고, 1시간 좀 안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다.

 

순수하게 관광 목적으로 개발된 섬이 아니라, 마을이 존재하는 섬이다.

섬 중간 약간 왼쪽 부근에 다글다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띠둥섬은 딱 현지인 수준인 여행지다.

따라서 한국인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무던한 사람은 무난하고 괜찮다고 하고, 아닌 사람은 별로라고 하고.

 

BIPA에서 같이 공부했던 후배가 이번 여행을 추진했다.

오랜만에 단체 여행이라 흥미가 있었지만... 이미 난 혼자 여행 다니는데 익숙해졌다는 걸 깨닫게 한 여행이었다.

 

뿔라우 스리부의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띠둥섬행 스피드보트도 안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마을이 있는 섬이기 때문에 정기운항선도 있는데, 안쫄 동쪽에 있는 수산시장 겸 선착장에서 왕복한다.

 

어떤 현지인 단체 승객 7~8명과 우리 일행 7명이 같이 배를 탔다.

날씨가 꾸물꾸물 했는데, 역시나 새치기 잘하고 자리 잡는데 능한 현지인들이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일행은 선수 쪽에 있는 조그만 방과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난 당연히 선미에 있는 선실 바깥 앉을 곳에 자리 잡았다.

비오면 맞더라도 답답한 선실 안은 사양이다.

담배도 못피우고.

 

어째 날씨가 그냥 꾸물꾸물한 정도가 아니다.

대개 날씨가 흐린데 바다가 잔잔한 경우는 드물다.

아니나 다를까, 뭍에서 좀 떨어지자 점차 파도가 거칠어지더니, 잘못해서 파도를 옆으로 타면 전복될 수도 있을 정도로 파도가 높다.

선미는 그나마 나은데, 선수는 2미터가 넘는 낙차로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선수 방에 타고 있었던 일행들에게 명복을... ㅋ

 

좋은 장소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던 현지인들이 얼굴이 노래져서 하나둘 씩 선실 밖으로 뛰쳐나온다.

내 일행들은 꿋꿋이 안에 있다.

자신이 운전하지 않는 여러 종류의 탈 것, 그것도 주로 횡중력이 작용하는 탈 것으로 내장이 단련된 한국인들과 달리, 종중력이 작용하는 오토바이가 체험의 대부분인 인니인들은 멀미에 약하다.

아니, 인니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 횡중력은 차량이 방향 전환할 때처럼 몸이 옆으로 쏠리는 중력이고, 종중력은 오토바이가 방향 전환할 때처럼 위아래로 (주로 밑으로) 생기는 중력이다. 종중력이라는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간혹 인니인들 중에는 자리 비집고 들어오는데 필요한 천부적인 뻔뻔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이미 척하니 앉아있는 자리 옆쪽에 스윽 걸터 앉는다.

그리고 배가 흔들흔들 하는데 맞춰 몸을 흔들며 점점 비집고 밀고 들어온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네명이 나란히 앉았는데, 그중 2명이 일행인 사람이 그 2명 사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다.

그리고 배가 흔들흔들 하는데 맞춰 일제히 몸을 흔들다 보면 걸쳤던 엉덩이는 어느세 등받이까지 들어가 있고, 가상자리에 앉은 나는 어느 틈엔가 엉덩이 반쪽만 의자에 걸치고 있다.

뭐 복잡하게 썼는데, 간단히 말해 자리 뺐겼다는 거다. ㅋㅋ

더 열받는 것은 자리 박차고 일어나 한켠에 자세 잘 나오는 곳에 서있는데, 거기까지 슬금슬금 다가와서 은근히 밀어 붙여 자릴를 뺐는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모르는 타인과 몸 닿는 것을 꺼리는 한국인들과 달리, 인니인들은 그런거 잘 느끼지 못하는듯 하다.

 

원래 한 시간 안걸리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다.

한국 같았으면 당연히 출항 금지였을텐데, 목숨값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싼 인니는 유도리가 있다.

물건을 바꿔주면 바꿔줬지, 환불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인니 정서와도 관련이 있을 거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삐집고 들어와 바다를 향해 멋지게 피자를 여러 판 날려주신 아저씨도 부축을 받으며 뭍에 오른다.

내 일행들도 몰골이 말이 아니다.

 

후배가 예약했다는 여행사 가이드를 따라 도착한 숙소를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 아, 시발 엿됐다.'

여행자 숙소가 아닌 가정집인데 번드르한 것과 달리 허름하고 답답했다.

어떤 곳은 뚫린 천정 위로 지붕이 보이는데, 군데군데 새는지 빛이 조그맣게 비친다.

결정적으로 시트가 너무 더럽다.

피곤하다고 누워버린 털털한 후배 녀석, 이내 몸이 가렵다며 일어난다.

일행 중 2명의 아가씨는 인니에 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다른 숙소를 찾아 자전거를 빌려 숙소를 나섰다.

 

현지인이 사는 곳 답게 군데군데 보이는 해변은 쓰레기가 쌓여있다.

 

띠둥섬에서 그나마 볼만한 유일한 곳, 사랑의 다리 근처는 그래도 관리하는지 쓰레기가 없다.

 

사랑의 다리를 건너 옆섬까지 목교가 놓여져 있다.

부서진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정도면 현지인 관광지 치고는 매우 관리가 잘된 거다.

 

그럭저럭 괜찮은 숙소를 잡았다.

그런데 방값이 30만 루피아, 시설에 비해 너무 비싸다.

어쨌든, 모토 베짜 3대 불러서 숙소로 가, 일행들 모두 데리고 이사했다.

 

이런 곳이 30만 루피아라니, 20만 루피아 절대 안넘는다.

하지만 일행도 있고, 이미 방법이 없다, 젠장.

 

숙소 쓰레기통이 한국제 뭔 페인트 제품 용기였다.

 

밥도 먹을겸, 일행과 아까 갔던 사랑의 다리 쪽으로 갔다.

그나마 해변 식당 같아 보이는 곳은 여기 모여있다.

 

해양스포츠의 로망, 오리배도 보인다.

 

빠나나 보트도 있다.

 

길 한 켠에 말리고 있는 오리발 위에서 고양이가 선탠하고 있다.

 

몽글몽글하니 발로 뻥 차면 데굴데굴 잘도 구르겠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난 동물을 좋아한다. 쥐와 닭은 빼고...)

 

그나마 괜찮은 밥집이 모여있는 곳

 

무려 고등학교가 있는 띠둥섬.

섬에 있는 고등학교 답게, 뱃머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정문에 참 쓸데 없이 걸려있다. ㅉㅉ

 

사랑의 다리에서 머지 않은 곳에 신축 중이던 숙박업소.

아쉽게도 무허가 건축이라고 공사중지를 당했다.

내 예상인데, 건물주인이 띠둥섬 촌장한테 잘못 보여서 저렇게 된 걸거다.

그래도 몰래 들어와서 사는 건지, 몰래 영업을 하는 건지, 사람이 살고 있다.

 

이 집 닭튀김은 맛있었다.

섬까지 와서 뭔 닭튀김이냐고?

살아 움직이는 생선 바로 잡아서 요리 해먹는게 아닌 이상,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것저것 사다가 맥주와 먹고 마시고, 할리갈리 게임도 하고 놀았다.

혼자 여행 다닐 때는 맛 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거의 유일한...

 

배 출발 시간에 맞춰, 미련없이 선착장으로 갔다.

띠둥섬 선착장은, 과연 관광지로 명성을 날리고 싶은 건지 의문이 드는 수준이다.

 

미련없이 떠난다.

 

돌아올 때는 다행히 바다가 잔잔했다.

저 콩만한 섬은 얼마나 하려나.

저런 섬이라도 하나 사서 금발미녀들과 놀면 참 멋질텐데...

 

선녀섬 Pulau Bidadari 도 보인다.

별로라는 평이 우세한 곳이다.

 

자카르타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_-;

 

갔던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띠둥섬에 대한 내 감상은... 한 마디로 말해 별로다.

가뜩이나 순박과는 거리가 먼, 닳고 닳은 현지인들이 그닥 별로인데, 일행들과 가는 바람에 음성적인 면이 더 많이 기억으로 남는 곳이 되어 버렸다.

친한 것도 아니고, 나한테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고 사근사근 애교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 후에 서로 존재마저 잊어버릴 것이 뻔한 아가씨 일행 치닥거리 하는게 피곤하기도 했고,

(내 사진 보내 준다는 것도 감감무소식인데, 사실 나도 까먹고 있다가 사진이 기억에 비해 많이 없는걸 보고 기억났다.)

단체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진 않고 오히려 수억 더 깨져버린 돈에 속이 쓰리기도 하다.

어떤 외부적인 계기가 없는 한 다시 갈 일은 없는 곳이다.

딱히 싫다거나, 최악이거나 하는 곳은 아니다.

혼자 조용히 갔었으면 그닥 힘들 것도, 괴로울 것도 없을 곳이었을거다.

(아마도, 그래도 역시 다시 가고 싶어할 곳은 아닐거다.)

 

띠둥섬에 관한 여행글들을 보면, 어떤 여행사나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하느냐에 따라, 여행 만족도가 크게 차이나는 곳인듯 하다.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서,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숙소, 배 타고 나가 스노클링 하기 좋은 곳에도 가고, 낚시도 하고, 해산물도 고깃배에서 직접 사서 바베큐도 해먹고, 잘 놀았다는 여행글도 있다.

그 에이전트 전화번호는 알아 두긴 했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검증한 것도 아니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검색하고 찾아보시길~

 

아, 한국 여행 소개 프로그램에 띠둥섬에 관한게 있었는데, 배 타고 나가서 하는 스노클링은 괜찮아 보였다.

딱 그게 다다.

그런데, 그 정도면 띠둥섬 말고도 다른 뿔라우 스리부 섬들도 다 그 정도는 한다.

물론 띠둥섬에 비해 비싸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싸면 싼 이유가 있다는 말이 가장 적나라한 곳이 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