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Pangandaran] 01. 접근성으로 보면 오지라고 할 만 하다.

명랑쾌활 2013. 8. 2. 11:19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보통은 무엇을 얻음으로 인해, 무언가를 상실하게 된다.

드물게도, 무엇을 잃음으로 인해, 여행의 시간을 얻었다.

참으로 오랜만의 여행이다.

대략 8개월 만이 아닌가 싶다.

계절 변화가 없는 나라이다 보니, 과거의 일이 언제인가가 희미하다.

그 때 추웠는데 반팔 입고 가서 고생했지... 의외로 단풍이 근사했어...

4계절이 뚜렷한 나라의 여행은 감각이 배경으로 깔려 저절로 연상되지만, 인니는 무작정 몇 월이라는 숫자로 기억해야 해서 힘들다.

숫자는 암기의 영역이다.

기록을 찾아 보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언제나 여름인 나라의 여행인데, 몇 월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그저 참으로 오랜만이라는게 의미있을 뿐이다.

 

빵안다란 Pangandaran은 현지인들에게는 이미 알려진지 오래된 여행지다.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좀 덜 알려져 있지만, 서양인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이다.

(물론 알게 모르게 다녀왔다는 한국인들도 꽤 많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껏 주말에 연휴나 붙어야 짬이 나는 한국의 직장문화로 보면, 빵안다란은 접근성이 힘들다.

적어도 3박4일 정도의 짬이 되어야 갈 만한 곳인데, 연차 등 일만큼 쉬는 것도 존중하는 서양의 직장문화라면 별 문제 없겠다.

 

지도에서 보듯 자카르타는 서부 자와주의 북서쪽 끝에, 빵안다란은 남동쪽 끝 중부 자와주 경계에 있다.

자카르타에서 서부 자와주 내 여행지 중 가장 먼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폰 지도로 네비게이션 찍어 보니 11km 모자라는 300km다.

한국이라면 고속도로로 대략 3~4시간 정도라 예상하겠지만 인니에서는 거리로 얼마나 걸릴까를 가늠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20km를 가는데 30분이 걸릴 수도, 2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빵안다란까지의 여정은 7시간 정도로 예상했으나, 9시간이 걸렸다.

9시간... TV의 여행 프로에서 캄보디아의 오지 무슨무슨 종족 마을을 찾아가다, 태국 내륙 깊숙히 위치한 숨겨진 마을 등등을 소개할 때 걸리는 시간이 저럴 것이다.

육로로 그렇게 가는게 싫으면 자카르타에서 출발하는 경비행기가 하루 1편 있다.

타본 사람 경험담에 따르면, 종교에 대한 믿음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게 될거라 한다.

그렇다.

빵안다란은 접근성만 갖고 따지면, 가히 오지라고 할 만한 곳이다.

 

생긴 모양이 절묘하다.

가운데 국립공원인 곳을 중심으로 동부해변과 서부해변으로 나뉜다.

 

원래는 새벽 5시쯤 출발하려 했으나, 전날 마신 술이 안깬다.

짐도 아직 안꾸렸는데...

6시 반에 억지로 일어나 30분 만에 씻고, 냉장고에 뒀던 차가운 피자 한 조각으로 해장하고, 대충 옷가지 등을 가방에 때려 넣고 출발했다.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한 길이고,

 

이 정도면 매우매우매우매우 훌륭한 길이다.

인니에서 왕복 4차선 이상 도로는 큰 도시에나 있는 거고, 거의 대부분의 국도는 왕복 2차선이다.

 

왕복 2차선과 4차선의 차이는, 왕복 4차선과 6차선의 차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왕복 4차선, 즉 편도 2차선의 도로는 차 한 대 고장으로 멈춰도 해당 방향만 병목이 있을 뿐이지만, 편도 1차선의 경우 차 한 대 고장나는 순간 그 일대는 양방향 모두에 엄청난 여파를 끼친다.

그리고 인니는 '수명이 다 되어' 폐차한다는 개념이 없는 나라다... -_-;

 

이런 비포장 도로가 여정의 3분지 1 정도 되었다.

비포장 도로는 이제 한국에서는 찾기도 힘들어서 잘 감이 안올텐데, 평탄화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2~3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이런 화물 오토바이들도 가는 시간을 지체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화물 때문에 빨리 다닐 수 없는데, 도로를 차지하는 폭으로 보면 거의 자동차급이라는게 문제다.

추월하기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욕할 건가, 아니면 다니지 말라고 할건가.

이 길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라 그냥 길이다.

 

차도를 마치 '자동차 전용'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자동차가 원활하게 운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보고 그를 저해하는 모든 것들은 빌붙는 존재인양 보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잠깐 튀어나왔다 가라앉는다.

지방국도 가에 붙어 차근차근 달리는 자전거 옆을 맹렬하게 지나가며 빵빵거리고 욕하는게 당연하지는 않을 지언정, '어느 정도는' 그럴 수도 있다고 공감하는 사람이 있던 나라,

그래서 이용에 아무 제한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갈라 치면 괜스리 차량님들 소통 방해해서 미안해지는 나라,

참으로 각박했고, 각박하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하는 곳에서 살아 왔구나 싶다.

 

그래, 길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서있는 것이 아니라면 (길은 가라고 있는 것이니), 느리든 빠르든 가고 있다면 누구도 욕할 자격은 없다.

타인의 인생이 느리든 빠르든 비하하거나 욕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빵안다란의 상징물인 모양인데, 뭔진 모르겠다.

바다괴물인가?

어쨋든 이때 시간 오후 4시, 총 9시간 걸렸다.

주유 한 번, 중간에 식사 따위는 없었으니, 뺄 거 없이 그만큼 걸렸다고 볼 수 있겠다.

 

로터리를 지나 직진하면 빵안다란 관광지구 정문이 나온다.

오토바이는 무사통과, 차량은 차 1대 당 입장료 3만5천 루피아를 내야 한다. (내외국인 구분 없음)

입장료를 안내는 다른 입구가 있긴 한데, 굳이 여기에 공개하진 않겠다.

인니 대다수의 관광지와는 달리 제법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만 처먹고 관리를 안해서 더러웠다면 모를까, 입장료를 지불한 가치가 있다면 응당 돈을 내야하지 않나 싶다.

 

저렴한 여행, 절약하는 여행...

예전 같으면 뒷길, 뒷문 같은 것이 저렴한 여행에 좋은 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그 생각에 변화가 있다.

비용에 인정할 만한 당위성이 있다면 가급적 지불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비용은 근거 없는 억지로 막연히 책정된게 아니라, 다 그만한 명분과 이유가 있어서 형성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조건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는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 혹은 양심이 비추어, 전혀 납득이 가지 않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지불하지 않을 수 있다면 지불하지 않아도 좋다고 본다.

가령, 족자카르타의 보로부두르나 반둥의 땅쿠반쁘라후 화산의 입장료가 내국인과 외국인 간에 터무니 없이 차이 나는 경우가 그렇다.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 열 배로 오염 시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깨끗하다), 차지하는 공간이 몇 배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그건 차별이므로 잘못된 것이다.

한국 국립박물관에 인니인 입장료만 10배 받으면, 한국 여행할 정도의 인니인이라면 어지간한 한국인보다 훨씬 부자일테니 별 거 아닌 요금일지라도, 기분 나쁠게 당연한 일이다.

 

요즘 인터넷 블로그의 여행기들 중 고생 쫄쫄 저렴 컨셉 여행기를 보면, 이건 좀 아닌데 싶은 대목들이 가끔 눈에 뜨인다.

마을 사람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들어가서 입장료를 아꼈다거나, 현지인들 하는 거 보고 차량 무임승차를 했다거나 하는 내용이다.

남의 집에 찾아가 허락을 구해 마당에 텐트 치고 잤는데, 허락해준 집주인의 친절에 감사했다는 무용담 같은 것도 좀 미묘하다.

경찰서 등 관공서라거나,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초대했거나 흔쾌히 허락했다면 괜찮다.

하지만 그게 거절하기 어려워서 마지못해 허락한거라면 얘기가 다르다.

친절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폐다.

또한, 예상치 못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도움을 요청한 거라면, 마지못해 도와줬다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게 인정이다.

하지만, 최저 비용으로 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부터 비용을 아낄 방법 중 하나로 생각해 뒀었다던가, 지불할 능력은 충분히 되지만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양해를 구해야 한다면 그것은 폐다.

협상이나 흥정을 한다면 그것은 폐가 아니다.

내 생각이 그렇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비난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도 '어쩌다 보니'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무료 입장하게 되는 상황 좋아한다.

상황에 따라 무임승차고 뭐고 해야 할 거 같다면 얼마든지 할거다.

요컨데 자랑할 만한 무용담은 아니라는 얘기다.

 

Agoda로 예약한 숙소, Mango Guest House 간판이 보인다.

사진 속 큰 건물은 Melia Beach Hotel 이고, 망고 게스트하우스는 호텔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안쪽에 있다.

해변 옆 도로에 이어진 저 골목은 길이 좁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고, 반대편은 그나마 차 한 대 빠듯이 들어갈 정도는 된다.

 

반대편 골목

 

망고 게스트 하우스

 

도착시간 4시 반, 아고다에서 예약한 바우처를 내미니 깔끔하다.

아고다 정말 편리하다. (www.agoda.com)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묵을 방의 프랑스인 남녀가 짐을 방안에 둔 채 문을 잠그고 열쇠를 갖고 관광을 나가 버린 것이다.

별로 화는 나지 않는다.

 

인니에서 살면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 하다.

화가 날 상황에 우선 생각을 해본다.

화를 내서(어필을 해서) 해결될 일인가, 손익은 무엇인가.

생각 해보고 필요에 따라서 화내는데 익숙해졌다.

화는 자기도 모르게 나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나는 것과 내는 것은 다르다.

화를 내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화가 나는 것은 몰라도, 그 화를 표출하는 것은 통제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지만 표현을 참을 수 있듯, 화라는 감정 역시 표현을 참을 수 있다.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그럼 짐이라도 맡아달라 얘기하니 놀란 표정이다.

좋은 사람이라며 더욱 친절하게 대해준다.

화를 내지 않아서 얻은 이익, OK

그 개념 말아 처먹은 프랑스 코쟁이 년놈들은 언제쯤 오는 거냐고 물으니, 아마도 6시 쯤 올거 같다고 한다.

내 생각엔 빌어 처먹게도 낭만에 환장하는게 프랑스 생물들이니, 바닷가에서 일몰까지 감상하고 6시 반 쯤 오지 않을까 싶다.

 

새벽에 식은 피자 한 조각 먹고 9시간 내내 굶었다.

이미 허기는 느껴지지 않고 어질어질 몸에 힘이 없는 상태다.

기다리는 김에 밥이나 먹겠다고, 관광객 상대 말고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니, 관리인 아줌마의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냉큼 나서서 오토바이로 에스코트까지 해준다.

이것도 화를 내지 않아서 얻은 이익이라 생각하고 싶다. :)

누구에게나 친절한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거고.

 

갈룽궁1 Galunggung1 사떼 식당

(Galunggung은 반둥과 빵안다란 사이에 위치한 따식말라야 Tasikmalaya 지역에 있는 화산 이름이다.)

갈룽궁1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미어터지는데 바로 옆에 갈룽궁2 식당은 손님이 전혀 없다.

둘이 자매(혹은 남매)지간인데, 갈룽궁2는 음식 맛이 없다고 한다.

 

건너편에 통신탑이 있어서 찾기 쉽다.

 

인니 꼬치구이인 사떼 Sate 가 주종목

맛있긴 한데, 찾아 가서 먹을 정도로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무려 아홉 시간 만에 소분뚯 Sop Buntut 으로 해장을 한다.

Sop은 스프, Buntut은 끝, 끄트머리, 인니 소꼬리탕이다.

맛있긴 한데... 너무 짜다.

한 숫갈 떠먹으면 저절로 밥 두 숟갈을 부른다.

 

어쨋든 뭐가 좀 뱃속에 들어가니 현기증이 가신다.

5시 좀 넘었다.

해변에 내리고, 기사는 빵안다란 근처인 고향 부모님집으로 보냈다.(근처라고 해도 3시간 거리다. ㅋㅋ)

 

휴대폰 파노라마 촬영 기능 만세! +_+b

내 생각엔 디카도 얼마든지 이런 기능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없나 모르겠다.

 

유명한 것 치고는 해변이 한적한 편이다.

제법 깨끗한 것도 맘에 든다.

해변 관리 상태 때문에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저 멀리 해변에서 툭 튀어 나온 숲 지역은 국립공원이다.

 

그물침대에 누워 힘 빠진 물고기처럼 늘어지고 싶게 만드는 풍경

구름이 풍부하고 태양이 높은 열대 지방에서는 사진 속과 같은 빛무리의 장관이 그리 신기한게 아니다.

 

모래입자가 고와 해변에 말도 다니고, 오토바이도 다닌다.

아직은 초록이 인간보다 강한 나라이다 보니, 말은 유지비가 저렴한 수단이다.

오토바이는 기름을 먹고, 기름은 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말은 풀을 먹고, 풀은 수고를 필요로 할 뿐이다.

 

밍기적 거리다 6시쯤 다시 숙소로 왔다.

예상대로 빌어 쳐먹을 불란서 커플은 아직 안왔다.

숙소 프론트 건물 앞 벤치에 앉아, 관리인 아줌마와 근처 갈 만한 곳 얘기를 나누다 보니 20여분 쯤 후에 그 바퀴벌레 색히들이 왔다.

아줌마가 왜 늦게 왔냐고, 저기 손님이 체크인 못하고 계속 기다렸다고 하니, 이쪽을 흘끔 보고는 시선을 피한다.

그래도 지들 한 짓이 미안한 짓인 줄은 아나보다. 사과를 안해서 그렇지.

 

드디어 저 방에 짐을 풀었다.

아고다의 단점은 방을 직접 보고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거다.

돈 좀 더 들더라도 경치 괜찮고 구석진 곳이 좋지만, 감수해야 할 일이다.

 

15만 루피아 치고는 시설은 양호하다.

청소가 잘 돼있어서 마음에 든다.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비누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망고 게스트하우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은 여행짐 챙길 때 비누 등을 따로 챙기는데, 이번 여행은 별 준비 없이 대충 와서 빼먹었다.

아뿔사, 다구 콘센트도 깜빡했다. 피우는 모기향도...

인니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 콘센트 구멍이 인색하다.

방에 한 두개 정도. 심하면 방에 한 개 뿐인데 TV 플러그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냉큼 사러 나간다.

정보나 준비가 부족하면 그만큼 돈이 깨지는게 여행이다.

보통 크기 비누가 4백원, 피우는 모기향 3백원, 다구형 콘센트도 천원이 안된다.

가격은 얼마 안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이라 아깝다.

 

4명이 탄 리무진 자전거 옆으로 4명이 탄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이유는 다르지만 어쨋든 둘 다 놀라운 광경이다. ㅋㅋ

 

모기향에 불을 지르고, 한 시간 정도 뒹굴 거리다 8시 쯤 되어 밥을 먹으러 나갔다.

 

빵안다란의 대세, 화려한 4륜 자전거

저런걸 타고 즐겁다고 깔깔 거리며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현지인들이 소박하다.

외국인들은 당연히 안탄다. ㅋㅋ

 

인적이 약간 드문 곳도 위험하지 않은 분위기다.

외부인에 배타적이지 않은 것 같다.

맘에 든다.

 

해변은 깜깜 그 자체다.

드문드문 있는 해변 레스토랑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뭔 짓을 해도 안보일 것 같다.

인도양 대양에서부터 아무 장애물 없이 들이치는 파도의 박력있는 중저음 때문에 어지간한 소리는 다 묻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분위기다.

'잘 때는 손만 꼭 붙잡고 잔다는건 알았으니까, 일단 해변에 산책부터 가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얘기해 보자' 라고 해도 괜찮을 판이다.

비 오는 날 우산 밑이 그렇듯, 탁 트였지만 분리된 공간은 묘하게 사람을 방심시킨다.

그리고, 방심은 참 좋은 거다.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나를 저질이라 욕할 자격이 없다.

오직 뭔 얘긴지 이해를 못한 사람만이 욕 할 수 있겠다. (이해를 못하니 욕도 안하겠지만)

어쨋든 저런 곳을 혼자 어슬렁 거린 나를, 동정 만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