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elitung] 01. 아무런 기대 없는 삶은 좋지 않지만, 별다른 기대 안하는 여행은 대게 좋다.

명랑쾌활 2012. 5. 30. 17:58

블리뚱 (인니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국식 표기임) 섬.

제주도 면적의 2.5배가 넘는 땅을 섬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일본도 섬이라고 하는데 까짓거 아닐 건 또 뭔냐 싶다.

좋다는 얘기는 간간히 들었는데, 정작 디테일한 정보는 찾기 힘들다는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2의 발리로 만들겠다는, 롬복이 들으면 화낼 만한 건방진 소리도 구미가 당겼고.

 

이곳이 주석으로 유명하다는 사실, 그 때문에 영국에 의해 강제 이주된 중국인의 후손들이 많이 산다는 사실, <무지개 분대 Laskar Pelangi>라는 인니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의 배경이라는 사실 등은 지금 언급한 것으로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겠다.

그런 배경들이 이 곳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배경이긴 하겠지만(그렇다. 중요하다!), 관광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딴게 궁금한 사람은 인터넷을 뒤져 보시기 바란다.

여자가 이쁘고 가슴 크면 그 자체에 감사하며 하이힐에 입 맞추고 밟히며 개처럼 복종하면 되는 것이지, 뭘 먹고 그 지경이 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옳바른 변태의 품행이 아닌 것이다.

 

자카르타 공항 국내선 청사 익스큐티브 라운지 화장실에서...

 

뜬금없는 화장실 사진으로 시작한다.

이 상황이 되기까지의, 나로서는 중요하지만 읽는이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황한 이야기 두 가지를 해야겠다.

싫으면 그냥 건너뛰면 된다.

나에게는 쓸 자유가 있고, 읽는이는 싫으면 읽지 않을 자유가 있다.

완벽한 상호존중의 관계 아닌가.

 

쓸데 없는 이야기 첫 번째.

블리뚱 여행은 본래 죤망한 마나도 여행에 대한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2월에 계획하여, 3월 22일~25일 연휴를 이용해서 가기로 3월 초에 항공권까지 예매했었다. (3월 23일 금요일 = 힌두력 신년 = 인니 공휴일)

그러나 본사 회장님 방문 스케줄이 잡혀 25%의 취소 수수료를 물고 항공권을 취소했다.

(내가 아니면 수행할 사람이 없다... 젠장)

다시 4월 5일~8일 연휴를 이용하여 가기로 계획 하였으나, 거래처에서 출장자가 한 달 일정으로 오기로 하여 취소했다. (4월 6일 =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날 = 인니 공휴일)

(내가 아니면 수행할 사람이 없다... 제기랄)

아, 이 때부터가 블로그에 글을 전혀 못 올리던 때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으면 좋아하지 않는 일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그럭저럭 모든 일이 끝나고, 출장자도 돌아가고, 다시 새롭게 블리뚱 여행을 위해 4월 말 쯤에 항공권을 예매했다.

일자는 5월 17일~20일, 목요일인 17일은 부활절로 휴일이고, 근 2개월 반을 사생활 없이 출장자들 수행한 나는 금요일을 연차를 써야 마땅하다.

그러나 5월 초에, 전번에 왔었던 거래처 출장자가 5월 14일 월요일부터 다시 출장 오겠다는 통보가 왔다.

목요일부터 연휴라 출장 효율이 적으니 일정을 변경하라는 요청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와야겠다는듯, 상부에 신청해서 결정났다며 협조공문까지 보내와 버렸다.

결국 난 25%의 취소 수수료를 물고 다시 항공권을 취소해야 했다.

(내가 아니면 수행할 사람이 없다... 씨^%%$#%%)

그러나 항공권 취소한지 3~4일 후, 출장 계획이 전면 취소되었다는 통지가 왔다.

거래처 출장자가 상부에 신청만 한 것을 결정났다고 통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때쯤 인니 연휴라 여행가겠다는

이쯤 되니 오기가 생긴다.

어떻게든 블리뚱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블리뚱 행 티켓을 다시 끊고야 말았다.

(여담이지만, 블리뚱에 체재하는 동안, 내가 거래하는 여행사에서 이번에는 진짜로 갔냐고 연락이 왔다.)

블리뚱행 티켓을 최종적으로 시원하게 예매하고 나서, 후배 H양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획과 취소가 반복되었던 그의 인니행 여행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오우, 원래는 만약 온다면 같이 발리를 가기로 했었는데, 이것이 블리뚱 행을 막는 마지막 시험인가?

더이상의 취소는 없다!!

H양의 여행 일정을 조정하여, 블리뚱을 동행하고 발리롬복은 H양 혼자 가기로 했다.

 

쓸 데 없는 이야기 두 번째.

H양이 출발 전날 왔다.

거의 1년 만에 재회가 반가워 갈비살에 소주를 달려 버렸다.

미친 짓이었다.

가뜩이나 출장자들과 술자리가 잦았던 이후로 요근래 혼자 지내면서는 술을 안먹고 있었다. (좋아하던 것도 업무로 장기간 하게 되면 당분간은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다음날 새벽, 간만에 소주를 달린 댓가로 판단력의 핀트가 어긋나는 증상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다음날 일정을 묻는 H양에게 06시 쯤에 공항으로 출발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고 다음날, 간만에 마신 술에 화장실을 두어 차례 더 들락거리고는 06:30에 느긋하게 출발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언제냐는 H양에게 전자항공권을 주고는, 공항 가는 내내 자빠져 자다 설핏 잠에서 깨니 07:30이다.

막히면 2, 3시간은 걸리는데, 다행히 안막히고 한시간이 안걸려서 온 것이다.

난 이륙시간까지 아직 3시간이나 남았으니, 차에서 잠이나 한 시간 더 자자면서 다시 누웠다.

" 출발 한 시간 남았는데?"

뜬금없는 H양의 말에 항공권을 보니 출발 시간이 08:30이다.

내 판단력이 어디가 고장난 것인지, 출발 시간을 공항 도착시간으로 잘못 기억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래는 공항에 이미 도착했어야 할 시간인 06:30분에 숙소에서 느긋하게 출발한 것이다.

거기다 덧붙여, 만약 H양에게 전자항공권을 주지 않았으면, 운좋게 1시간 전에 공항 도착하고도 공항 주차장에서 1시간 자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치는, 해외토픽에나 나올 해프닝이 벌어질 뻔 했다.

부랴부랴 공항청사에 들어가 티켓팅을 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우리 표가 나오질 않는다.

출발시간 15분 전에 직원이 설명한다.

항공사 실수로 정원 이상의 티켓이 발권되어서 지금 좌석이 1개 밖에 없댄다.

그리고, 다음편 좌석도 1개 밖에 없기 때문에 한 명씩 나눠가야 한댄다.

이미 벌어진 일에 지랄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평소대로 2시간 전에 도착해서 발권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했으나, 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자유를 외치는 뱃속 내용물들의 아우성에 이미 난 정상적인 직립보행마저도 힘든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무게 꽤 나가는 배낭을 매고 이미 탑승 시간이 약간 넘은 비행기까지 속보로 가는 행위는, 자카르타 공항 창사 이래 최고의 참사를 자초하겠다는 소리다.

(인니 매스컴은 모자이크도 잘 안해준다...ㄷㄷㄷ)

뒤는 내가 맡을테니 너는 걱정말고 부디 떠나라는 비장한 말을 남기고, 나는 항공사가 사과의 표시로 안내해준 Excutive Lounge의 화장실, 그것도 남자 화장실은 누가 있어서 여자 화장실에 돌입하여, 뱃속 내용물들의 요구조건에 응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저 사진이 첫머리에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이 블리뚱 여행기 시리즈의 마지막에 쓸 계획인, 어떤 어긋남에 관한 이야기의 나비효과 시작점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물론 저 사진은 작업(?) 중에 찍은 것이다.

그 작업을 하면서 시집을 읽거나 녹즙을 마시는 것보다는 덜 위선적이지 않능가?

그나저나 화장실 위생상태를 보건데, Excutive의 수많은 뜻 중 Lounge에 쓰이는 뜻은 '고급'이 아니라 '특별한'이 아닐까 싶다.

아주 특별한 화장실이었다.

아, 그래도 에어컨이 있는 흡연실은 좋았다.

내 방 말고는 요즘 에어컨 쐬면서 담배 피울 수 있는 기회가 흔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비천한 흡연자 나부랭이를 위해서도 에어컨을 틀어주는 인천공항 만세다.

그리고 그런 인천공항을 매각매입하려는 매국노는 지옥에나 가버려라!

 

여러 의미로 기억에 남는 첫 만남을 가진 스리위자야 항공기

이래뵈도 인니 저가항공사 중에 연착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 (23%, 네 번 중 한 번. ㅋㅋ)

가장 높은 항공사는 라이언 에어다. (오십 몇 %, 두 번 중 한 번!)

 

스리위자야 항공사의 잡지에 등장한 빅뱅과 시스타.

 

인니의 한류 바람도 심상치 않다.

한국어가 섞인 인니가요도 가끔 나오고, 쇼프로나 드라마에서도 한국에 관련된 아이템들이 제법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국가요에 중간에 영어로 원투쓰리포 추임새를 넣듯, 인니가요 중에 하나둘셋넷 이라는 추임새가 들어가는 곡이 있다.)

원래 한국 다큐에서 한류가 어쨌네 저쨌네 하는 기사들은 안믿는 편이다.

국민 자긍심 고취와 정부에 대한 불만 해소 목적의 선전선동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특히 심하다. 한인 3세가 미국 장관이 됐다느니 어쨌다느니 그런 식으로. 아니 한인 3세면 정체성도 거의 미국인이겠구만. -_-;)

그런데, 현재 인니에 불고 있는 한류를 보면, 한국 기업에서 스폰을 밀어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기획적이고 인위적이라기 보다는, 인니 기업들과 소비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한류 이미지를 마케팅하고, 또 선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뭐랄까... KPOP은 유행에 민감하고 잘나가는 애들의 세련되고 핫한 아이템이 되었다고나 할까?

매사 비판적으로 까대는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느껴진다.

인니 아가씨가 한국 노래 좀 부를 줄 알면 가라오케 아가씨라고 무조건 낙인 찍지 않아도 되겠다.

 

저가항공사 주제에 기내식을 제공하는 훈늉한 항공사, 스리위자야 에어.

자카르타에서 블리뚱은 1시간이 채 안걸리므로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허겁지겁 먹어줬다. -ㅂ-

 

한국의 지방 고속버스 터미널보다도 작은 딴중 빤단 Tanjung Pandan 공항.

 

타고 온 비행기 외에 다른 비행기가 단 한 대도 없다.

 

그럴거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택시가 없다.

제일 먼저 달려든 삐끼의 차에 탔다.

10만 루피아를 부른다.

목적지까지 얼마 거리인지 사전 정보가 있어야 깎던지 말던지 할 거 아닌가.

비싸게 부른게 뻔할테지만 설마 두 배야 부르겠나.

원래 얼마인지는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다.

군말 없이 오케이 하고 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거의 두 배 가격이었다. -_-;

 

큰 길에서 공항에 들어서는 유일한 통로마저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하다.

 

블리뚱에서 가장 큰 도시는 서부의 딴중 빤단과 동부의... 뭐시기다.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이곳에 모여 있어서, 이 곳으로 향했다.

 

딴중 빤단 내에서도 가격도 적당하면서 해변에 가까운 숙소를 물색했었다.

위 화살표에 위치한 숙소다.

시설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여, 하루만 예약했다.

 

첫 1박을 하게 된 하를리카 자야 호텔 Hotel Harlika Jaya.

 

묵은 방.

20만 루피아에 이 정도 수준이면 그럭저럭 양호하다.

 

모든 방들이 바깥쪽으로는 창문 하나 없고, 안마당을 둘러싸고 안쪽으로 창문이 나있다.

그리고 마당 중심엔 식탁과 의자가 있다.

 

숙소 건물 옆 울타리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낚시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저 멀리까지도 허리 밖에 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울타리에 팔을 기대다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불개미들이 돌아 다닌다.

바람에 날려 피부에 떨어지면 다짜고짜 물어뜯기부터 하는 흉악한 넘들이다.

급히 팔을 뗀 언저리에 모여 침입자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숙소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아서 일정의 나머지인 2박도 묵겠다고 했으나,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알았다고 하고, 오토바이 렌탈을 물었다.

구글 지도 프린트해서 몇 군데 숙소 찍어 놓은데를 직접 가서 보고 예약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오토바이도 다 빌려가서 없댄다.

다른 교통수단은 없냐고 물으니, 오젝이 있긴 한데 여기서는 거의 안다닌댄다.

그럼 꼼짝없이 걸어 다녀야 하냐니 자긴 모르겠다며 씨익 웃는 얼굴이 해맑아 차마 화가 나지 않는다.

무성의한게 아니라 정말로 몰라서 그래 보였다. ㅎㅎ;

그럼 근처에 여행사무소는 있냐고 물으니 그것도 잘 모르겠단다.

아직은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고, 그냥 숙소만 제공하는 모양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 씨익 웃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 정서에서는 성질이 빡 솟구칠 수도 있다.

장냔하냐? 지금 고소하냐? 재밌냐? 아주 남일 얘기하듯 하네?

뭐 이런 종류의 화가 나는 거겠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서로 문화가 다를 뿐이다.

우선, 당연히 남일이다. 내가 일하는 친구 삼촌도 아니고 당연히 남 아닌가?

그리고 숙박업소가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또한, 한국과 달리 인니인은 곤란한 일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웃는 표정을 짓는게 보통이다.

고소해서 웃는다기 보다는 그냥 자기도 도움 못줘서 아쉽다는 뜻이다.(미안해 하는 것은 아니다!)

 

이쯤 되니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내일 묵을 데가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방으로 돌아와 숙소들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찾아가 본다는 건 힘들겠다.

혹시 몰라 프린트 해 온 숙소 리스트와, 느려터진 3G로 한 아이폰 인터넷이 구명줄이었다.

원래 주말마다 그런건지, 나 온다고 소문나서 그런건지, 전화 건 숙소마다 금, 토는 풀 부킹이다.

10여 군데에서 퇴짜 맞자 다급해진다.

1박에 7,8만원이 넘는 비싼 숙소를 걸어봐도 소용없다.

블리뚱에서 제일 비싼 리조트인 로인 Lor In 마저도 풀이다.

거의 20번 째 가까이 시도한 끝에 믄다노 블리뚱 호텔 Hotel Mendanau Belitung에 방을 예약할 수 있었다.

너무 싸고, 위치도 도심이라 피했던 곳이지만, 찬 방 더운 방 가릴 때가 아니다.

그나마도 제일 비싼 방(그래봐야 2만 5천원 정도)과 그 다음으로 비싼 방(그래봐야 2만원 정도) 하나씩 밖에 남지 않았댄다.

 

주를 해결하니 식의 욕구가 몰려온다.

사냥 겸 해서 주변을 정찰해야겠다.

 

숙소 바로 옆의 딴중 쁜담 해변 Pantai Tanjung Pendam

하늘도 빛커튼을 내려 나의 왕림을 축하하고 있다.

 

뭔가 충격에 나간듯한 상어

하긴, 누구든 꼬맹이들이 항문으로 들어가 입으로 미끄럼 타고 나오는 상황에 처한다면 평상심을 유지하긴 힘들 거다.

 

하띠까 코너 레스토랑 Restoran Hatika Corner

뒷편에 보이는 흑적의 건물은 비싼데 별로 안깨끗하다는 그랜드 하띠까 호텔 Hotel Grand Hatika다.

이 호텔도 꽉 찼다고 부킹을 거절했었다.

 

 

약간 큰 것이 흠이지만 나오는 음악이 일단 모던한 팝송이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깨끗해 보인다.

동행한 H양은 덜 위생적인 인니 음식에 대한 내성이 없을테니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단돈 3천원 짜리 피자

 

피자를 좋아하다 못해 딸 이름을 피자라고 짓고 싶은 내가 피자를 지나칠리가 없다.

도우가 좀 퍽퍽한 것 빼고는, 소박한 토핑에 비해 맛이 상당히 괜찮았다.

H양이 시킨 볼로냐 스파게티도 고기를 듬뿍 쓴 수제 소스가 아주 좋았다.

합격! 합격! 위치만 좋은 그저 그런 레스토랑 수준은 아니다.

위치도 좋고, 깨끗하다.

무엇보다도, 서빙보는 아가씨가 예쁘고 상냥하다. +_+

팔다리가 늘씬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것이 중국계가 아닌가 싶다.

그럼 얘긴 다 끝난거다.

진정한 남자는 행주를 갖다 줘도 갖다 준 성의를 생각해서 기꺼이 먹어야 하는게 예쁜 아가씨에 대한 도리다.

정 먹기 힘들면 케찹이라도 쳐먹는거다.

 

밤에 공연이라도 하는지 한 켠에선 무대 설치가 한참이다.

무대 뒤에 현수막을 붙이는걸 물끄러미 보던 H양이 한 마디 한다.

" 저거 옆에 호텔 현수막 같은데, 기왕 달려면 뒤집어 달지 왜 저런데? 뒷면에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 달았다고 어디론가 갔다가, 얼마 후 와서 도로 떼어서 뒤집어 단다.

그러면서 지들끼리 뭐라뭐라 낄낄 거린다. ㅋㅋ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직설적으로 말해 '띨띨한'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무경험자 입장에서 봐도 왜 저렇게 할까 싶어, 얘기하면 모르면 조용히 하라고 막 우기기도 한다.

예전에 숙소에 가구 들일 때 있었던 일이다.

2층의 내가 쓰는 방에 책상을 들여야 하는데, 1층 거실에서 조립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에 들여서 조립하는게 훨씬 편하다.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가만히 지켜봤다.

다 조립하더니, 그걸 둘이서 낑낑 이리저리 부딪히며 계단 올라가느라 고생, 문 통과하겠다고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고생.

뭔가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2층의 나머지 방에 들어갈 책상은 방에 들이고 난 후, 조립했다... -_-;;;

 

그래도 좋은 점은,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거다.

힘들게 낑낑거리고 씩씩 거리면 짜증나서 서로 탓하거나, 상급자가 멍청하다고 욕 할 만도 한데, 그냥 낄낄거리고 만다.

(그렇게 뻘짓하다 다 못끝내면, 내일 와서 끝내겠다고 하고는 며칠 지나서 오기도 한다... -_-;;)

인니의 경제 성장이 한국보다 뒤떨어졌다는 사실과 한국이 인니에 비해 행복지수가 비교도 안되게 낮다는 사실의 아주 단편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찰 코스

 

이슬람 회당 Mesjid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건축물은 전혀 아니게 생겼다.

 

인니에서 거리가 이 정도로 깨끗하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시장...이라고 해야하나,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상가라고 해야하나.

해지고 나면 외식 나온 사람들이 우글우글 하다.

 

초딩들이 인니에 널리고 널린 천연잔디 구장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눈치 빠른 한 녀석이 포즈를 취하더니...

 

공놀이고 뭐고 공은 냅다 걷어 차버리고 마구 포즈를 잡는다.

찍고서 손을 흔들어 줬더니 땡큐랜다.

사진 찍었는데 고맙다라... 감동적이지 않응가?

발전이나 생활 수준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때가 덜 묻었다는 말이 정말인거 같아 마음이 따듯해진다.

블리뚱이 그냥이 아니라 마구 좋아지기 시작한게 이때부터였다. :)

 

애덜 축구하던 곳 건너편에 있는 식당

불 피우는 것으로 보아 구이요리가 전문인가 보다.

딱 보기에도 여기 맛집일거 같다 싶었는데, 저녁 때 보니 미어터지고 난리도 아니다.

여기 때문에 이 일대가 막힐 정도였다.

혹시 H양 탈날까봐 패스했는데 다음에 가면 꼭 가봐야겠다.

 

교회도 있다.

중국인 후손들이 많이 살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손에서 광선을 쏘고 계시는 예수님...이겠지?

흠... 뵌 적이 없으니 원...

출생지로 봤을 때, 예수님 외모는 아랍 계통이 아닐까?

왜 대부분의 그림들 속의 예수님은 유럽계 외모일까?

이건 그냥 단순한 의문이니 기독교나 천주교인들은 딴지 걸지 말자.

 

더럽다 못해 씨꺼먼 물이 흐르는 하천이 지나는 다리

거리는 깨끗한데, 아직 하천까지 깨끗하게 관리하는 수준은 아닌가 보다.

어렷을적, 할아버지댁 옆에 흐르던 가끔은 빨간색, 가끔은 노란색, 가끔은 보라색이었던 하천이 떠올랐다.

상류에 염색공장과 닥꽝공장이 있었다.

 

요 길 변에 전화로 예약한 두 번째 숙소가 있었다.

 

숙소에서 하천 너머로 독특한 형태의 건물이 보인다.

평범하면서도 왠지 유니크했다.

 

오른쪽 하늘색 지붕은 항구로 가는 문, 왼쪽은 수산시장으로 가는 문이다.

왠지 중국스럽다.

 

수산 시장 옆으로 중국사원이 보인다.

 

수산시장의 다른 입구

중국인 후손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자어로 길 이름이 쓰여져 있다.

수산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포구 근처에 있을뿐 그냥 시장이다.

 

왠지 중국스러운 건물과 거리... 라고는 하지만 사실 난 중국에 가 본 적이 없다. ㅋ

거리가 깨끗하다는게 새삼 신기할 뿐이다.

 

귀찮아서 구도잡고 안찍었는데,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이 빌리톤 Biliton 호텔이다.

저층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1박에 7,8만원 하는 비싼 호텔이다.

 

딴중 빤단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로터리

한편으로 일가족이 탄 스쿠터가 찍혔다.

인니는 혼자 잘 걸어 다닐 나이가 되면 저렇게 스쿠터 앞좌석 앞 공간에 서서 탄다.

위험해 보이지만 애들은 의외로 적응을 잘 한다.

물론 사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는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저렇게 영재 교육을 받고 자라니, 커서는 오토바이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아기도 만들고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아기 만드는 것은 미국의 문화영화에서도 나온 아이템이니, 그리 특별한 건 아닌가?

 

앞의 낡은 집을 시원하게 부숴버리고 지을 만도 한데 증축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몇 번의 증축을 통해 신기한 모양을 하게 되는 건물들이 종종 있다.

다 짓고 나서 앞을 부술 수도 있는 일이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로 예약했던 믄다노 블리뚱 호텔에 들러, 스쿠터 임대를 부탁했다.

신분증 맡기라고도 않고 시원하게 빌려준다.

하루에 8만 루피아 부르는 걸 깎아서 7만 5천 루피아에 빌렸다.

재주껏 깎으면 5~6만도 가능할 것 같지만, 그럭저럭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걸로 교통편도 해결이다!

오토바이 운전은 커녕 뒤에도 타 본 적이 없다는 H양을 뒤에 태우고 홀가분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어설피 아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게 낫다고, H양 태우는건 편했다.

예전에 출장자 데리고 발리 가서 스쿠터 뒤에 태웠었는데, 내가 기울이는 반대쪽으로 몸을 자꾸 재쳐서 운전하기 힘들었었다.

요령 하나 알려주자면, 방향 전환을 위해 오토바이가 기울면 뒤에 탄 사람은 기운 쪽으로 그냥 머리만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적당히 이동된다.

이건 스노우 보드나 스키의 점프 회전 때도 요긴하게 쓰이는 체중심 이동 조절 요령이다.

 

하를리까 자야 호텔 바로 옆의 수수께끼의 가게

간판에는 비치클럽 Beach Club이라고 써있었는데, 낮에는 전혀 영업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산책 나왔는데, 누군가가 나와서 문을 닫고 있었다.

밤에 문 열어서 새벽에 닫는 빤짝빤짝 알다마 조명 간판의 가게라...

난 도저히 모르겠으니 다음에 혼자 오면 한 번 가봐야겠다.

정말정말 무슨 가게인지 몰라서 순수한 호기심에 가보고 싶은 거다.

(나란 인간은 왜 이리 아이처럼 해맑고 호기심이 많은 것인지 원...)

 

인니는 전반적으로 전력 사정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가로등 설치가 인색하다.

(한국이 과도하게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8시쯤 나와서 하띠까 코너에 갔다.

뭔가 공연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스피커로 음악만 틀어주고 있었다.

예쁘고 상냥한 나의 서빙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사운드 테스트하려고 무대 설치 한 거고, 공연은 주말에 한댄다.

아직 배가 그리 고프지 않다.

공연이 없다면 굳이 지금 자리를 잡을 필요는 없겠다.

밤 10시까지 영업한다니 해변 산책 좀 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산책하다 적당한 밴치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카메라 (판매)의 전문가 H양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작년 초에 인니 들어오기 전에 거금을 주고 샀던 (H양 소개로 샀다) 하이엔드 약간 아래급 카메라에 노출 조절, 셔터속도 조절, 연속촬영 등등 별의 별 설정을 수동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그것도 모르고 1년이 넘게 자동 기능과 동영상 촬영 기능만 쓴 거다.

카메라 녀석이 얼마나 날 욕했을지...

난 내 카메라의 놀라운 능력을 무시한 악덕주인이었다. -_-;

 

셔터속도를 15초로 해 놓으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저편의 사람들 옷 색깔까지 나온다.

(노란 불 및의 빨간 옷. 육안으로는 사람 형체만 검게 보였다. +_+)

 

해변가 가게들

한국 같으면 당연히 술판이 벌어졌을텐데...

 

연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도블럭을 깔고 있다.

 

정말정말정말 놀랍게도, 맥주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_+

인니에서 처음 봤다.

인니는 주류 판매 허가가 녹록한 나라가 아니어서 노점이 팔 수 있을만 한 아이템이 아니다.

무허가 노점이 아니라 정식 허가를 받았거나, 끝발이 좋거나.

 

딴중 쁜담 해변 내에 있는 유니크 비스트로 Unique Bistro 레스토랑

손님 없는 텅빈 가게에서 혼자 라이브를 하고 있다.

내일 밤에 오기로 찜

 

유니크 비스트로와 함께 딴중 쁜담 해변 라이브 공연 레스토랑의 양대 산맥인 까레소 레스토 & 카페 Kareso Resto & kafe

미국 롹음악이었는데... 길 건너에서 듣기에도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도 유니크 비스트로보다 대체적으로 손님이 많았다.

 

하띠까 코너에서 치킨 스테이크를 먹어줬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익혔고, 소스도 맛있었다. +_+

음악 틀어주는 친구가 KPOP 팬인지 KPOP, 그중에서도 특히 소녀시대 노래가 주구장창 나온다.

The Boys 라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랩버전부터 별의 별 버전을 듣고 또 들었다.

결국 지겨워서 일어났다.

소녀시대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예쁜 여자애들이어서 그런거고, 노래는 진짜 내 취향이 아니다. -_-;

(아예 안듣고 싫어하는게 아니라 신곡 나오면 꼬박꼬박 들어보기는 한다. 하도 여기저기서 나오니 안듣기가 힘들지...)

어쨌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한국노래라니, KPOP 한류가 요즘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어제 과음의 숙취는 맛있는 안주에 맥주를 마셔주니 씻은듯이 나았다.

역시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하고, 술로 생긴 숙취는 술로 푸는 법이다. (응?)

몇 캔 더 마셔도 될듯 했지만 더 무리할 것 없어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