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5.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제법 편리한 물건이긴 하다.

명랑쾌활 2012. 5. 22. 19:41

비교체험 극과 극

 

 


그나마 경치는 Novotel보다 부나켄의 코티지가 나았다. (그거 마저 나쁘면 도대체 존재 이유가 뭔가.)

 

점심도 굶어가며 그야말로 미친듯이 뒹굴거리고 나니 저녁 때가 되었다.

어슬렁어슬렁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스탭들이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고 뭔가 분위기가 부산하다.

오늘 저녁은 음력 신년을 기념해서 부페로 진행한댄다.

(아, 맞다. 난 구정 연휴를 이용해서 마나도에 여행 온 것이었다는게 이제 떠올랐다.)

메뉴 따위는 없고 무조건 부페, 가격은 25만 루피아.

지불 못할 것도 없지만, 난 부페를 즐길 마음도, 혼자 한 끼 때우는데 3만원 가까이 낼 담량도 준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신년 파티라고 떠들썩한데 달랑 혼자서 부페 음식 왔다갔다 꾸역꾸역... 아 씨바 최강의 초라함이다. -_-;

 

그래서 그냥 레스토랑 건너편 빵집에서 빵 몇 개 사들고 방으로 왔다.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보는 사람은 없다. (값도 싸다!)

빵 봉다리를 털레털레 들고 방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생각이 든다.

이번 마나도는 정말 인연이 아니다.



현지 방송에서 현지 연예인들이 나와 한국노래 자랑 특집을 한다. (그러나 부르는 노래는 다 팝송... -_-;)

" 노래와 춤을 해요 " ...ㅋㅋㅋㅋㅋㅋㅋ

딱히 틀리진 않는데 뭔가 어색하다.

보통 저럴 때는 " 춤과 노래를! " 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춤이라는 단어와 노래라는 단어를 같이 쓸 때는 춤이라는 단어를 일반적으로 앞에 쓴다.

그리고 노래나 춤이나 당연히 하는 것이지 먹거나 마시는 것이 아니니까 보통은 생략하고 느낌표를 단다.

물론 인니인들이 이런 걸 알 리가 없다. (어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마 내 인니어도 현지인들에게는 저런 식으로 들릴 것이다. ㅋ...

 

이틀 간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6시에 한 번 깨고는 오랜만에 9시까지 잘 잤다.

(평소 휴일에도 보통 6~7시에 일어난다. 대신 낮잠을 잔다.)

호텔의 꽃은 역시 아침 부페다.

기대했던대로 그저 그렇고 거기서 거기인 전형적인 호텔 아침부페 음식들이 나를 반긴다.

고무타이어급 베이컨 구이를 제외하고는 역시나 거기서 거기인 맛이다. (난 거기서 거기인 호텔 부페 음식을 좋아한다. ㅋㅋ)

그 길쭉한 베이컨이 도대체 씹어도 씹어도 잘리질 않는다.

더 씹다가는 씹느라 고인 침이 삐져 나갈 거 같아서 할 수 없이 그 어린아이 주먹만 한 것을 꿀떡 삼켜야 했다.

설마 나중에 그 형상 그대로 낳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지만, 뭐 그건 그거대로 유니크한 경험 아니겠능가.

세상에 어떤 사람이 베이컨을 낳아 봤겠냐고.

 

체크아웃 시간은 12시, 비행기 출발 시간은 6시.

중간에 4시간 정도 빈다.

인니 여느 공항이 그렇듯 마나도 공항도 후졌으리라 생각해서 호텔에서 시간 때우다 갔는데...

 

간판 오른 쪽의 예수님 동상 사진... 왠지 마나도를 떠나려는 나를 덥쳐서 붙잡으시려는 거 같다는 생각에 잠깐 ㄷㄷㄷ

 

떠나는 날 마저도 잔뜩 흐리다.

도착한 날이 가장 좋은 날씨였다...

 

공항에 변변한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느 공항과 다르다.

지금껏 가봤던 자카르타, 발리, 롬복, 족자, 메단에 비해 훨 낫다.

 

그래봐야 공항 내부로 티케팅하고 들어가면 별 거 없을 거 같아서, 만만하게 조용한 식당에 들어가 인니식 과일 빙수 하나 시켜 놓고 노트북이나 만지작 거렸다.

전기가 귀해서인지, 인니에는 손님 테이블 근처에 콘센트 있는 식당이 드문데, 다행히 여기는 있었다.

명당이구나 좋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티케팅 해서 들어가면 더 편하고 좋은데가 있었다... -_-;

 

티케팅 할 때가 되어서 식당을 나서니, 마나도의 하늘이 나를 배웅하느라 비를 미친듯이 쏟고 있었다.

알았다, 이눔아. 나도 당분간은 여기 다시 올 생각 없다.

다른 데 못 가본 곳도 쎄고 쎈데 평생 다시 올 일이 있을라나 모르겠다만, 그래도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니까 '당분간'이라는 단서는 달아 둔다.

 

도착했을 당시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관광안내소

여기에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일과시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기 시간을 잘 골라서 끊어야 한다. -_-;

일과시간 이후에는 얄짤 없이 닫는다.

일요일이나 휴일에도 예외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거면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_-;;; 

 

승객 수에 비해 지나치게 좋아서 왠지 휑한 공한 내 승객 대기실

 

야자 타르트가 마나도 특산 과자 뿌시래기인 모양이다.

왠지 불량스러워서 딱히 끌리진 않는다.

그나저나 로고의 요리사 그림은 어째 일본만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실제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

인니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로는 세계 탑클래스 국가 중 하나다.

정부가 단속하기는 하지만, 단속원들 마인드가 불법 저작물 근절이 아니라 돈 뜯는게 목적인지라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젠장...

공항 내 대기소에 5만원만 내면 주전부리 부페에 와이파이, 흡연실까지 갖춰진 휴게실이 있었다.

호텔과 공항 바깥 식당에서 어떻게든 시간 때우려 했던 내 뻘짓은 뭐였단 말인가... ㅠ_ㅠ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마나도는 나랑 뭔가 안맞는 모양이다.

 

마나도 공항 흡연실은...

건물 외부에 있었는데...

이리저리 통과하면 검색을 통과하지 않고 외부와 통할 수 있다...

 

이래저래 시간을 떼우고 있자니 출발 30분 전이 되어 사람들이 어디론가 줄 서서 들어간다.

짤없이 30분 전에 탑승인가 싶어 놀라워 하는데...

그럴리가 있나.

대기실 내의 대기실에서 다시 30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한국은 만약 12시 비행기라면 11시 30분에 탑승 시작하여 준비 끝내고 12시에 출발 한다면,

인니는 11시 30분에 탑승 대기를 시작하여 12시까지 탑승 끝내고 그때부터 이륙 준비해서 출발하는게 일반적인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게 마나도를 떠났다.

어지간한 계기가 없으면 다시 올 일은 없을 거 같다.

 

 

마나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1. 어지간히 털털하고 무던하지 않다면, 돈 좀 들여서 괜찮은 숙소에 묵길 권합니다.

  다른 곳도 제법 편차가 심한 편인데 마나도는 유난히 극과 극이네요.

 

2. 굳이 부나켄 섬 안까지 들어가서 비싸고 후진 곳에 묵을 필요 없습니다.

  깨끗한 것은 육지에서 좀 떨어진 바다이지, 뭍이나 섬이나 해변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육지에 있는 리조트 숙소에 묵으면서 배타고 나가서 스노클링이던 스쿠버 다이빙이던 즐기길 권합니다.

  부나켄 자체는... 지나칠 정도로 청정한 곳이라 인프라가 전혀 없어요...;;

  (결정적으로 탈출하기가 힘들어서 응급상황이라도 발생하면... ㅠ_ㅠ)

 

3. 단독 여행으로 와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려면 돈이 많이 들지 싶습니다.

  물은 깨끗한 편이지만 해변 근처에 걸어 들어가 스노클링 즐길 만한 곳이 없습니다.

  배를 빌려야 할텐데 어차피 한 명이던 몇 명이던 기름 들어가는 건 별차이 없기 때문에 혼자 다 내려면 부담이 큽니다.

 

4. 꼭 바다뿐 아니라 마나도 인근 산간 마을에도 호수도 있고 경치도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