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에서 브로모 거쳐 발리까지, 그 고생을 했어도 탈이 안났었는데, 막상 떠나려고 마음 먹으니 감기에 걸려 버렸다.
(비 맞으면서 오토바이 타는 건 그리 무서운 거였다.)
더 웃기는 건, 열흘을 있었으니 하루 쯤 더 있어도 될 법 한데, 꾸역꾸역 교통편 예약하고 감기약을 주워 먹는다.
하긴, 우붓에서 꾸따 Kuta 까지는 차 막혀도 1시간, 못 버틸 것도 없다.
이런게 여행자 마음이랄까.
아프다고 조금 더 있으면 나머지 여행 다 포기하고 계속 눌러 앉게 될까 저어됐나 보다.
꾸따에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다는, 우붓에서 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떠났다.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며, 우붓을 등지고 꾸따로 가는 쁘라마 Prama 여행사의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낭 옆 부분 그물 주머니에 대롱대롱 매달린 비닐 봉지가 눈에 뜨인다.
로까 하우스 아주머니가 감기에 좋다며 굳이 챙겨 주신 오렌지 두 개가 들어 있다.
아주머니는 발리 오렌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랬지만, 솔직히 한국의 귤 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씨도 들어있고, 지린 냄새도 좀 나고...)
다만 아주머니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
잘란 르기안 Jalan Legian에 거의 도착할 즈음 보이는 로터리 석상.
예술의 섬 발리 답게, 정교하고 디테일하다.
르기안 거리에 있는 쁘라마 사무실.
브로모 여행사 사기 행각 이후로 여행사 불신에 빠진 나에게, 앞으로의 일정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담벼락에 척하니 표지를 써넣어 놨다.
이것 참 꾸따스럽다고나 할까.
하필 우붓으로 발리에 첫발을 들인 내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극적인 분위기 변화였다.
태사랑에서 얻은 정보에 나온 숙소들은 모두 가격이 올랐다.
시설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았다.
이미 우붓의 물가에 익숙해진 내게는 모두 다 당최 불만족스러웠다.
그나마 AP Inn은 가격도 만족스러웠고 시설도 좋았지만... 방이 없었다.
내가 봐도 좋은 곳은 남이 봐도 좋은 거다.
돈이라도 걸어 놓고 방 예약을 할까 했는데, 딱 잘라 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방 안생겨도 상관 없다, 돈 다시 찾아가면 되지 않느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 없었다.
엉덩이 갈라지는 부분까지 슬쩍 보일 정도로 반바지를 내려 입은 채 서핑 보드를 들고 다니는 웨스턴 서핑보이들이 우글우글한 곳이라 해도, 결국 인니는 인니였다.
업무 외에 (혹은 업무라도) 책임져야 할 일은 질색을 하는 인니인의 습성을 다시 만났다.
방긋 웃는 얼굴로 끝끝내 방을 잡고 싶다면 내일 오전 10시 쯤에 직접 오라는 카운터 직원을 뒤로 하고 AP Inn을 나섰다.
이젠 지쳤다. 감기도 아직 낫지 않은 몸으로 배낭 짊어지고 땡볕을 돌아다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AP Inn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소르가 Sorga로 향했다.
오, 의외로 시설에 비해 만만한 가격이다.
어차피 찬물 샤워 한 번 하고 팬 밑에 가만히 있으면 선선한 곳이 발리다.
가장 싼 스탠다드 룸 1인을 계약하고 짐을 풀었다.
...밑의 주의문 첫번 째 것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10%의 세금과 10%의 서비스 차지가 가산되지 않은 가격이다.
즉, 12만5천 루피아라는 요상한 가격은, 총 가격이 15만 루피아가 되도록 하기 위한 가격인 것이다.
하루 15만 루피아에 이정도 시설이면 나쁜 편은 아니다.
한국에 비한다면 그렇다.
조식 제공도 하는 식당.
그럭저럭 가격도 무난한 편이었다.
월드컵을 맞아 설치했을 프로젝터가 눈에 뜨였다.
볶음밥 매니아로서 시식 안할 수 없다.
맛만 따진다면 중간은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격 대비로는 평균 이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다.
몸 상태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식은땀 나고 으슬으슬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유명하다는 꾸따 해변에 나가 본다.
파도 힘이 좋다는 것만 빼면 그냥 그저 그런 해변이었다.
다만 서퍼들의 천국 답게, 파도 소리가 웅장하니 힘이 느껴졌다.
라이브 까페에 들러 볼까 여기저기 헤맸지만, 다들 무난한 롹만 공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서핑보이들이라 그런지, 장르도 그런가 보다.
잘 찾아보면 라틴이나 재즈 하는 곳도 있을 법한데 당최 몸상태가 안좋아 피곤하다.
그냥 숙소로 돌아와 스테이크와 사떼 아얌, 맥주를 먹었다.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_-;
혼자 어슬렁어슬렁 다녀도 편했던 우붓과는 달리 꾸따는 혼자는 왠지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곳곳에 들어선 나이트와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웨스턴들과, 닳고 닳아 보이는 현지 장사꾼들이 불편하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불순한 이벤트를 기대하며 활보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의 내 코드는 건전하고 조용한 쪽에 맞춰져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니 뭐 어쩔 수 있나...ㅎ)
게다가 몸 상태가 영 안좋은 것도 꾸따에게 당최 가까와질 수 없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역시 여행은 건강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11시, 밤이 되어 슬슬 오르는 감기 기운에, 여행 치고는 일찍 잠을 청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사나흘 정도는 있으면서 천천히 여기저기 돌아볼까 했는데 그냥 떠나고 싶어졌다.
그 유명하다는 절벽 위의 사원만 가 보고...
발리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BIPA에서 알게된 금발의 러시아 아가씨(오옷!)는 저녁 때 만나고...
(자랑질 맞다. ㅋㅋ. 하지만...)
다음날 떠나야 겠다고 결정하고 잠을 청했다.
(비 맞으면서 오토바이 타는 건 그리 무서운 거였다.)
더 웃기는 건, 열흘을 있었으니 하루 쯤 더 있어도 될 법 한데, 꾸역꾸역 교통편 예약하고 감기약을 주워 먹는다.
하긴, 우붓에서 꾸따 Kuta 까지는 차 막혀도 1시간, 못 버틸 것도 없다.
이런게 여행자 마음이랄까.
아프다고 조금 더 있으면 나머지 여행 다 포기하고 계속 눌러 앉게 될까 저어됐나 보다.
꾸따에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다는, 우붓에서 어서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떠났다.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며, 우붓을 등지고 꾸따로 가는 쁘라마 Prama 여행사의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배낭 옆 부분 그물 주머니에 대롱대롱 매달린 비닐 봉지가 눈에 뜨인다.
로까 하우스 아주머니가 감기에 좋다며 굳이 챙겨 주신 오렌지 두 개가 들어 있다.
아주머니는 발리 오렌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랬지만, 솔직히 한국의 귤 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씨도 들어있고, 지린 냄새도 좀 나고...)
다만 아주머니 마음이 따듯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
잘란 르기안 Jalan Legian에 거의 도착할 즈음 보이는 로터리 석상.
예술의 섬 발리 답게, 정교하고 디테일하다.
르기안 거리에 있는 쁘라마 사무실.
브로모 여행사 사기 행각 이후로 여행사 불신에 빠진 나에게, 앞으로의 일정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담벼락에 척하니 표지를 써넣어 놨다.
이것 참 꾸따스럽다고나 할까.
하필 우붓으로 발리에 첫발을 들인 내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극적인 분위기 변화였다.
태사랑에서 얻은 정보에 나온 숙소들은 모두 가격이 올랐다.
시설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았다.
이미 우붓의 물가에 익숙해진 내게는 모두 다 당최 불만족스러웠다.
그나마 AP Inn은 가격도 만족스러웠고 시설도 좋았지만... 방이 없었다.
내가 봐도 좋은 곳은 남이 봐도 좋은 거다.
돈이라도 걸어 놓고 방 예약을 할까 했는데, 딱 잘라 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방 안생겨도 상관 없다, 돈 다시 찾아가면 되지 않느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 없었다.
엉덩이 갈라지는 부분까지 슬쩍 보일 정도로 반바지를 내려 입은 채 서핑 보드를 들고 다니는 웨스턴 서핑보이들이 우글우글한 곳이라 해도, 결국 인니는 인니였다.
업무 외에 (혹은 업무라도) 책임져야 할 일은 질색을 하는 인니인의 습성을 다시 만났다.
방긋 웃는 얼굴로 끝끝내 방을 잡고 싶다면 내일 오전 10시 쯤에 직접 오라는 카운터 직원을 뒤로 하고 AP Inn을 나섰다.
이젠 지쳤다. 감기도 아직 낫지 않은 몸으로 배낭 짊어지고 땡볕을 돌아다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AP Inn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소르가 Sorga로 향했다.
오, 의외로 시설에 비해 만만한 가격이다.
어차피 찬물 샤워 한 번 하고 팬 밑에 가만히 있으면 선선한 곳이 발리다.
가장 싼 스탠다드 룸 1인을 계약하고 짐을 풀었다.
...밑의 주의문 첫번 째 것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10%의 세금과 10%의 서비스 차지가 가산되지 않은 가격이다.
즉, 12만5천 루피아라는 요상한 가격은, 총 가격이 15만 루피아가 되도록 하기 위한 가격인 것이다.
하루 15만 루피아에 이정도 시설이면 나쁜 편은 아니다.
한국에 비한다면 그렇다.
조식 제공도 하는 식당.
그럭저럭 가격도 무난한 편이었다.
월드컵을 맞아 설치했을 프로젝터가 눈에 뜨였다.
볶음밥 매니아로서 시식 안할 수 없다.
맛만 따진다면 중간은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격 대비로는 평균 이하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다.
몸 상태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식은땀 나고 으슬으슬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유명하다는 꾸따 해변에 나가 본다.
파도 힘이 좋다는 것만 빼면 그냥 그저 그런 해변이었다.
다만 서퍼들의 천국 답게, 파도 소리가 웅장하니 힘이 느껴졌다.
라이브 까페에 들러 볼까 여기저기 헤맸지만, 다들 무난한 롹만 공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서핑보이들이라 그런지, 장르도 그런가 보다.
잘 찾아보면 라틴이나 재즈 하는 곳도 있을 법한데 당최 몸상태가 안좋아 피곤하다.
그냥 숙소로 돌아와 스테이크와 사떼 아얌, 맥주를 먹었다.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_-;
혼자 어슬렁어슬렁 다녀도 편했던 우붓과는 달리 꾸따는 혼자는 왠지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곳곳에 들어선 나이트와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웨스턴들과, 닳고 닳아 보이는 현지 장사꾼들이 불편하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불순한 이벤트를 기대하며 활보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번 여행의 내 코드는 건전하고 조용한 쪽에 맞춰져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니 뭐 어쩔 수 있나...ㅎ)
게다가 몸 상태가 영 안좋은 것도 꾸따에게 당최 가까와질 수 없게 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역시 여행은 건강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11시, 밤이 되어 슬슬 오르는 감기 기운에, 여행 치고는 일찍 잠을 청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사나흘 정도는 있으면서 천천히 여기저기 돌아볼까 했는데 그냥 떠나고 싶어졌다.
그 유명하다는 절벽 위의 사원만 가 보고...
발리에 오면 꼭 연락하라던, BIPA에서 알게된 금발의 러시아 아가씨(오옷!)는 저녁 때 만나고...
(자랑질 맞다. ㅋㅋ. 하지만...)
다음날 떠나야 겠다고 결정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