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UI 대학 Kantin(단체식당, 혹은 부속식당 - 학생식당이나 직원식당 같은 곳)

명랑쾌활 2010. 5. 19. 23:46
인니의 학생식당은 좀 독특합니다.
학교는 계약을 통해 장소만 제공할 뿐, 운영은 사업자 맘입니다.
(노점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 복지를 위해 그럴듯한 건물 세운다? 그딴 거 없습니다.
위생 수준을 보면 위생 점검 따위도 없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뭔 일 터지면 학교에는 전혀 책임이 없는 구조인 모양입니다.

인문대 지역에서 가장 큰 깐띤.
가장 크다는 얘기는 여기 말고 여기 저기 몇 군데 더 있다는 얘기다.

비는 막고 음식 굽는 연기는 내보내는 구조...이지만, 연기는 그냥 고스란히 식당 내부를 휩쓸고 다닌다. ㅋㅋ
천정 선풍기가 매달려 있지만 작동하는 것을 본 적 없다. 그리고 없기를 바란다.
기름에 쩐 먼지가 무지막지하게 떡져있다.
바로 밑이 음식 만들어 내는 주방이다. ㄷㄷㄷ

원형으로 생긴 깐띤의 작은 동심원의 구조로 저렇게 가게들이 둘러져 있다.
음식은 그냥 거기서 거기, 가급적이면 겹치지 않으려 하지만 겹치는 것들도 있다.

처음 지었을 당시에는 손 씻으라고 만들었을 세면대.
인니는 음식을 손으로 먹기도 하니까 만들었겠지만, 내가 본 바로는 대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모두 수저와 포크를 사용한다.
아무도 쓰지 않으니 결국 저렇게 비품도 쌓고 방치됬겠지만... 가끔 저기다 남은 음식 버리기도 한다.
쓰레기에 관한 한, 인니는 심각할 정도로 개념이 없다.

위생 수준은 아주 안좋다.
생각없이 도전했다가 배탈 난 한국 학생들 많다.
나도 먹으러 왔다가 위생 상태 보고는, 약 2주 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에 먹었다.

가끔 저렇게 별 시덥잖은 물건들 쌓아 놓고 팔기도 한다.
물론 파는 사람은 학생.
테이블들은 특정 가게의 것이 아니니, 당연히 통제도 없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모두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하지 않는다.

비올 때 풍경.
사진이 뿌연 것은 렌즈에 김이 껴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퍼붓듯 내려서 그런 거다.
이런 날이면 깐띤도 미어 터지기 땜시, 자리가 없어 이렇게 바깥의 파라솔에서 먹는다.
물론 나도 마찮가지다. (나 강해졌다. ㅋㅋㅋ)

정치사회대 깐띤.
끝발있는 집 자제들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 그런지, 물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깐띤이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인문대보단 낫다. -_-;;)

법대 깐띤.
UI 대학에서 가장 끗발 좋은 곳이라서 그런지 깐띤도 깔끔하다.
식당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
차 끌고 괜찮은 레스토랑 가서 먹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법대 다니는 현지 학생에게 물어 봤더니 보통 그렇다고 했다.)

한국 식당.
대학 내 식당 중 위생 상태가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에어컨도 있고, 무엇보다도 파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학생들도 자주 이용하며, 현지 학생들이나 선생들도 많이 이용한다.
정작 나는, 비싸고 맛이 좀 떨어져서 두어 번 정도만 갔다.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외국에서 한국 음식 이 정도면 먹을 만 하다는 정도?
하지만 한국 분식점 평균에는 못미치는 데다 가격은 좀 더 비싸서 내키질 않는다.
그냥 내가 해먹는 편이 더 맛있다.

가격은 그렇게까지는 비싸지 않다. (저 메뉴판의 가격은 부가세 10% 뺀 가격이다.)
떡볶이 3천원, 김밥 2천5백원 정도, 비빕밥, 순두부 찌개, 육개장 등은 4-5천원 수준.
어디까지나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고, 깐띤과 비교하면 몇 배 비싼 셈이다.
(깐띤의 한 끼는 7백~천3백원 정도)
물가 계산을 한국 기준으로 하는 한국인들은 거의 매일을 여기서 먹는다.
어찌보면 이상하고,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20대 초중반의 한국 학생들이 그렇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여기 정착할 생각보다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런 것도 일단은 붙어 있고. (뭐, 한류니까...)

떡볶이와 김치 볶음밥.
맛은... 휴... 그냥 먹을 만 하다.
솔직히 말해 한국이라면 몇 달 못 갈 정도. -_-;
멀고 먼 외국이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그냥 저냥 괜찮은 수준.
육개장은 추천할 만 하다. 한국 분식점 수준은 된다.

일본 문화 센터 지역의 깐띤. (우리들은 보통 일본식당이라고 한다.)
위생, 분위기, 가격, 맛 모든 부분에서 적당하다.
한국식당에 비해 평가가 후한 이유는 완벽하게 현지화 했기 때문이다.
한국식당이 외국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여, 메뉴와 가격 모두 고객의 납득을 필요로 한다면, 이 곳은 현지인의 요구 수준에 최대한 적응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야외다 보니까 파리는 어쩔 수 없는데, 다른 현지 깐띤 보다는 현저히 적다.

뭣보다도 한적하고 경치가 좋아서 좋다.
그리고 놀랍게도! 맥주를 판다.
메뉴판에 없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달라면 준다.
그게 뭐가 놀랍냐고?
UI 대학이 있는 데뽁 지역은 주류 판매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지간한 빽이 아니면 허가가 나올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하긴 건물을 떡 하니 지어 줬는데 그정도 힘이야 있겠지.

한 쪽 구석에 보이는 저 건물은 방문객 숙소.
웃기는 것은 요 근래 이 곳을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봉사단체나 단체 교육생들이다.
아침이면 이 곳에서 사물놀이 악기들 챙겨서 나오는 봉사 단체 학생들... 나만 웃긴건가?
여긴 일본문화센터다.
외국에 한국을 알린다, 한류를 퍼뜨린다, 한국의 위상... 현실은 이렇다.

나시고렝 아얌 Nasi Goreng Ayam (닭고기 볶음밥).
깔끔하고 내용물은 더 충실한데, 솔직히 인문대 깐띤 것이 싸고 더 맛있다는 느낌.
불량식품이 더 맛있다는 걸까?

일본 라면.
최근 메뉴판 교체하면 대거 출시한 신메뉴 중 하나.
데리야끼 소스 맛이라 달달해서 내 입맛에는 별로... 건더기는 감동이다.

한국 라면.
역시나 그냥저냥 밋밋했다.
한국 라면의 그 자극적인 맛을 생각하면 매우 실망할 맛이다.
데리야끼 맛 약간 줄이고 매운 맛 약간 높인 정도?
그래도 높이 살 만한 것은 요리의 범주에 들어갈 만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국 라면은 보통 인스턴트 라면이다.)
현지인들은 맛있게 먹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게 한국 라면의 맛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곤란한데... -_-;
그리고 왜 이런걸 일본식당이 내놓는지 우려스럽다.
가격도 한국식당의 라면보다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