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내 방

명랑쾌활 2010. 3. 8. 20:07
보통 인니에서는 외국인이 다들 잘 산다고 생각합니다.
흠... 하지만 그 말은 반만 맞다고 볼 수 있죠.
환율의 차이 때문에 허용 금액 단위가 틀리기 때문에 부유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용처 때문에 그리 이점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알바만 해도 80만원돈 정도는 벌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잘나가는 회사 초봉이 우리 나라 돈으로 70만원 정도 합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는 직업의 경우는 (천하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으니까요. ^^;) 월급 10만원 정도입니다.
그 돈 가지고 밥도 먹고 오토바이도 몰고 집에 보태기도 하면서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이 인니 수준이지요.
하지만, 한국인은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런 현지인들의 끼니로는 견딜 수 없고, 그런 숙소에서는 살기 힘듭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한국 만큼의 비용이 들 수 밖에 없지요.
요컨데, 그 10배 정도의 수입으로 현지인 수준의 생활을 감당할 수 있다면 부자겠지만, 생활비도 10배로 들기 때문에 부자라고는 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제가 사는 원룸 아파트가 그렇습니다.
국립 인도네시아 학생이라면 당연히 잘 살기 때문에 집에 가면 가정부도 있고, 차도 있고, 집도 넓습니다.
아마 태어나서 제 손으로 라면 한 번 끓여 먹어 본 적 없는 애도 있을겁니다.
그런 애들도 외국인은 다들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글쎄요.
전 두 명만 같이 살아도 숨이 턱 막힐만 한, 혼자 살기 딱 맞는 원룸 아파트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 눈에는 부자 돈지랄 같은 씀씀이나 행동, 소지품들도 사실 별 것 아닙니다.
그런데도, 인니 사람들 깔보는 개념없는 한국인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 문젭니다.
현지인들이야 모를 수도 있다 쳐도, 지가 한국에선 어떤 수준인지 뻔히 아는데, 앞에서 깝작 거리는 것 보면 같잖습니다.

자아, 여러분. 우리 나라 좀 못산다고 현지인들 깔보지 좀 맙시다.
제 손으로 벌어 제 삶을 유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존중 받아 마땅합니다.

작지만 깨끗한 화장실 겸 욕실.
원래는 방바닥 닦는데 쓸까 하고 산 밀대는 욕실 바닥 청소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샤워 한 번 할 때마다 밀어주면 따로 청소가 필요 없어서 굳.

집에 있을 때면 잘 때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 있는 책상.
인니에 체류하면서 잠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 시간을 이 곳에 있다.
소싯적에 지금처럼 공부했다면 판검사는 너끈히 했을 거다. -ㅂ-;

열대지방이라서 그런지, 벽지를 붙이지도 않고, 천정은 다들 높은 편이다.
천정 높은 것은 정말 마음에 든다.
한국은 높이 마저도 돈이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 만큼 최대한 낮지만, 여기는 천정에 달린 형광등 갈 때도 의자만 놓아서는 절대 닿지 않을 정도다.

뭐 혼자 사는 집이 다 이렇다. 주렁주렁 ㅋㅋㅋ
여기저기 붙어있는 빨간 딱지는 차압딱지가 아니라, 인니 생활 초창기 단어 하나라도 더 주워볼까 해서 인니어 이름 적어 붙여 놓은 것임.
물론 지금은 다 떼었음. ^^v

아침이면 베개나 이불이 왜 저런 상태가 되는지는 나도 모름.
잠버릇은 얌전한 편이었는데, 밤이 외로워서 그러나... -_-;;

그럭저럭 쓸만한 부엌.

그냥 저냥 쓸만한 가스렌지.

보다시피 환기 걱정 하나는 꽉 붙들어 매줄 개방형 구조.

부엌에 살고 있는 귀염둥이 찌짝. 짝돌이라 이름 붙여 줬음.
방 안에도 두 어 번 놀러 왔었는데, 수줍음이 많은 녀석인지 거의 부엌에서만 살고 있음.
참고로 찌짝은 모기같은 해충만 잡아 먹는 유익한 동물이기 때문에 인니인들은 좋아함.
그러니 한국에서처럼 징그럽다고 때려잡고 그러지 맙시다.
정 싫으면 차라리 쫓아 냅시다.
(학교에서 인니인들도 다 보는데 찌짝 발로 뻥뻥 차면서 낄낄거리던 한국 20대 또라이들이 문득 생각나 울컥!)

창으로 보이는 해돋이.
아직 정확하게 규칙성은 못찾았는데, 매일 해가 뜨는 지점이 틀리다는 느낌이다.
즉, 늘 저렇게 기둥 사이로 떠오른 것이 아니란 얘기.
게다가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아다시피 해가 약간 왼쪽 위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쪽은 북쪽이다.
(지구야 자전을 하니 해는 무조건 동쪽 방향에서 뜨는 거고, 동쪽을 바라보고 왼쪽은 북쪽이다.)
한국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 하늘을 훑으며 서쪽으로 진다.
그렇다, 여기는 남반구다.

보통의 창밖 풍경

새벽 안개가 자욱하던 날의 창밖 풍경.

여기선 드문, 아침까지 안개가 자욱하던 날의 창밖 풍경.
(반년 넘게 살면서 딱 한 번 봤다.)
원래 해가 뜨면 안개는 사라지는데, 인니는 적도라 햇살이 상당히 강한데도 이런 일이 있다.

안개가 아니라, 비 한 번 좍좍 쏟아지는 날의 풍경.
한 번 쏟아졌다 하면 이렇게 쏟아지는데, 지금같은 우기철에는 하루에 한 번 꼴로 이렇게 쏟아진다.
천둥 번개는 일상다반사.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졌던 번개는 반경 50m 안쪽이었다.
(번개와 천둥이 거의 동시에, 거의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었다.)

뽀나스 - 한국의 내 방... 그립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