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시사

아직도 당신 사진만 보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명랑쾌활 2010. 2. 4. 02:14
보좌관이 먹지 않는 것이 어떤가 말씀 드렸지만, 괜찮다며 그냥 드셨다고 한다.


아직도 당신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먹먹합니다.
한무릎 꿇고 국민에게 술을 따라 주고, 한 손을 받쳐 국민의 술을 받는 당신의 성정,
혹자는 대통령이 가볍고 체통이 없다고 욕하는 그 모습에 전 왜 그리 감동할까요.
당신같은 분을 죽인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는 과분합니다.
그저 회사에서 부당한 처분을 당해도 노조는 꿈도 꾸면 안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데모는 해서 안되며,
취업률이 사상 최악이더라도 수출액 최대 호황이라는 기사에 자위하고,
6개월 단기에 실업급여 대상에 해당도 안되는 인턴 자리라도 감지덕지 해야 하고,
IT, 녹색성장이라면서 멀쩡한 강바닥 파내는데 몇 십조를 쏟아 부어도 박수 치고 살아야 합니다.
다음 정권엔 뭐 한 것도 없는 전 대통령 딸이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사학집단은 더 견고해져야 하고, 부동산은 더 올라야 합니다.
이번 정권 가지곤 부족합니다.
더 당해야 합니다.

당신이 서거하신 다음 날, 국제 전화를 걸어와 사실이냐 묻던 어느 어르신은, 사실이라는 제 대답에 " 사림이 뭐 그리 경망스럽냐." 하시더군요.
네, 그 말이 바로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의, 당신의 죽음에 대한 감정입니다.
당신은 살아도 욕 먹어 마땅한 존재고, 죽으면 죽었다고 욕 먹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내 마음에 박혀 딱딱하게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모쪼록 개구리 백성들에게 진흙창의 연꽃같은 우두머리보다 체통있는 두루미 같은 왕이 내리길 바랍니다.
철저히 댓가를 치루고 충분히 후회한 연 후에야, 비로소 용서 받길 바랍니다.
하지만 전 그 때가 오더라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계시던 때, 경제 파탄이라고 외치던 인간들이, 지금은 아무도 그런 소릴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 그리 살만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더 살기 어려워졌음에도 탓하지 않습니다.
외려 이 마저도 당신 탓이랩니다.
이제 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미워하는 것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논리는 무논리를 깰 수 없습니다.
맹목적인 증오는 논리적인 증오보다 더 견고하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 감정을 제가 가져보니,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유 없는 증오에는 더 강한 증오로.
모쪼록 이 감정이 부질없음을 깨닫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