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V

직원이 아닌 사람의 공단 구역 내 식사 해결 방법

명랑쾌활 2020. 12. 18. 12:28

한국의 공단은 식당이 드문드문 있거나, 혹은 상업 구역을 일부 조성해 놓기도 합니다.

식권을 지급하거나, 식당의 공책에 달아 놓는 식으로 운영하지요. 싫은 사람은 사먹고요.

하지만, 인니의 공단에는 그야말로 공장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직원 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몇몇 설비 위주의 대형 업체들이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은 도시락 캐터링으로 직원 식사를 해결합니다.

뜨근한 밥과 국이 없으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과 달리, 인니인들은 딱히 국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고, 있더라도 국과 밥을 미지근하게 먹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 소속 직원이 아닌 경우 식사할 곳이 애매할 것 같습니다.

공단 구역 내 모든 사람이 회사 소속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어떻게든 시장이 형성되는 게 자본주의의 마법이지요.


공단 구역 경계 바깥 쪽에 노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니는 국토가 넓고 종족이 다양하다 보니 어떤 음식을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이 곳에서 파는 것들은 인니의 전국구 스테디셀러로 인증된 음식입니다.

공단은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아예 천막으로 가건물을 세운 곳도 있습니다.

이런 건 보통 공단에 연줄이 있거나, 지역에 영향력 깨나 있는 사람의 뒷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동식 노점은 눈감아 주지만, 가건물은 공단 경비들이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어딜 가나 나름의 규칙과 텃세가 있기 마련입니다.


공단 구역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파는 행상도 있습니다.

보통 식사보다는 간식 메뉴를 취급합니다.

손을 들어 불러 세우면 바로 앞에 옵니다.


짐칸에 매달린 것들로 보아 커피와 음료수를 파는 행상이네요.

담벼락 옆 좁은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는 두 청소부는 아마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겁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tokopedia.com>

보통 엄청 얇은 플라스틱 잔에 가득 채워 나옵니다.

당연히 뜨끈한 커피고요, 어어어어엄청 답니다.

양도 많아서 혼자 다 마시면 심장이 벌렁 거릴 정도고요.

혼자 마시는 경우, 보통 반이나 3분의 2 쯤 마시고 남은 것은 그냥 그 자리에 두고 자리를 뜹니다. (대부분의 인니인들은 쓰레기통에 넣는 습관이 없습니다.)


인니 서민 남자들은 커피 한 잔을 서너 명이 돌려 마시기도 합니다.

돈을 아낄 목적도 없진 않겠지만, 3백원도 안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부담은 없습니다.

다수가 돌려 마시는 건 친근감이나 유대감, 연대감을 표현하는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공장 구석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회사 직원들 근처를 지나가다 눈인사를 하면, 거의 매번 같이 마시겠냐고 권하곤 했습니다.

가끔 같이 마시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눈치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