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증명사진 찍으러 가는 길

명랑쾌활 2009. 8. 24. 23:14
학생증에 붙일 2*3 사이즈의 증명사진이 필요하답니다.
여권 사이즈 밖에 없기 땜시 천상 찍으러 가야 했습니다.
어디서 찍어야 하나... 그러고 있는데, UI에서 유학하고 있는 분이 가까운 데  괜찮게 찍는 곳이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역시 정보는 선배에게서!!

마르곤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자면, 우선 길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주욱 걸어 올라 갑니다.
(뭐 여기 오실 분들은 마르곤다 아파트가 어딘지 다 알게 되실 겁니다. 살게 될 확률도 높구요.)

저어기 보이는 큰 건물이 마르곤다 아파틉니다.
몰랐는데 완공된지 2년 정도 된 새 아파트더군요.
덧붙여, 근처에서 가장 좋고 비싼 숙소입니다. (당분간은)

오옷! 반가운 형태의 건물이군요.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인, 저 폭 좁고 뒤로 길쭉한 건물이 다른 동남아에서는 드물군요.
...전 저 건물이 이상하게 맘에 듭니다. 이상하게 베트남이 맘에 들어요.

기아 자동차와는 저언혀 상관없는 KIA.
건물 참 쓸 데 없이 멋냈다 싶어 찍어 봤습니다.
옆의 큰 건물을 자세히 보면, 맨 오른 쪽 끝의 노란 색 부분은, 따로 추가해서 붙인게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여기 건물 짓는거 보면, 건물 옆에 추가해서 붙여 짓는건 일도 아닐 것 같다 싶어요.
나중에 따로 다룰 기회가 있을까 싶은데, 여긴 건물 한 채 짓는데 벽돌 보로꾸(캬~ 이건 블럭이라고 하면 말하는 맛이 안나요. ㅋㅋ) 한 겹으로 쌓아 올리면 끝입니다.
우리 나라처럼 내장제, 마감제 따윈 없어요.

이곳입니다. Mari Pro Photo Studio.
아파트부터 도보로 3~5분 정도 소요됩니다.

깜박하고 가게 전면 사진을 안찍었군요.
뭐 대강 저런 분위기입니다.
찍은 사진 중에 자기가 골라서 뽑아 달라고 할 수 있도록 저렇게 컴퓨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애플의 초슬림 모니터도 보이는 군요.
쓰는 운영체제가 맥킨토시인가 봅니다.

사진 찍고 앉아서 하릴없이 밖을 보다가 몇 컷.
느긋하게 앉아서 대기하면서 담배도 태울 수 있는, 이 곳은 흡연자의 천국.

왼 쪽이 가장 대빵인 거 같은 하시부안 Hasibuan, 오른 쪽은 사진기사인 앙드레 Andre.
사진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인니 사람들이 좋아질 거 같다. :)

하시부안과 앙드레를 찍고 있자니, 한 편에서 뭐라뭐라 소리친다.
가운데 앉은 히잡을 쓴 아가씨가 왜 우리는 안찍냐고 그런다.
못알아 듣지만 알아 들었다. (외국 나가보면 알게 되는 요상한 표현이다. ㅎㅎ)
웃으며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활짝 웃으며 역시 포즈를.
히잡 쓴 아가씨들 왠지 어려웠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걸 느꼈다.
앞부터 뻬니 Peni, 랄라 Lala, 알리 Ali.
알리는 수줍음이 많은 건지, 말단이라서 얌전히 있는 건지...
이슬람 국가라서 조용하고 근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활달하고 밝다.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거라 이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무지 놀라고 좋아한다.
한국에선 개나 소나 블로깅 하는데. ㅋㅋ
나중에 수업 시간에 취미 얘기하는 시간에 블로그가 취미라고 했더니 교수들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무슨 기자 비슷한 레벨 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ㅂ-;;

돌아오는 길.
사진관 건너편의 한 피씨방.
여기선 피씨방을 와르넷 Warnet 이라고 한다.
아마 와룽 Warung (가게, 노점) + Internet 의 줄임말인 듯 하다.
워3 프로즌쓰론의 아서스를 보자니... 와우하고 싶다... ㅠ_ㅠ
한 달을 굶었더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번에 패치해서 또 싹 바뀌는 모양이던데.

여기 저기 사진 찍으면서 걷고 있자니 조그만 상점의 아가씨들이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쑥덕 거린다.
손을 흔들며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깔깔 괴성을 지르며 가게 안으로 숨는다.
...어이...이것 참... -_-;;;
가서 때려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지금 마르곤다 도로 한 편은 도로공사 중이다.
무지막지하게 세월아 내월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덕택에 할 수 없이 차도 가를 걸어 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는데...
일부러 떨려서 찍은게 아니다.
불안해서 저랬다.
걷는데 오토바이나 차나 바로 옆을 인정사정 없이 슥슥 지나간다.
옆으로 살짝 비틀거렸다가는 얄짝 없이 툭 치일 정도였다. @_@;;


* 여기 오실 분들을 위한 팁
증명사진 한국에서 굳이 종류 별로 잔뜩 준비할 필요 없습니다.
보통 여기서 통용되는 증명사진은 빨간 배경이어야 하구요, 말 안통해도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제법 사진도 잘 찍습니다.
결정적으로, 쌉니다. 그리고 최소 단위가 적어서 합리적이지요. :)

** 가격은 2*3 사이즈 네 장 + 원본 저장된 CD 한 장 = 2만 루피아.
보통 몇 시간 걸리구요. 30분 급행을 원하면 만 루피아 추가.
다른 사이즈도 그닥 가격 차이 안납니다.

*** 한국은 원본 원할 경우 3천 원 추가되죠?
예전 필름 시절에는 필름 척척 줬는데 말이죠.
왜 그런 시스템이 형성 됬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한국은 가정용 포토 프린터가 보급되었기 때문에, 원본을 제공할 경우 2차 매출로 이어질 확률이 적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원본에 대한 저작권료의 개념이 적용되어서 그럴까요?
생각해 볼 문제군요.
확실한 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원본과 동일한 퀄리티의 복제본을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겁니다.
음악 시장이 그렇고, 영상물이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