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Puasa 뿌아사. 라마단 기간의 금식을 살짝 엿보다.

명랑쾌활 2009. 8. 25. 01:02
워낙 뒤죽박죽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확실히 아는 것만 얘기하자면,
라마단 : 이슬람 력의 마지막 달로서 한 달 내내 금식을 한다
르바란 : 이슬람 력의 새 해 기간. 금식 기간이 끝나고 새해의 축제 기간.
뿌아사 : 라마단 기간 동안 행하는 금식. 인니에서만 통용되는 말인듯.
이둘 삐트리 : 르바란의 첫 날. 우리 나라 음력으로 따지자면 음력 설날 당일.
뿌아사 기간에는 세벽 4시에 한 끼, 저녁 6시에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대게 자기 전에 야참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확실한 건지는 자신 없다. -_-;;

올 해 뿌아사 기간은 8월 21일 ~ 9월 20일 이다.
정말로 신심에 가득 차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물 한 모금 안마신다.
담배도 안피운다.
7살 짜리 어린 애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야외의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전에만 하고 오후에는 하지 않는다.
정오를 넘어 오후로 접어 들면 사람들이 비리비리 하다.
인사를 하면 얼굴은 웃지만 돌아오는 인사가 힘이 없다.

여기서 처음으로 사귄 인니 친구 Dedi가 친구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으니 같이 하지 않겠냐 묻는다.
일단 저녁 약속이 있다며 거절했다.
모처럼 초대 받았는데 듣보잡 음식들이 나와서, 서로 어색한 상황될까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같이 먹어보나 싶어, 싼 맛에 사두었던 멜론을 털레털레 들고 세탁소로 갔다.
둥그렇게 둘러 앉아 뭔가를 먹던 사람들이 반긴다.
세탁소 친구들이야 다들 알고, 나머지 친구들은 유니폼을 보니 청소하는 친구들이다.
가운데 음식이 놓여 있는데 다들 화채만 홀짝 거리고 있다.
바로 먹으면 속이 놀라서 안된단다.
통성명하고 자리에 끼어 이것 저것 주워 먹어 보았다.
다행히 역한 음식은 없었고, 먹을만 했다.
특히나 Tahuisi라는 두부 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어느 정도 먹었나, 나더러 그냥 앉아서 음료수나 마시라고 하며 다들 주섬주섬 일어나서 다들 손발을 씼는다.

여기 친구들은 사진기를 들이대면 참 성의껏 포즈를 잡는다. ^^
왼쪽의 빨간 티를 입은 강렬하게 생긴 친구가 Dedi.
이 패거리들 중에선 행세 깨나 하는듯 싶었다.

현재 시간 저녁 6시 반을 조금 넘었다.
뭔가 종교적인 의식을 하는 모양이다.
손발을 씻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닥에도 뭔가를 깔고 그 위에서 하는 것이 법도인듯.

눈을 감고 상당히 낮은 소리로 뭔가 기도를 읊조린다.
팔을 교차해서 잡았다가, 무릎 부근을 손으로 집고 허리를 숙였다가, 절을 두 번.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반복.

마지막으로 비스듬히 무릎 꿇고 고개를 비스듬히.

맨 앞의 기도를 주재했던 사람이 뒷줄 사람들과 악수, 그리고 다시 서로 서로 악수.

뭐가 좋은지 활짝들 웃으며 자리를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둘러앉아 담소하며 음식을 먹는다.
절도가 있다던가, 정석으로 격식을 차린 것 같진 않았지만, 사뭇 경건한 느낌이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금식은 고행이기도 하지만 기쁨을 나누고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얘기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살벌하게 생겼지만, 왠지 총기가 느껴지는 Dedi.
처음으로 사귄 현지 친구로, 덕분에 이 모임에 낄 수 있었다.
기혼. 시골에 처와 자식 두 명이 있다.

Sahrul.
Dedi와 함께 이 패거리의 우두머리인듯 하다.
이 친구가 반 끝발 정도 높아 보인다. (아마 나이가 더 많을 것이다. ^^)
역시 기혼.
Dedi와 같은 방을 쓴다는 걸 보면, 역시 지방에서 올라온듯.

Deden.
기혼. 착하게 생겼다.

Eman.
미혼. 저렇게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계속 나를 유심히 보더라...
나이 무지 많아 보이지만, 나보다 훨씬 어릴걸.
참고로 여기서 내 액면 나이는 보통 이십 중반이다. -ㅂ-

Izal.
좀 순진해 보이는 세탁소 청년.

Muas.
미혼. 왠지 축구선수 삘?

Roni.
미혼. 이 친구도 아마 나보다 훨씬 어릴 거다.

Yono.
실례지만 염소가 떠오른건 나 뿐인가? ^^;
각도가 안좋아서 좀 이상하게 나왔지만, 과묵하고 성실한 청년이다.


다음에 오면 무슨 $##*&^%를 먹자는데 과연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