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빠랑 산 Gunung Parang] 1/2. 가는 길 - 진정한 시골길의 스릴

명랑쾌활 2019. 2. 4. 10:15

빠랑 산은 자띠루후르 저수지 인근에 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Parang_(knife)>

구눙 Gunung 은 산, 빠랑 parang 은 인니어로 정글도, 칼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어로 칼산, 도산 정도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름에서 느낌이 오듯 깎아지르는듯한 절벽으로 유명한 바위산입니다.

<출처 : 스카이롯지 빠자자란 아냐르 블로그 https://padjajarananyar.blogspot.com/>


구눙 빠랑을 알게 된 건 절벽 위의 호텔을 소개하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원래 이름은 스카이롯지 빠자자란 아냐르 Skylodge Padjajaran Anyar 인데, 보통 스카이롯지 뿌르와까르따 Skylodge Purwakarta 로 잘 알려진 곳이지요.

한 번 묵어 볼까 했는데, 하루 숙박비가 4백만 루피아더군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케이블카나 엘리베이터 따위 없이 저 숙소까지 직접 올라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ㅋ


뭐 반드시 스카이 롯지에 묵지는 않더라도 기회가 되며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룻밤에 30만원 씩이나 하는 숙박비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이 가는 곳 만큼, 접근성이나 안전도가 나쁘진 않겠다 싶었지요.

흐흐흐... 10년을 살고서도 자꾸 방심을 하네요.

한국인이 생각하는 '기본적인 수준'과 인니의 큰 차이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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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알려주는 길로 가면서도 좀 불안하긴 했다.

화살표 표시 지점까지만 구글 스트리트뷰가 나오고, 그 이후로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량으로는 지나기 어려운 길이라는 뜻이다.


큰 길이야 그럭저럭 갈 만 하지만...


작은 길 들어서자 마자 이 건 좀 아닌데 싶은 느낌이 살살 들기 시작하면서... (사진 찍을 경황이 없어서 구글 스트리트뷰 캡쳐로 대체함)


이런 길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쌍욕이 튀어 나왔다.

구글 캡쳐 사진으로 보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겠지만, 내가 지날 당시는 가뜩이나 금요일 오전이라 이쪽 편과 맞은 편 서로 지나려는 행인과 오토바이의 바글바글한 행렬이 맞닥뜨려, 고작 10여 미터 정도의 이 골목을 한 3분 정도 걸려 겨우겨우 빠져 나왔다.

인니인들은 차가 오면 비켜주는 문화가 아니다.


기찻길을 건너...


왕복 1.5차선의 마을길로 들어선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치면 어느 한 쪽은 도로 바깥으로 붙여야 한다.


이 정도면 그냥 1차선이다.


맞은편 오토바이가 마주 지나기 빠듯하다.


이제 구글 스트리트뷰에도 나오지 않는 길이다.

여기쯤 지나면서 그냥 차를 돌릴까 엄청 고민했다.


하지만 차 돌리기도 마땅치 않다.

남의 집 마당에 들어가서 돌려야 할 판이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


가끔 나타나는 탁 트인 풍경을 만나면서 여행의 재미가 슬슬 올라온다.


주변에 인가 하나 없이 숲에 둘러 쌓인 내리막길


이런 상황에서는 앞에 가는 차량과 오토바이에게 동지애를 느낀다.

내가 말도 안되는 곳에 가는 건 아니라고 안심하게 해준다.


차는 커녕 오토바이 두 대가 마주 지나가는 것도 여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트럭이 무슨 마을 버스인듯 사람을 태운다.

앞차가 서면, 뒷차는 방법 없다. 같이 서야 한다.


드디어 구눙 빠랑의 모습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이 좁은 길가에 차를 주차한 사람도 있다.

이 마을 주민인듯.


목적지에 점점 가까와지고 있다.


구글맵이 표시하는 길은 차가 들어가면 안될 길 같아 보였다.

차량 너비에 딱 맞아서, 맞은 편 오토바이 지날 공간도 나오지 않게 생겼다.

그래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길 쪽으로 갔다.


그리고 마구 후회를 했다.

세멘 공구리를 친 길은 여기저기 지반이 내려앉아 세멘 공구리가 '부러져'있었고, 길 양 옆에 노견이 없어서 급한 커브와 급경사 오르막길의 스릴을 한층 더해줬다.


사진 속 길 끄트머리 쯤이 목적지다.


부서진 세멘 공구리 길 구간을 벗어나서야 내가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운전해 오면서 "이런 씨부얼~"이라는 소리를 한 30번 쯤 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