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빠랑 산 Gunung Parang] 2/2. 오는 길 - 아까 그 길은 진정한 시골길이 아니여

명랑쾌활 2019. 2. 11. 11:51

여기는 뜨빙 빠랑 Tebing Parang (tebing 절벽) 암벽등반 코스를 운영하는 2곳 중 하나다.

규모나 시설로 보아, 주민들이 야매로 따로 운영하는 곳이 아닌가 싶다.

스카이 롯지를 운영하는 곳은 30m 정도 더 가야 한다.


오두막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변변한 주차장도 없다.


저 멀리 자띠루후르 저수지 Waduk Jatiluhur 가 보인다.


사진 속에 포즈를 잡고 있는 분이 빠랑 절벽 클라이밍을 관리하는 아핀 Afin 아저씨다.


바드가 Badega 는 순다어로 접대하는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에이전트 쯤의 의미다.

빠랑 Parang 은 빠랑산을 뜻하는 듯 하다.

찌랑꽁 Cirangkong 은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뿌르와까르따 Purwakarta 지역 내에 찌랑꽁이라는 곳이 있기는 한데, 여기랑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아마도 찌랑꽁 지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가 보다.


오늘은 그냥 둘러보러 왔다고 하니,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오르내리는데 3시간 정도 잡는다고 한다.

아저씨는 1시간 좀 안되게 걸린댄다.


등반 출발 지점까지는 그냥 이런 숲길이다.


풀이 너무 무성해서 더이상 갈 수 없었다.

뱜 나올까 무섭기도 하고.


그 좁은 시골길을 지나 와서 이렇게 사진 찍고 끝

집으로 돌아간다.


길이 너무 좁아서 차로 오기 힘들었다고 하니, 아저씨가 반대편 길이 더 좋다고 한다.


올 때 지났던 노란 길 말고 구글에 나온 파란색 길로 가라는 걸로 이해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그저 늘 보는 경치일 거다.


길이 좁은 건 마찬가지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상태가 제법 괜찮았다.

길 양옆으로 풀밭이 있어, 차량이 마주 오더라도 별 문제는 안되게 생겼다.


저멀리 구눙 렘부 Gunung Lembu 와 자띠루후르 저수지가 보인다.

길 너비만 좀 넉넉했으면 잠시 차를 세우고 구경하고 싶을 정도다.


어라라... 길이 점점 좁아진다.

차 한 대 지나기 빠듯하다.


이런 젠장, 차 한 대 딱 맞는 너비의 길이다.

조금만 삐긋하면 도로 바깥으로 바퀴가 빠질 정도다.

논을 돌보던 할머니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산과 호수가 펼쳐진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경치 하나는 죤나게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다.


사진 상으로 보기엔 포장도로 양옆에 풀밭이 있어서 여유있어 보이지만, 그 바깥쪽으로 수로가 있고 우기철이라 흙이 물러, 바퀴가 빠지면 못나올 수도 있었다.


저 오토바이 옆 지나는데 진땀을 뺐다.

저멀리 오토바이 주인으로 보이는 농부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빼줘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길이 워낙 좁으니 아예 풀밭에 기울여서 주차한 오토바이도 있다.


이 길은 차가 지나서는 안되는 길이었다.

맞은 편에서 차는 커녕 오토바이만 와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된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던 아저씨가 길 옆으로 낑낑 비켜주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꼬마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뭐 어쨌든 경치는 좋았다.


운전면허 T자 코스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좀 넓은 길로 들어서나 싶었으나...


아나꽁꽁~
차만 한 바윗돌이 길에 슬쩍 걸트려 있지를 않나...

누가 봐도 자동차가 지날 길이 아니다.


끝무렵에 마을길이 나왔다.

좁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여기서 뭔 일이 생기면 사람들 도움은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마음이 좀 놓였다.


올 때 지났던 길에 들어서자 온몸의 긴장이 풀린다.

올 때는 뭔 길이 이러냐고 '씨부얼~' 거리면서 지났던 길인데, 갈 때 지나면서는 이렇게 넓고 호화로운 길을 깔아준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애정과 감사로 마음이 충만해서, 찬양의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역시 사람은 해골물 한 잔 마셔봐야 모든 상황은 상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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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저 곳에 가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그나마 차로 가기 괜찮은 길을 알려 드립니다.

구글 찍으면 저렇게 파란 색으로 표시된 길만 자꾸 뜨는데, 인간의 사정 따위는 무시하고 가장 빠른 길만 알려주는 비정한 인공지능에게 속지 마시길.

녹색으로 표시된 길이 좀 돌아가긴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길입니다.


아무렴, 스카이 롯지라던가, 그 밖에 방갈로 짓는데 건축 자재를 헬리콥터로 실어다 나르지 않은 이상, 분명히 트럭이 지날만 한 길이 있었겠지요.

...그 걸 잘난척 얘기하는 저는 정작, 요상한 길로 헤딩을 했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