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발리 누사 쁘니다 Nusa Penida Bali] 1/16. 자카르타 -> 누사 쁘니다 숙소

명랑쾌활 2019. 2. 18. 10:26

발리는 10여 차례 이미 다녀왔고, 이제 관광지 물이 너무 들어서, 가고 싶어 하는 누군가와 동행으로 가는 경우가 아닌 이상, 여행으로 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네, 개소리였습니다.

고작 10여 차례 간 정도로 충분하다고 하기엔 발리는 넓고, 아직도 관광지 물이 덜 든 곳들이 있더군요.

그 중 한 군데인 누사 쁘니다 Nusa Penida에 갔습니다.


참고로, 인니어로 nusa가 '섬'이라는 뜻이니까 '누사 쁘니다 섬'이라고 하면 중복 표현입니다.

비슷한 예로, 윤식당으로 유명한 길리 뜨라왕안 Gili Trawangan 도 롬복어로 gili가 '작은 섬'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길리 뜨라왕안 섬', 혹은 '길리 섬'은 틀린 표현이지요.


누사 쁘니다는 발리 남동쪽에 붙어 있는 섬입니다.

보통은 당일 패키지로 다녀오는 곳이지요.

구글로 살펴 보았는데, 아무리 부지런 떨어도 하루 만에 모두 살펴 볼 수 없어 보입니다.

3박4일 머물면서 중요한 곳 몇 군데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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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이전의 인니 여행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카르타 공항에 직접 운전해 가서, 차를 장기주차 해두고 비행기를 타야 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운전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주차장은 인니어로 Tempat Parkir Inap 이다. (tempat 장소, parkir 주차, inap 묵다, 머물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자카르타 공항에는 공항 내부 주차장과 수와르나 Soewarna 비즈니스 파크에서 운영하는 외부 주차장, 두 곳의 장기주차장이 있다.


공항에서 운영하는 장기주차장은 공항 구역 내에 있다.

1일 주차료가 15만 루피아로, 인니 물가에 비해 과하게 비싼 편이다.

자카르타 시내 주차장 주차비가 대략 시간당 3천~5천 루피아이니, 비싸봐야 하루 12만 루피아다.

차를 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부자인데, 비행기 여행을 할 정도면 분명히 부자일 거라는 인식과 공항 구역이 동떨어져 있어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비용을 저 지랄로 책정하지 않았나 싶다.

인니는 대체적으로 '부자에게는 돈을 더 받아도 괜찮다' 라는 인식이 있고, 독점 상황을 이용한 바가지가 한국보다 더 노골적이다.

공항 구역 내부에 있으니 위치도 가깝고, 터미널까지 스카이 트레인이라는 공항 순환전철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아 더 편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흔히 몇 시간 걸려 차를 타고 와서 공항 '구역 안'까지 도착했으니 끝이고, 그 다음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짐을 들고 도보로 공항 순환전철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것도 꽤 품이 드는 일이다.

오히려, 차로 이동하는 몇 시간보다,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몇 십 분이 스트레스가 더 크다.

게다가 인니는 대체적으로 보행자에 대한 배려 개념이 낮기 때문에, 보행 동선도 불편하다.


외부 주차장은 수와르나 비즈니스 파크에 있는데, 보다 가까운 공항 장기주차장이라는 경쟁자가 있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다.

1일 주차료가 6만 루피아니까, 공항 장기주차장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리고, 무료 셔틀로 터미널 앞에 내려주기 때문에 공항 장기주차장보다 오히려 도보 이동거리는 짧은 편이다.

단점은 셔틀이 그리 자주 있지 않기 때문에 공항 장기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에 비해 최소 30분 정도 더 여유를 갖고 도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 6개월 만의 여행이다.

오랜만의 여행을 축복이라도 하듯, 새벽부터 비가 마구 쏟아지고 있다.

셔틀까지 비를 맞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셔틀이 내가 있는 곳까지 와줬다.

이럴 때는 상황에 따라 규칙을 융통성있게 적용하는 인니가 좋다.

한국 같으면 비바람 눈보라가 몰아쳐도 규정대로 따라야 할 거다.


장기주차장에서 1 터미널 들러서, 2 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20분 좀 안걸렸다.


승합차 셔틀 2대와 마이크로 버스 셔틀을 운영한다.

몇 터미널에 내려 주느냐를 넘어서, 항공사 이름을 알려주면 셔틀 운전기사가 그 항공사 티케팅 부스에 가장 가까운 터미널 출입구에 내려준다.

아, 주차장에서 관리 사무실 전화번호를 미리 받아 놓자.

나중에 돌아 올 때 공항 도착해서 주차장 관리 사무실로 전화하면, 셔틀을 보내 주거나, 어디로 가면 셔틀이 있다고 알려준다.


자카르타 공항의 바띡 끄리스 Batik Keris (인니 전통 염색 기법인 바띡을 이용한 옷을 파는 브랜드) 매장에서 바띡 티셔츠를 판다!!

바띡 끄리스의 바띡 티셔츠는 독특한 문양도 문양이지만, 질 좋은 순면을 쓰기 때문에 좋아한다.

예전에는 어느 매장에서나 팔았는데, 이젠 거의 팔지 않는다.

바띡이 아무래도 격식이 있는 전통 문양이다 보니, 아마도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티셔츠를 입을 거면 서양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찾지 않아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바띡을 그냥 독특한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외국인들이 주고객인 공항 매장에만 있은 것일테고.


중국식 완탕을 파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생강 향이 너무 강해서 별로였지만, 새벽 비 쌀쌀한 날씨에 감기 예방한다 셈치고 먹었다.


중국 스타일답게 차는 무제한 리필이다.

하지만 한 사람 당 하나씩 시켜야 한다.


이게 뭐 신기하겠냐 싶겠지만, 1년 전만 해도 이런 거 못봤다.


스리위자야 에어 Sriwijaya Air 의 기내식은 저가항공사치고는 은근 실하다.


얼마전 라이언 에어 Lion Air 항공기 추락 사고 때문에, 이번 여행은 스리위자야 항공으로 다녀 왔다.

덕분에 편도 기준 30만 루피아가 더 들었다.
안전은 곧 비용이다.
안전을 원한다면, 그만 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예쁘고 (혹은 잘생기고) 착하기까지 한 연인을 원한다면,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덕목을 갖춰야 하듯.


사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 타고 사누르 Sanur 로 가는 길

저멀리 남쪽으로 가루다 위스누 끈차나 동상 Garuda Wisnu Kencana (일명 게웨까 GWK) 동상이 보인다.


<사진 출처 : Liputan6.com>

바로 요거.

언제 한 번 보러 가야 할텐데, 왠지 무지 더울 거 같아서 좀...


누사 쁘니다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은 딴중 브노아 Tanjung Benoa, 사누르 Sanur, 빠당 바이 Padang Bai, 세 곳이다.

이 중 사누르 쪽으로 갔다.

딴중 브노아는 신혼 여행객들 대상의 업소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라, 왠지 비쌀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

빠당 바이는 공항에서 너무 멀고.


기사에게 사누르 항구 Darmaga Sanur 로 가자고 했더니, 빤따이 마따하리 뜨르빗 Pantai Matahari Terbit 으로 왔다.

나중에 마중 나오는 것까지 해서 45만 루피아, 더럽게 비싸다.

블루버드 택시로 오면 편도 10만 루피아 정도면 떡을 칠 거다.

그리고, 왕복이면 40만이나 50만으로 딱 떨어져야지, 45만 루피아는 또 뭔가.

일행이 예전에 발리 여행 때 가이드 했던 기사라길레 불렀는데, 영 꽝이다.


pantai 는 해변, matahari 는 해, terbit 은 떠오르다, 해돋이 해변이라는 뜻이 되겠다.

바닷가 쪽으로 오토바이들 줄줄이 주차되어 있는 게 보이듯, 발리 현지인들의 관광지다.
외국인 위주의 관광지라면 오토바이 주차장이 구석에 따로 있었을 거다.


선착장으로 걸어가는 길


바닷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현지인이다.


현지인 대상으로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소박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선착장 근처엔 각종 여행사 부스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누사 쁘니다의 선착장은 반자르 뉴 Banjar Nyuh, 부육 Buyuk, 그리고 삼빨란 Sampalan, 세 곳이 있다.

누사 쁘니다 여행객들 거의 대부분이 발리에서 출발하는 1일 투어 코스를 이용하고, 섬 안을 이동하는 투어 차량들도 모두 반자르 뉴에 모여 있기 때문에, 발리-누사 쁘니다의 거의 모든 배편은 반자르 뉴에 정박한다.

하지만, 반자르 뉴는 대부분 당일치기 관광객들이 지나치는 곳이라 번잡하기만 하고, 숙박업소나 식당은 별로 없다.

숙박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부육과 삼빨란을 중심으로 모여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부육 선착장에서 도보로 10분 안짝 거리다.

인터넷에서 찾은 바로는 카스팔라 Caspala 의 배편이 부육까지 간다고 한다.


아뿔사... 부육에 가는 카스팔라의 배편은 아침 8시 밖에 없다고 한다.

오후 5시에 가는 다른 업체 배편이 있기는 한데,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운행하지 않을 수도 있댄다. (그 게 뭐여?)


그동안 여행을 좀 쉬었더니 감을 잃었다.

인니에서는 여행 시간표를 곧이 곧대로 믿는 건 바보짓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 입수한 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니는 고객과의 신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개념이 약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못지킬 수도 있지 않느냐... 라고 느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고, 글로벌화 된, 특히 외국인 고객에 특화된 업체들은 시간을 잘 지킨다. 대표적인 예로 쁘라마 Prama 여행사. 하지만 그런 곳은 드물다.


할 수 없이 반자르 뉴로 가는 배편을 선택해야 했다.

반자르 뉴까지 가는 배편은 자주 있다.

현재 시간 오후 3시, 3시 15분에 출발하는 크라운 여행사의 스피드 보트로 끊었다.


창구 직원이 쓰윽 눈치를 보더니, 20만 루피아를 부른다.

허허... 어디서 약을 파시나. 대략 15만 루피아 선이라고 인터넷으로 다 알아 봤다.

눈썹을 슬쩍 올리며, 놀랍다는듯 "두아 라뚜스 리부 루피아?" 라고 되물었다.

억양까지 현지인과 거의 같은 내 인니어에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끼따스 KITAS (외국인 장기체류 허가서) 가 있다면 15만 루피아라고 말한다.

국영 업체도 아니고, 민간 업체가 언제부터 끼따스 유무로 외국인 운임을 구분했다고 그러는지, 임기응변이 감탄스럽다.

제 값 냈으면 됐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끼따스를 보여주고 15만 루피아를 냈다.


* 참고 사항

줄줄이 늘어선 여행사 부스 중 아무데나 가서 누사 쁘니다 가는 배편을 물어보면, 자기네 여행사가 운행하는 배편 시간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여행사 직원은 흥정까지 다 하고 배편이 맞는 다른 여행사로 연결해 주거나, 흥정 없이 그냥 안내해 주거나 하는데, 두 경우 다 원래 운임에 중개 수수료가 붙는다.

흥정을 해서 연결한 경우 원래 배삯의 차익을 중개한 여행사 직원이 먹는 거고, 흥정 없이 안내해줘도 얼마 간의 중개 수수료를 중개한 여행사 직원에게 떼주는 시스템이다.

만약 그냥 부스에 앉아 어느 부스로 가라고 알려주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이 쿨한 거다.

그러니, 한 여행사 부스에 몇 시인지 물어보고 시간이 안맞으면, 그냥 "땡스~" 하고 나와서 직접 다른 여행사 부스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또 한가지 팁은, 바로 전 사진에서 보다시피 앞마당에 유독 여행자들이 붐비는 부스가 있다면, 그 곳이 가장 가까운 시간 내에 출발하는 배편이 있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


사진 맨 오른편 배가 내가 타고 갈 배다.

3시 15분이 출발 시간인 줄 알았는데, 승선 시간이었다.

보다시피 배를 타려면, 무릎 깊이까지 바다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야 하니, 멋낸답시고 긴 원피스를 입고 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구경을 시켜주게 되겠다.


바닷물에 젖은 발로 타야 하니, 선실 안에 축축한 꼬랑내가 진동을 했다.


반자르 뉴 선착장


별 거 없이 소박하다.


내릴 때는 모래사장에 그냥 대지 않고, 선착장에 정박했다.

바닷물은 맑은 편이었다.


어째서인지 주 선착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정박해서, 교통편이 모인 곳까지 걸어가야 했다.

인니를 여행하려면 되도록 돌돌이 트렁크를 삼가하는 게 좋다.

비포장 도로를 지나야 할 상황이 흔하고, 보도블럭이 있어도 대부분 고르지 않다.


반자르 뉴 선착장의 중심이 되는 건물

이 곳 근처로 사설 택시업자들이 모여 있다.


현지인 교통수단인 앙꼿을 이용하는 진취적인 외국인들도 있다.


한 사설 택시업자를 잡아 숙소까지 가격을 물었다.

15만 루피아를 부르는데, 말하는 폼이 아직은 좀 어설프다.

당일 투어 코스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니 익숙하지만, 어디 숙소 가자는 여행자는 드물어서 그러지 않나 싶다.


"고작 10분 거린데 너무 비싸다. 10만에 가자."고 했더니, 바로 수긍한다.

사실 10만 루피아도 비싼 편이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상황을 고려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만 루피아가 누사 쁘니다 기준 시세였다.


나중에 또 설명하겠지만, 오토바이를 탈 줄 알고, 오토바이로 돌아 다닐 생각이라면 안다면 반자르 뉴 선착장에서 바로 오토바이를 렌탈해서 숙소까지 가는 걸 권한다.

선착장엔 사설 택시 말고도 오토바이 렌탈해주는 업자들도 많다.

오토바이를 렌탈하여 1일 투어를 모험심 강한 서양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로 간판 걸고 영업하는 건 아니니, 그냥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보면 된다.

나중에 돌아갈 때 반자르 뉴까지 타고 와서 반납하면 된다.

폐쇄된 섬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업 형태다.


누사 쁘니다가 뜨고 있다더니, 새로 짓는 건물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숙소인 구스 망 스테이 Gus Mank Stay 앞에 도착

운전을 난폭하기만 하고 드럽게 못한다.

불필요한 급가속 급제동을 자주 하는 바람에, 별로 빨리 도착한 것도 아니고 살짝 멀미까지 났다.

하긴, 십 몇 분 거리인데 빨라봐야 몇 분이겠지.


지은지 얼마 안된 숙소인데, 건물 지으면서 출입로도 새로 깐듯 하다.


큰 길에서 꽤 들어간 곳에 위치했다는 점도 이 숙소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큰 길 가 숙소들은 밤에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여행 후기가 많았다.


숙소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