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하청 5

대기업은 납품 단가 인하를 흥정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단가 인하를 흥정하지 않는다.대기업은 납품 단가를 조정하고 협의한 후 통보한다. 하청의 원자재 및 부품 사입 단가표를 펴놓고 납품 단가를 조정한다.하청의 담당직원 불러다 놓고 조정한 납품 단가 리스트와 원가표를 들고 협의한다.그리고 통보한다.그 과정은 격정적이지 않다. 숫자만 본다. 앓는 소리는 좀 해도 그냥 나오는 소리다. 그런 거 안통한다는 거 서로 뻔히 안다. 대기업 구매부 정도 되면 하청이 납품하는 제품 원자재 하나 하나의 사입 가격을 다 파악하고 있다.하청의 인건비, 설비비 및 감가 상각, 수도광열비, 관리 지원비까지 거의 정확하게 추정한다.무슨 첩보원이 정보 수집이라도 하듯 대단한 것도 아니다.하청의 거래선 뻔히 파악하고 있고, 조달하는 자재나 부품도 대기업이 사려면 못살것도 없다. ..

시사 2024.04.26

대기업 횡포가 그렇게 심하다는데 왜 하청을 하고 싶어할까?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 갑질 횡포는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 '사장'이 대기업 하청 오더 따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요?'한국의 산업 구조가 워낙 대기업 중심이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일부 맞는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답입니다. 어쩔 수 없으면 아예 안하고 말지, 언론에 나오는 거 보면 쥐어짜여 죽겠다고 하는데 아등바등 할 이유가 없습니다. 뭔가 득이 있으니까 하려고 한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일단 대기업의 하청 쥐어짜기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100% 사실입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을 하든 인건비가 오르든 매년 정기적으로 '무조건' 단가 인하 협의가 들어오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쥐어짭니다. 하청사 제품의 원자재 단가 10원 단위까지 정확하..

단상 2020.05.15

1차 하청사 직원 관점에서 본 대기업 직원

인니 첫 직장은 한국 1위 대기업의 1차 하청사였습니다.어쩌다 보니 회사 전체 총괄 업무를 맡으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봤습니다.근무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실사 방문 온 원청 대기업 직원들이었습니다. 흔히 (특히 사회 초년생) 대기업 직원이라고 하면 차원이 아예 다른 세계 사람인 것처럼 우러러(?) 봅니다.하청 점검을 나온 대기업 직원을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본 바로도 업무 처리 속도도 엄청 빠르고 스마트한 건 사실이더군요.저 같으면 30분은 걸렸을 점검 보고서를 사진 자료까지 삽입해가며 5분 만에 뚝딱 만들어서 전송합니다.그런데 그 게 머리 회전이 빨라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머리가 아니라 손이 숙달되었다고나 할까요?회사의 업무 매뉴얼이 매우 정교하게 잘 짜여 있고, 판단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갑의 무책임한 결제 업무 분장

인니에 진출한 한국업체 중에는 봉제업체가 아무래도 가장 많습니다.저임금인 봉제 산업으로 경제 부흥에 성공한 국가 중 가장 끝물이 한국이라서, 저임금 기반의 공장 운영에 관한 가장 발전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고, 인니는 저임금 산업에 적합한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저개발 국가가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봉제가 적합합니다.워낙 흔하고 저렴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을 하지 않지만, 옷은 복잡한 과정과 품이 드는 생산품이거든요.실을 만들고, 염색을 하고, 천을 짜고, 자르고, 꼬매고, 자수나 프린트를 하는 건 기본이고, 단추나 지퍼, 똑딱 버튼, 상품텍도 달아야 하고, 세척해서, 포장까지 해야 합니다.그러다 보니, 봉제업체에서 파생되는 하청업체들이 많은데, 대부분 복잡한 첨단 기술이 필요없는 분야입니다.기술..

대기업 해외지사 쫌팽이들

식당을 운영하던 친구의 이야기다. 의례 한국식당은 이런저런 반찬들이 딸려 나오는 게 특징이다.물 한 잔도 돈을 받는 현지 식당에 대한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지만, 판매하는 음식의 단가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애초에 한국 교민이라는 한정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인지라, 박리다매는 성립하지 않는다.손님층이 얇고 회전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음식의 단가가 높지 않으면 돈을 벌기는 커녕 유지하기도 힘들다.단가를 낮추면서 반찬 가짓수를 늘리려다 보니, 허접해서 손님이 젓가락 한 번도 대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반찬들도 많다.그래서 친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대신 그만큼 더 맛있고 고급스러운 반찬을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기업 중 하나인 L사 직원들이 친구 식당을 단골 회식장소로 삼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