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자연 4

노쇠의 의미

20세에게 말했다 네가 20년 후에는 마흔살이 될 거라는 건 진리다. 오래 산 만큼 더 보다 경험이 많고 네가 모르는 걸 안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난 내가 스무살 때 어땠는지 알지만, 넌 네가 마흔살 때 어떨지는 20년 후에나 알게 될 거라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현명하고 네가 무지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이 먹는 게 뭐 대단하다고. 별 일 없으면 네가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들이다. 그냥 먼저 겪어서 아는 것 뿐이다. 90세 노인이 100미터를 10초에 뛰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너도 동의할 거다. 89세까지는 가능했다가 90세가 되면서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게 아니란 것도 너는 안다. 성장의 시기가 끝나면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간다. 열정이나 근성 따위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다. 육..

단상 2024.02.16

자연에서 산다는 건 벌레와 함께 산다는 것

바퀴벌레를 보면 비명도 못지르고 도망 갈 정도로 곤충에 대한 공포증이 심합니다.살고 있는 곳이 워낙 공기 좋고 물 맑기로 인근에 소문난 지역이라서 그런지, 집에 잘 먹고 훌륭하게 자란 바퀴벌레가 워낙 심심찮게 출몰을 하다보니, 지금은 "우웩 씨부얼~" 하면서 휴지로 때려 잡는 정도는 됩니다. ("씨부얼~"은 욕이 아니라 본능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종의 기합입니다.)그것도 한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크기가 엄지 손가락 만하고 위급하면 푸더더덕 하는 소리를 내며 날 수 있는 그런 놈들을요.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에요. 하루 집을 비운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식겁했습니다.바퀴벌레가 한 두 마리가 아니었는데, 그 중에는 서로 꽁무니가 붙이고 사랑을 나누는 열정적인 커플도 있었지요.무심코..

다른 것에 대한 배척

전에도 한 번 얘기했나 싶은데, 예전에 살던 집 방에 새들이 들어왔습니다. 요녀석들 집을 아예 옷장 뒤편에 지었더군요. 출입구는 에어컨 호스 틈새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내쫓았습니다. 같은 녀석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제 방 창문 위 쪽에 부시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급기야 이런 식으로 마른 풀들이 비져 나오더니, 아기새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저 곳에 집을 지었더군요. 열대 기후답게 사람보다 초록의 세가 강한 지역입니다만, 그래도 공해라면 만만치 않은 곳이 인니입니다. 폐차라는 개념이 없는 나라라, 매연이 장난 아니거든요.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참 자연과 가까운 삶입니다. 언젠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춘 생물들은 어쩌면, 매연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획적이고 ..

단상 2013.11.01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개발 II

길을 넓히려고 산을 깎은지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그 때 깎였던 게 다가 아닌지, 두어번을 더 깎더군요. 그 과정에, 적게 어림잡아도 3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속절없이 베여 넘어졌습니다. 토사가 보이는 부분에는 황토색 그물망을 덮었습니다. (녹색 뉴딜이니 녹색 그물망 안덮나 했는데요.) 그 경계에 걸려 위태롭게, 또 애처럽게 기울어진 채 서있는 벚나무가 안쓰러워 찍어 보았습니다. 저 녀석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뿌리도 3분의 1 정도는 털려 나갔을 텐데... 미관상 위험하다고 속절없이 잘려 나갈 수도 있구요. 길이 넓어지면 좋습니까? 전 안그렇습니다. 다니기 좋은 길은 필연적으로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도권은 이제 길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줄여야죠..

단상 200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