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원청 2

떠난지 오래 되어 잊고 있었던 한국의 계급주의 문화

새 회사로 옮기면서, 이전 회사보다 두 직급 낮춰 들어가게 됐다.내 입사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팀장은 내게 직급을 낮추게 된 걸 양해해달라고 했다.나는 괜찮다고 했다.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오히려 그게 양해해달라고 할 일인가 의아했다.월급 액수가 중요하지 직급 따위 뭐가 중요한가?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직무와 권한이지 직급이 아니다.하지만, 내가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원청 고객사의 부장은 차장인 나를 대할 때와 상무인 지부장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달랐다.나를 대할 적에 보이는 불손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원청 갑질이려니 했었는데, 내가 속한 회사의 지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상무의 나이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이 대접..

1차 하청사 직원 관점에서 본 대기업 직원

인니 첫 직장은 한국 1위 대기업의 1차 하청사였습니다.어쩌다 보니 회사 전체 총괄 업무를 맡으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봤습니다.근무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실사 방문 온 원청 대기업 직원들이었습니다. 흔히 (특히 사회 초년생) 대기업 직원이라고 하면 차원이 아예 다른 세계 사람인 것처럼 우러러(?) 봅니다.하청 점검을 나온 대기업 직원을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본 바로도 업무 처리 속도도 엄청 빠르고 스마트한 건 사실이더군요.저 같으면 30분은 걸렸을 점검 보고서를 사진 자료까지 삽입해가며 5분 만에 뚝딱 만들어서 전송합니다.그런데 그 게 머리 회전이 빨라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머리가 아니라 손이 숙달되었다고나 할까요?회사의 업무 매뉴얼이 매우 정교하게 잘 짜여 있고, 판단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