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고 그 나라 언어가 유창해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언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들을 때나 말할 때나 번역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유창하다고 해도 결국 번역의 과정이 습관화 되어 빨라진 것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만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각하는 데만 온전히 뇌를 쓴다는 건, 정체를 벗어나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 같다. 어깨까지 잠긴 물 속을 걷다가 나와서 뭍의 편안한 길을 걷는 기분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다, 마스크를 벗고 평지를 걸으며 마음껏 숨을 쉬는 후련함이다. 혹시나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혹은 친구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