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속단 4

역지사지의 폭력

당신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 강요하는 건 폭력입니다. 당신이 괜찮은 것이 남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축구를 보며 느끼는 재미를 상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상대가 피규어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당신은 역시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세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그냥 존중하세요. 역지사지는 그 다음입니다.

단상 2021.08.23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언어가 서툴러서 의사소통을 더 잘 하게 되다.

모국어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별 생각 없이' 튀어 나오는 언어다.또한 머릿속에서 생각할 때 사용하는 언어다.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는데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또한, 교과로 배우기는 하지만, 사전으로 단어 하나 하나의 정확한 뜻을 찾아 익히지는 않는다.살면서 접하는 모든 곳에서 맥락으로, 또는 타인의 전달로 새로운 단어가 저절로 익혀진다.그렇다 보니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보자면 심각한 결점이 있다.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도 정확한 어휘가 아닌, '자기식대로의 표현'으로 전달하고, 전달 받는 사람도 '자기식대로의 이해'로 받아 들인다.하지만, 모국어는 '별 생각 없이'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전달자나 피전달자나 서로 간 이해의 간극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그리고 오해가 발생한다.(네가..

단상 2018.08.16

공정함을 가장한 무심함

"한쪽 말만 듣고 속단해서는 안된다."옳은 태도다.하지만, 한쪽 말이 전적으로 진실일 경우는 어떨까?심지어 명백한 물증까지 있다는데 더 이상 어떻게 진실성을 입증하나?"넌 아직 하지 않은 얘기가 있을 거야. 너한테 불리한 얘기는 하지 않았겠지."보통은 그렇다.하지만, 정말 다 얘기했다면 어떨까?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할 수도 없지 않나? 공정함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좋은 태도다.하지만 자칫, 공정함을 가장한 회피가 될 수도 있다.한쪽 말만 듣고 속단하지 않겠다면, 다른 쪽 말을 들어보면 된다.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는 뜻이다.자신이 받아 들이기 싫은 결론을 받아들이기 싫으니, 자신이 내리고 싶어하는 결론에 필요한 무언가가 '아마도 있을 거라고' 고집한다.아무리 없다고 해도, 분명히 ..

단상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