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배려 5

뭘 자꾸 하려는 게 문제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뭘 자꾸 해주고 싶다는 생각부터 든다. 꽃다발이라던가, 맛집이라던가, 사람 많은 곳에서 공개 프로포즈라던가. 좋아하면 다행인데, 싫어하면 역효과다. 몰라준다고 섭섭해하기도 한다. 뭘 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내 생각에 좋은 걸' 상대하게 강요하는 꼴이 된다. 부모가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면서 강요하면 자식은 진저리를 친다. 자식을 위한다기 보다는, 자기 욕망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도 별로 고프지 않고, 입맛이 없는 손자에게 억지로 밥 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손자 입장에선 참고 받아줘야 할 강요다. 손자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만, 사실 그저 할머니의 만족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건 온전한 배려다. 뭘 한다는 건 ..

단상 2024.03.08

좋게 생각해 버릇하면, 좋게 생각하는 버릇이 든다.

운동선수의 놀라운 플레이는 생각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수만번 연습한 결과가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온 것이다.시속 300km 이상의 배드민턴 공을 받아치면서 어디로 떨어뜨릴지까지 정하는 건 절대 계산으로 할 수 없다.심지어, '어디로 떨어뜨리면 좋을까' 조차도 판단의 영역일 뿐 생각이 아니다.성격 역시 마찬가지다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평소 '생각해 버릇한대로' 반응이 튀어나오는 거다. 온화한 성격과 사나운 성격을 비교해보자.예를 들어 운전을 하는데 다른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 온화한 사람은 '급한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납득을 해버린다.하지만, 사나운 사람은 '저 새끼가 날 무시하나'라고 생각을 하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정말 급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를뿐더러, 확인할 수도 없으니 중요하지도 않다...

단상 2018.11.09

5분이라도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하는 편이 나은 이유

약속시간 전에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약속시간 이전이라면, 만날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아도 괜찮다.약속한 시간까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기약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약속시간을 넘기는 순간 그 기약은 사라진다.5분을 늦을지, 10분을 늦을지, 30분을 늦을지 모른다.어떤 일이든 유쾌하지 못한 일은 언제 끝난다는 기약이 없으면 더 힘들다.힘들게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이제 30분 만 더 올라가면 된다"는 희망은 힘이 된다. 5분이라도 늦을 거 같으면 늦는다고 연락하는 편이 낫다.소중한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인생... 뭐 이런 거창한 의미를 갖다 붙일 필요도 없다.기약없는 기다림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걸 연락 한 번으로 막아주는 거다.고작 5분, 10분 늦는 것 갖고 유난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

단상 2018.04.06

좌변기의 시트는 왜 내려두는 것이 에티켓인지에 대한 추측

옛날에 만나고 옛적에 헤어진 여자친구와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매너라는 주제로 다툰적이 있습니다. 저는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면 물이 튀는 등 오염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올려 두는 게 더 효율적이고 청결하다고 생각했습니다.여자친구는 이유는 설명 못하지만 어쨋든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매너라고 하더군요.꽤 집요한 성격이었던 저는 여기저기 물어 봤는데, 대부분은 뭐 그딴 걸 물어보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성실하게 대답해준 모든 여성들과 일부 남자들이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결정적으로, 우리 엄마도 그렇다고 해서 '일단은' 내려두는 게 예의인 걸로 받아 들였습니다.하지만 아무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납득은 안됐습니다. 무려 십여년을 지난 어느 날 문..

단상 2017.08.23

게을러서 안하는 게 아니라 인지 자체를 못하는 거예요.

뭘 먹고 그릇을 싱크대에 두는데 물에 담그질 않더군요.설겆이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에 담근 그릇과 아닌 그릇은 힘들기가 완전히 다릅니다.특히 밥 먹은 그릇이 그렇지요.두어번 슥 문지르면 될 걸 열 번 넘게 박박 문대야 합니다.반면에 라면 등 기름기가 묻은 그릇은 물에 담그지 않던가, 넘쳐서 바깥면에 기름기가 묻지 않을 정도만 물을 담으면 좋구요.기름기는 잘 닦였는지 식별이 잘 안되기 때문에 꼼꼼히 닦아야 하는데, 여기저기 다 묻혀버리면 더 힘들어지니까요.그런데 그거 깜빡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습니다.우물에서 물 길어다 하라는 것도 아니고, 싱크대에 그릇 두면서 수도꼭지만 잠깐 틀면 되는데도 말이죠. 집에 들어오면 양말을 벗어서 아무데나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보통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들..

단상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