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좌변기의 시트는 왜 내려두는 것이 에티켓인지에 대한 추측

명랑쾌활 2017. 8. 23. 10:47

옛날에 만나고 옛적에 헤어진 여자친구와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매너라는 주제로 다툰적이 있습니다.


저는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면 물이 튀는 등 오염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올려 두는 게 더 효율적이고 청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이유는 설명 못하지만 어쨋든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매너라고 하더군요.

꽤 집요한 성격이었던 저는 여기저기 물어 봤는데, 대부분은 뭐 그딴 걸 물어보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성실하게 대답해준 모든 여성들과 일부 남자들이 좌변기 시트를 내려 두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결정적으로, 우리 엄마도 그렇다고 해서 '일단은' 내려두는 게 예의인 걸로 받아 들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납득은 안됐습니다.


무려 십여년을 지난 어느 날 문득 납득할 만한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남자는 올리고 사용해야 할 때도 있고, 내리고 사용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좌변기 시트의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하는 게 습관화 되어 있지만, 여자은 그걸 올려서 사용해야 할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걸 항상 내려둔 채로 쓰는 게 습관화 돼있고, 그게 올라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좌변기 시트가 올라가 있는 상황에 곤란을 당하는 일이 많지 않을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할 수 있는 입장이 미처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입장에 맞춰 배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구요.

예를 들어, 차도를 건널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주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안전 책임을 전가하는 것보다는, 그런 사실을 알고 인지할 수 있는 성인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애들이 보이는 곳에서 조심해서 운전하는 편이 나은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