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무심함 2

배려로서의 무심함

한국 가는 길, 공항까지 배웅 나오지 않는 여자친구가 좋다.예전엔 서너 시간 차 타고 가서 내가 내리고 나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걸려 돌아가야 했다.오랜만에 집에 가는 나야 상관 없지만, 집에 돌아 가는 길 내내 쓸쓸했을 여자친구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도착했는데, 줄줄이 비엔나 케찹 볶음만 해두고 일 보러 가신 엄마가 좋다.예전엔 내가 좋아했던 음식 이것저것 잔뜩 있었다.인니로 돌아가면서, 한국 있는 동안 다 먹지도 못해 남은 음식 버리면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내 맘 편하자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건 배려가 아니다.배려는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다.그래서 너무 좋다만나면 헤어질 때가 반드시 오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으니그 적당한 무심함이 편하다.

단상 2019.10.23

공정함을 가장한 무심함

"한쪽 말만 듣고 속단해서는 안된다."옳은 태도다.하지만, 한쪽 말이 전적으로 진실일 경우는 어떨까?심지어 명백한 물증까지 있다는데 더 이상 어떻게 진실성을 입증하나?"넌 아직 하지 않은 얘기가 있을 거야. 너한테 불리한 얘기는 하지 않았겠지."보통은 그렇다.하지만, 정말 다 얘기했다면 어떨까?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할 수도 없지 않나? 공정함을 지키려 노력하는 건 좋은 태도다.하지만 자칫, 공정함을 가장한 회피가 될 수도 있다.한쪽 말만 듣고 속단하지 않겠다면, 다른 쪽 말을 들어보면 된다.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 싫다는 뜻이다.자신이 받아 들이기 싫은 결론을 받아들이기 싫으니, 자신이 내리고 싶어하는 결론에 필요한 무언가가 '아마도 있을 거라고' 고집한다.아무리 없다고 해도, 분명히 ..

단상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