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배려로서의 무심함

명랑쾌활 2019. 10. 23. 06:59


한국 가는 길, 공항까지 배웅 나오지 않는 여자친구가 좋다.

예전엔 서너 시간 차 타고 가서 내가 내리고 나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걸려 돌아가야 했다.

오랜만에 집에 가는 나야 상관 없지만, 집에 돌아 가는 길 내내 쓸쓸했을 여자친구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도착했는데, 줄줄이 비엔나 케찹 볶음만 해두고 일 보러 가신 엄마가 좋다.

예전엔 내가 좋아했던 음식 이것저것 잔뜩 있었다.

인니로 돌아가면서, 한국 있는 동안 다 먹지도 못해 남은 음식 버리면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내 맘 편하자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건 배려가 아니다.

배려는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다.

그래서 너무 좋다

만나면 헤어질 때가 반드시 오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으니

그 적당한 무심함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