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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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

어렸을 적부터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딱히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의 것 빼앗아서 득보려고 한 적은 없는데도 그랬다.하지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버버~ 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정도 머리가 여물고, 입도 제법 잘 놀리게 되고 나서는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줄기차게 항변을 했었다.남이 피해 보든 말든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이기주의자고, 나는 남에게 피해 안끼치는 한도 안에서 남 신경 안쓰고 자기식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개인주의자라고.구구절절 옳은 소리니 딱히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납득하는 반응 따위는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웃으며 끄덕이는 표정 너머로 '아유~ 그 새끼 친구 말은 참 잘하네~' 하는 듯한 눈빛은 종종 봤다. 세상 물정 좀 알 나이가 되어서야..

단상 2019.03.29

차라리 돈 때문에 그러라고.

직원 관리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은데 조직 전체 관점에서는 문제가 되는 면면들을 볼 때가 있다. "전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저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는 겁니다."당연한 말이다. 인신공격이나 도에 지나친 무례는 어떠한 경우에도 옳지 않다.하지만, 개인에 대한 예의와 직급에 따른 예의를 혼동하는 경우엔 오히려 가소롭다.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건 좋은 덕목이지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사장이나 상급자, 하급자, 경비나 운전기사, 청소부 등 위치에 따라 대하는 바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다.어느 회사 부장이 사장에게 90도로 인사하듯 경비에게도 90도로 인사한다면 어색한 일이다.운전기사에게 '기사 아저씨'라고 부른..

단상 2017.09.26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부자 아닐까요?

"예전에 돈이 없어서 허덕이던 때가 있어서, 지금은 통장 잔고가 백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걸 싫어해요." "와, 부자시네요?" "백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 같으면 돈을 아껴쓰기 때문에, 쓰는 건 예전에 돈 없던 때랑 큰 차이가 없어요. 그저 마음의 여유가 더 있을 뿐이죠. 사고 싶어도 어차피 돈이 없어서 못사는 거랑 살 수는 있는데 안사는 거랑은 전혀 다르죠.""돈이 많으면 부자 아닐까요?""글쎄요... 돈이 많은데, 그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다면, 보통 사람하고 다를 게 뭘까요? 집에 100억이 쌓여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냥 종이 쪼가리일 뿐이잖아요." "...""돈은 써야 돈이죠. 그러니까 써도 괜찮은 돈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인 거고요. 전 부자가 아니라, 그냥 여유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단상 201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