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도로 7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13. 결혼식날 마을길

출퇴근길로 자주 이용하는 동네 길이 꽉 막혔다. 승용차 두 대 빠듯하게 지날 정도로 좁은 길이라, 아는 사람만 아는 뒷길이다. 동네 주민 결혼식 행사인데, 멀리서 찾아 온 하객 차량들이 갓길을 점령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인니 대부분의 종족은 모계가 강하니 아마도 신랑측 하객일 거고, 고향 마을 사람들도 왔을 거다. 시골은 씨족 문화가 남아 있어서 같은 마을이 고향이면 거의 친척이니까.) 세울 수 있는 모든 곳을 차량이 점령했다.갓길에 붙여 세운다고 세웠지만, 길이 워낙 좁아 1.5차선이 되버렸다.결혼식 한다고 마을 길 막는 경우를 흔히 봤다.미안한 기색 따위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원래 그래도 되나 보다. 신랑신부 타고 갈 차량도 보인다. 하객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출발하고 있다.어젯밤까지 결혼식 행..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11. 오토바이는 무슨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출근 시간에 공단 방향 차선만 심한 정체가 발생했다.반대 차선 하나를 오토바이들이 점령했다.그래도 자기들 딴에는 중앙선 쪽으로 붙어서 오지만 그게 뭔 의미가 있나.어차피 역주행이고 한 차선은 못쓰는 거지.웃기는 건, '자율적인' 역주행은 오토바이만 된다는 거. 사륜차량은 경찰이 통제하는 경우만 가능하다. 그렇게 역주행 해온 오토바이들이 다시 본차선으로 끼어드는 통에 자동차들은 거의 움직이질 못한다. 거기에 반대 차선에서 우회전하려는 오토바이들까지 겹치면 아수라장이 된다.자동차들이야 오토바이가 앞바퀴 먼저 들이밀어 넣으면 꼼짝없이 서야 하지만, 같은 오토바이들끼리는 그런 우월함도 없다.씨줄날줄 엇갈리듯 복잡한 정체의 그물이 생긴다.그저 익숙한 일상일 뿐이다.이미 일상이 됐다면, 거기엔 옳고 그름도, 합리성..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번외1. 인니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제멋대로 운전에 대한 단상

사고는 보통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대상이 아무리 개떡같이 운전해도, 그걸 미리 알고 있다면 어지간하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그런 의미에서, 인니에서 별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오토바이를 개떡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방어운전해야 한다.왜 인니는 한국과 달리 오토바이가 개떡같이 운전하게 됐을까를 생각해봤다. 1. 교통 안전교육 부재오토바이를 모는 인니인의 거의 대부분이 무면허다.면허를 따려면 비용이 들고, 시골에서 대충 몰고 다니다 단속에 걸려도 오토바이 등록증 검사를 중시하지, 면허는 굳이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자기 마을길에서 제멋대로 운전하면서 운전 습관을 들였다.진입로에서는 일단 정지해야 한다는 교육 따위를 받아 본 적이 없다. 2. 사고시 과실 판단에 관습법 적용규칙이 제대..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06. 선행 차량이고 뭐고 필요 없다

승용차가 앞의 화물차를 추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들에게 그딴 건 알바 아니죠.비키라는 경적을 울리며 추월 시도 하려는 승용차를 추월해 버립니다.만약 승용차가 후방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월 시도를 하게 되면, 저 오토바이들을 다 엿되는 겁니다.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드뭅니다.인니의 암묵적인 도로규칙인지, 오토바이에게 추월 기회를 양보하는 게 일반적이더군요.마치 오토바이는 선행 차량 우선 규칙을 무시하고 최우선권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차량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으려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 뿐만 아니라, 자기를 추월하려는 오토바이가 있는지 후방까지 살펴야 합니다.가뜩이나 사이드 밀러로 뒤를 살피려면 사각지대까지 있어서 골치 아픈 상황이지요.추..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05. 오히려 교통을 방해하는 빠 오가 Pak Ogah

어느 변두리 마을길의 빠 오가 Pak Ogah 할아버지 인니에는 '빠 오가'라는 직업이 있습니다.다른 차량들을 막아 세워서, 삼거리 진입이나 유턴을 하려는 차량을 돕고, 50~200원 정도의 잔돈을 팁을 받는 일을 하지요.한국의 TV 프로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희안한 직업으로 소개되곤 합니다만, 사실 셀프 취업이라 직업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한국 관점에서 보면 필요 없는 일을 하고 돈을 바라는, 일종의 구걸 행위에 가깝지요.그래도 구역마다 텃세가 있어서 아무나 할 수 없으니, 직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 사진 속 할아버지의 경우엔 좀 더 구걸에 가깝습니다.진입하는 제 차량을 도우려면, 최소한 할아버지 뒤편의 차량을 통제해 줘야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뒤편의 교통상황에는 전혀..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04. 골목의 주인

대중교통 시스템이 빈약한 인니도 그 나름의 보완 체계가 있습니다.큰 도로에 연결되는 작은 도로 입구에는 오젝 Ojek (오토바이 택시) 대기소가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요 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나 앙꼿 Angkot (미니 승합차 버스)을 타고 가다가 내려, 오젝으로 갈아 타고 작은 도로를 들어가는 식이지요.각 구역마다 이권이 얽혀 있어, 멋모르는 뜨내기가 끼어 들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됩니다.사진 속 화살표로 표시한 골목은 버까시 Bekasi 북부 공단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버까시 Bekasi 남부의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꽤 중요한 샛길입니다.자카르타 동부에서 자카르타를 거치지 않고 남부로 직접 이어지는 주요도로와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지요.(여기저기 길 잘 연결된 한국과 달리 인니는 도로 인프라가 ..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03. 일단 들이밀어 보고, 생각은 나중에

일반 승용차도 두 대 나란히 지나가기 힘든 길에 트럭이 들어섰습니다.조금만 삐끗해도 논으로 굴러 떨어지는 길이죠.눈으로 가늠하기엔 되겠냐 싶었는데, 되긴 되더군요. @_@만약에 안된다면?양방향 대치 상황이 시작되고 10분 만에 아수라장이 되고, 누군가 나서서 한 쪽 방향 차량들을 후진 시키기 시작할 겁니다.그리고 대략 30분 정도 지나서 대치 상황은 마무리 되고, 그 여파로 발생한 정체는 1시간 정도 더 지속되겠지요.예전에 직접 겪었던 상황입니다.그런 상황이 예상된다면 이런 길로 진입해서는 안되겠지만, 괜찮겠다 싶으면 들이밀어 보는 게 인니 사고방식입니다.되면 좋고, 아니면 그 때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