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교민 10

자기 입장에서만 좋은 게 좋은 거

한인 마트에 가면 교민들이 공급하는 쌀이 있다. 자포니카 품종으로 직접 농사 지은 것도 있고, 농가와 계약해서 쌀을 받아서 찹쌀과 일정 비율 섞어서 찰진 밥맛을 구현한 것도 있다. 대체적으로 제품 포장들은 좀 허접하다. 비닐 포장에 단색, 혹은 2색 사블론 수동 인쇄되어 있다. 그래도 일반 현지 쌀보다는 밥맛이 괜찮아서 이것저것 사다 먹었다. 자주 가던 한식당에서 쌀을 팔더군요. 한인 마트보다 천 원 정도 저렴하길레 몇 차례 사다 먹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흑미 배합한 쌀을 사왔는데... 쌀통에 쌀을 붓자 쌀벌레가 우글우글 튀어 나왔다. =o= 어지간하면 그냥 골라내고 먹으려 했는데, 200여 마리가 넘어가자 징그러워서 입맛이 뚝 떨어진다. 이 눔덜이 신나게 파먹었던 쌀을 먹는 셈 아닌가. 가서 다른 ..

[특이했던 사람] 1. 손님을 너무 가족처럼 생각하시는 그 분

인니 첫 직장에 막 입사했던 시절이었다. 아직 공장 세팅도 하기 전인 회사였다. 직원 기숙사로 쓸 집을 구하기 전, 민박집에 잠시 묵었다. 주변 사람 다섯 명에게 물어봤는데 전부 그곳을 추천해서 선택했다. 그 분은 민박집 사장님이었다. 붙임성이 좋고, 강단있는 스타일이었다.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하다고 할까. 자기 집처럼... 가족처럼... 이런 말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게 그 분의 철학이었나 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진 지금도, 그 민박집 하면 떡튀김이 생각난다. 반찬으로 떡튀김이 자주 나왔다. 야채튀김처럼 떡볶이떡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었다. 가래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꿀떡꿀떡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채소도 튀긴 건 맛있게 먹을 정도로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는 멍청한 질문들

인도웹이라는 인니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간다. 사이트 자유게시판이나 Q&A 게시판엔 멍청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온다. 1. 인니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요? -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데? 2. 인니에 어학 배우러 가는데, 집세는 어느 정도 할까요? - 어디 살고 싶은데? 니 아부지가 이재용이면 월 천만원 짜리가 별 거겠냐. 3. 인니에서 취업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 어디 취직할 건데? 4.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인니어 배우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배울 건데? 5. 인니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한국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해보렴. 일전에 업무상 의사소통 할 때 마주치는 멍청한 질문에 관해 끄적였었다. https://choon666.tistor..

단상 2021.09.20

한인 식당 자체 생산 냉동 짜장면

한인마트에서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됐습니다. 뿌르와까르타 Purwakarta 살던 시절, 답답한 시골살이에 숨통을 트이게 해줬던 한인 식당 의 전 사장님 얼굴이 밀키트 제품 포장에 나왔네요. 한국성은 자카르타 - 반둥 유료도로 중간 쯤의 사당 Sadang 톨게이트 나오면 바로 보이는 쇼핑몰 안에 있습니다. https://choon666.tistory.com/1143 사당 쇼핑몰 Sadang Terminal Squre 이름이 무려 '사당' 터미널 스퀘어입니다. 한국과는 전혀 관계 없고, 지역명이 Sadang 일 뿐입니다. 까라왕 Karawang, 찌깜뻭 Cikampek, 수방 Subang, 반둥 Bandung 지역에 사시는 choon666.tistory.com 위치가 그렇다 보니, 한국 교민들 중에도 아는 ..

용감하거나 멍청해서 귀국하지 않는 게 아니다.

코로나 시국, 인니 정부의 조치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 이상은 방치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 검사, 격리, 치료... 모든 정부 활동은 하지 않으면 욕 먹으니까 하는 것일 뿐이예요. 싫어서가 아니라 못합니다. 사회 역량이 안돼요. 누가 걸렸는지 전혀 추적 안됩니다.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모든 곳이 위험합니다. 감염 위험보다 더 심각한 건, 의료 인프라 부족입니다. 감염될 경우 대증 요법이 전부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릴 정도로 위험할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형편되는 국민들이 사비로 의료용 산소통을 구비해 집에 두고, 형편이 좀 부족한 사람들은 몇 사람이 돈을 모아 그러고 있어요. 게다가 의료 보험도 제대로 혜택을 못받습니다. 입원비, 치료비가 하루 10만원이 넘습니다..

당신의 국가 정체성은 당신의 모어(모국어)다

"사람은 국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 속에서 살아 간다. 모국어야말로 우리의 조국임이 확실하다." - 에밀 시오랑 Emil M. Cioran 영아일 때 외국으로 입양 되었거나, 아주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 갔거나, 외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왔거나...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민권을 갖고 있거나, 능동적으로 귀화했거나 등등혈통적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사람의 국가 정체성을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다.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지속적인 가정 교욱으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미국 시민권자 한인이 그렇다. 문화는 개념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긴 부적절하다.한국의 미풍양속이나 서열 문화, 관행과 터부를 잘 아느냐 모르느냐를 테스트해서 분류할 수 있는 문제가 ..

단상 2020.03.13

쇼핑몰 대형 마트의 돼지고기

몰 리뽀 찌까랑 Mall Lippo Cikarang 에 있는 하이퍼마트 Hypermart 식육 코너에서 파는 돼지고기 리뽀 찌까랑 Lippo Cikarang은 외국인 거주민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대형 몰의 마트에서 돼지고기 제품을 팔고 있다.발리에 소재한 Aroma라는 회사 브랜드인데, 한글로 떡하니 오겹살이라고 적혀 있다.예전 같으면 한인 수퍼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이제는 라면이나 육류, 채소들은 몰에서 구입하는데 불편이 없다. 인니 현지 유통업계도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는 추세라, 한국 교민이라는 특정 집단을 영업 대상으로 하는 한국 기업들의 독점적 이점도 사라지고 있다.특히 무궁화 그룹이라고 자칭하는 무궁화마트가 그런 이점을 이용해서 성장한 케이스인데, 소규모일 때는 현지 기업들이 귀찮기만..

새로운 문화권 적응의 단계

그간, 이만하면 인니에 적응 깨나 했고 이대로 관록이 쌓이면 되나보다 했는데, 최근 비슷한 문화권인 말레이시아를 다녀오면서 인니 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스스로도 좀 의외여서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새로운 문화권을 접할 경우의 단계를 정리해 봅니다. 물론 개인적 체험을 근거로 했으므로, 당연히 신뢰성은 보장 못합니다. 많이 배운 학자들이 돈 써가면서 장기간 관찰하고, 관련 논문서적 조사한 결과물이나 신뢰하는 거겠죠. ㅎㅎ 읽어보시고 각자 잠깐 생각해 볼 꼭지가 되시길 바랍니다. 1. 접촉 - 새로운 문화권과 접촉하는 단계 깊은 고찰이 없는 여행의 경우가 이 단계에 해당한다. 섣불리 미루어 짐작하면 오류가 많아 오히려 좋지 않다. 2. 탐색 - 모국의 문화에 대비하여 공통점과 상이점을 찾..

단상 2014.06.06

인도네시아의 어느 한국 상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모 한국 가게에 가면... 1. 타바스코 소스의 신제품 3가지 - '마일드', '마늘맛 마일드', '핫' 2년 전, 현지 쇼핑몰에서 타바스코 오리지널이 진열된 옆에 야심차게 저 세가지 신제품이 잔뜩 진열된 적이 있었다. 나도 '핫'으로 하나 사봤다. 뭐랄까... 말그대로 병맛이다. 그닥 맵지도 않은데다, 타바스코 특유의 신맛도 없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떨어진다. 차라리 안뿌려 먹는게 나을 정도인데, 갖고 있어봐야 뭐하나. 원화로 5천원 상당인데 눈물을 머금고 버렸었다. 내 입맛만 특별한건 아닌 모양인지, 그 쇼핑몰 진열대의 오리지널은 꾸준히 팔리는 동안에도, 신제품 3가지는 수량 변동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6개월 쯤 지나서, 신제품 3총사는 대폭 줄어든..

인니에는 회장님들이 많다.

1. 한국음식점을 들어가는데 양방향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안에서 나오는 사람과 딱 마주쳤다. 원래 한국에서도 매너가 좋았던 나는 이미 문을 살짝 밀고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나며 먼저 나오라고 양보했다. 턱하니 문을 밀고 나오는 한국인과 눈이 마주쳤다.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양반, 무표정하게 턱을 약간 처들고, 나를 스윽 쳐다보며 지나친다. 2. 노변 주차가 잦은 길에서 앞차가 섰다. 한국사람들이 내린다. 저언혀 서두르는 기색 없다.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뒤에 서있는 내 차를 스윽 훑어본다. 사람들을 다 내린 차가 앞으로 빠진다. 내렸던 사람들이 음식점으로 가기 위해, 아주 느긋한 거들먹 걸음으로 내 차앞을 지나간다.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거들먹 거리고 다녔으면 거만이 몸에 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