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광명시 10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

여행기?/한국 2023.09.13

[한국 방문 2022] 3. 복귀

안양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치 섬처럼 혼자 허름했던 낡은 건물.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재개발이 늦어지는 건물인가 보다. 도로를 경계로 한 편은 신식 건물들이, 반대편은 몇 십 년 되어 보이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보행자 도로 한복판 전동 킥보드가 놓인 걸 자주 봤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전동 킥보드를 탄 고등학생이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 10여 미터 가다가 보행자 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두고 학원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버리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머뭇거리거나 주변 신경 쓰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수도 없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다. 차라리 껄렁거리는 티라도 있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그저 교복 입은 차림새가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었다. 평범한 학생, 여기저기 흔하..

여행기?/한국 2023.07.28

[한국 방문 2022] 2. 인니 촌놈

80대 배경에 등장할 만한 양옥집과 90년대에 급격히 늘어난 다세대 주택, 그리고 전봇대. 서울에 아직도 이런 풍경이 남아 있구나. 안양천변 배추밭. 멋지다. ㅋㅋ 나이트클럽과 캬바레 스탠드바였던 곳이 이제 러브 호텔이 됐다. 터가 그런 건가, 건물주 취향인가.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3명, 남자 1명이 벤치에 앉아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개인의 욕구를 한층 더 존중하는 분위기가 된 거 같아 흡족하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인니인들의 닭고기 선호도가 매우 높다보니, 저렇게 장작구이나 전기구이 기계를 한국에서 수입해서 장사 시도해봤던 한국인들이 좀 있었다. 그 사람들 전부 어떻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여행기?/한국 2023.07.21

[한국 방문 2022] 1. 도착. 사랑니 발치.

3년 8개월 만에 한국 방문이다. 매년 한국에 가는데 갈 즈음에 국가 봉쇄가 시작됐고, 이런 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간다. 한국 정부가 입국시 PCR 테스트 의무 규정을 해제해서 별다른 과정 없이 출국 대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면, 엑스레이 신체 검사대를 통과할 적에 주머니 속 라이터로 다시 통과, 허리띠로 또 다시 통과하자 공항 시큐리티가 짜증이 났는지, 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압수했다. 따져 봐야 나만 손해다. "오오~ 라이터 1개는 휴대할 수 있는 걸로 알았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네요? 코로나 때문인가요?"라며 어벙한 표정으로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경비대원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안된다"라고만 한다. 공항 시큐리티는 완장찼다고 갑질하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이지 ..

여행기?/한국 2023.07.14

[한국 방문 2019] 2/3. 거리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글들은 거의 대부분 몇 달, 간혹 1년 넘게 묵혔다가 올립니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시키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습니다.아래 글도 2019년 초에 방문했었을 때 사진들인데, 그 중 한국... 하면 제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리워 하는 거리 풍경입니다. ============================================== 우리집... 아니 이제 본가라고 해야 할 곳이 있는 아파트 북쪽밤사이 살짝 내린 싸락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여름 즈음이면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펜스 한국에 가면 거의 매일 저녁 출근하다시피 하는 철산 상업지구 80년대엔 배추밭이었던 곳이다.지각할 것 같으면 밭을 가로질러 뛰어 갔던 기억이 난다. 주공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여행기?/한국 2020.01.27

한국 방문

올해 한국에 갔을 때는 마침 의원 선거가 한창이었습니다. 광명사거리가 난리도 아니네요.저도 기분 좋게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자한당 개박살에 일조를 한 거 같아 흐믓합니다. 경찰서 삼거리 앞 횡단보도에서 찍었습니다.이정미 전헌법재판관 이후로 머리에 헤어롤 달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됐나 봅니다. 이제 와서 사진을 보니, 만약에 신고 당했다면 꼼짝없이 성범죄 혐의로 잡혀갈 뻔 했네요.제가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상대방이 기분 나쁘면 무조건 잡아 넣는 게 요즘 한국 분위기니까요. 30년이 넘은 철산 상업지구의 터줏대감, 꼬마도깨비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딱히 독특한 메뉴랄 게 없는, 그야말로 그냥 호프집이라는 게 이 곳의 특출난 점입니다.그래서 손님 대부분이 연배가 좀 있습니다.그에 비하..

근황 2019.01.30

눈 내린 광명시

한국 가면 눈이나 실컷 봤으면 좋겠다 했는데, 정말 실컷 봤습니다. 일단 맛배기로 살짝 내려줬더군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제법 많이 내려 주고요. 그러고 나서 대박 내려주더만요. 광명시 살면서 이렇게 많이 내린 눈은 처음 봤습니다. 평생에 다섯 번 째 안에 들고요. 눈이 꼭 낭만인 것 만은 아니죠. 누군가에게 눈은 그저 엿같은 일감일 수도 있습니다. 계급 없는 평등한 사회요? 계급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니 돈 많이 법시다. ㅋㅋ 누가 만들었는지 재미있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여전히 가게에서 일해야 하는 알바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제가 인니 돌아온 후에도 눈 제법 많이 내렸다고 하더군요. 아, 이제 슬슬 날 풀리고 있겠군요.

근황 2010.03.01

집 근처, 그리고 상업지구 가는 길

집이 제일 좋습니다. 남산이니, 해남이니, 제주니, 스키장이니, 무슨 축제니... 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집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그냥 일상이 제일 좋습니다. :) 12월이 어울리지 않게 겨울비가 온 어느 날. 아파트 2층인 우리집 복도에 나가 난간에 기대어 피우는 담배 한 대. 이곳에 있으면서 가장 그리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집을 나서 상업지구를 갈 때면, 하안1동 동사무소가 있는 뒷길을 이용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중앙선 없는, 그럭저럭 차 두 대 지나갈 만한 너비의 도로에 보도블록도 없던 길이었습니다만, 하안1단지가 재건축 되면서 떡하니 그럴듯한 모습이 되었군요. 좋냐구요? 전혀요. 저건 보행자를 보호하겠다는 도로가 아니라, 마음 놓고 달리라고 차를 배려해주는 도로일 뿐입니다. 예전에 이 길..

근황 2010.02.23

한국 갔을 때 주워 먹었던 이것 저것, 갔던 이곳 저곳

한국 살 때는 언제든 생각나면 누구와든 먹던 것들인데, 이젠 그야말로 귀하고 귀한 것들이 되어 버렸다. 물론 여기서도 먹자면 먹겠지만, 그 분위기까지야 어쩔 수 있겠나? 특히나, 사람만은 어쩔 수 없다. 뭐 그래도, 거기 그렇게 잘 있다는 거 보고 왔으니 좋았다. (어디 도망가나 했다. ㅋㅋ) 지짐이의 기본 안주. 싼 맛에 간단한 2차로 가던 곳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만만치 않은 가격대로 바뀌었다. 매장 회전률이 높지 않은 한, 결국 매출 끌어 올리려면 결국, 맛 끌어 올리고 단가 올리는 수 밖에 없겠지. 특히나 상업지구처럼 실제가치에 비해 임대 시세가 터무니 없이 비싼 지역에서는 박리다매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임대 시세를 내릴 생각이 없다면, 상업지구는 서서히 상권이 죽어들게 될 ..

근황 2010.02.19

2009년 연말 철산 상업지구의 여기저기

광명시에 사는, 혹은 광명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 상업지구'가 어딘지를 압니다. 지금은 하안동에 한 군데 더 생겨서 광명시에 두 군데지만, 여전히 그냥 상업지구를 얘기하면 ' 철산 상업지구' 지요. 전 한국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이 곳이 떠오릅니다. 문득 그리움이 들 때 떠오르는 곳도 집과 이 곳이구요. 연말, 연초에 한국 다녀갔을 때, 여기저기 사진 찍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겠습니다만, 외국에 근거지가 있다보니 이런 짓도 하게 되네요. (하단부터는 문장 끝을 짧게 쓰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왜 굳이 어체를 바꿨냐면... 내용이 약간 비비꼬는 식이다 보니 도저히 경어체로 쓰기 힘들더군요. 비꼬는 내용을 경어체로 쓰면 부드러워지기 보다 오히려 더 비아냥 거리는 느낌을 주기..

근황 201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