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한국 갔을 때 주워 먹었던 이것 저것, 갔던 이곳 저곳

명랑쾌활 2010. 2. 19. 18:08
한국 살 때는 언제든 생각나면 누구와든 먹던 것들인데, 이젠 그야말로 귀하고 귀한 것들이 되어 버렸다.
물론 여기서도 먹자면 먹겠지만, 그 분위기까지야 어쩔 수 있겠나?
특히나, 사람만은 어쩔 수 없다.
뭐 그래도, 거기 그렇게 잘 있다는 거 보고 왔으니 좋았다.
(어디 도망가나 했다. ㅋㅋ)

지짐이의 기본 안주.
싼 맛에 간단한 2차로 가던 곳이었는데, 어느 틈엔가 만만치 않은 가격대로 바뀌었다.
매장 회전률이 높지 않은 한, 결국 매출 끌어 올리려면 결국, 맛 끌어 올리고 단가 올리는 수 밖에 없겠지.
특히나 상업지구처럼 실제가치에 비해 임대 시세가 터무니 없이 비싼 지역에서는 박리다매란 자살행위나 다름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임대 시세를 내릴 생각이 없다면, 상업지구는 서서히 상권이 죽어들게 될 것 같다.
소비자들 멍청한 거 같아도 무섭다.
벌써 제법 많은 상권이 광명사거리와 하안 상업지구로 이동하고 있다.

광명 사거리 곱창집, 하안 상업지구 곱창집과 함께, 광명시 곱창집 3대 맛집에 해당하는 철산곱창의 곱창.
광명 사거리와는 비등하지만, 솔직히 하안 상업지구 곱창집 보다는 쬐금 떨어진다.
하지만 충분히 맛있는 집이다.
단점이라면 너무 비싸다는 것.
하지만 비싸도 좋으니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ㅠ_ㅠ

간만에 왔다고 생간 서비스까지. 아우웅~ 추르릅

비싼 중에 제 값을 하는 체인점 와라와라.
요번에 갔을 때는 슬슬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음식 맛이 뭐랄까, 뭔가 전에 비해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비자 입맛은 무섭다.
비록 만들지는 못해도, 먹어본 입이 어디로 가겠는가?
그래서 한 자리에서 10년 넘으면 명소로 인정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본사가 체임점을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나 싶은데,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와라와라 옆의 노래바.
언니들이 노래 도와주는 노래방이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참으로 운치있는 카운터 아닌가? ㅋㅋ

와라와라 같은 건물 5층의 당구장.
같은 층의 PC방과 함께 술 이외의 것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상업지구에서 놀면 거의 이 건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이 집 사모님이 끓여 주시는 쌍화차가 참 좋다. (아무나 안준다. ㅋㅋ)

친구 녀석이 나 없는 사이 새로 뚫었다는 고깃집 마포갈비.
특이한 것은 불판 언저리에 저렇게 계란찜을 부어 덤으로 먹는다는 점.
특이하긴 하지만... 그냥 거기서 거기.
고깃집이야 고기만 적당한 가격에 맛있으면 그만이지, 설마 계란 먹으러 가겠나.
적당히 매콤한 양념 맛이 제법 괜찮았다.
고기도 그만하면 그리 나쁘진 않은 편이고.

마치 예전 개나소나 조개구이집을 보듯, 여기저기 생긴 육회집.
난 기본적으로 이렇게 비슷한 가게가 한꺼번에 우루루 여기저기 생기는 것은 경계한다.
어차피 손님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 군데 생겼으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이렇게 계속 생긴다는 것은 단가에 비해 마진이 높다는 건데, 소비자도 납득할 정도의 가격에 판매량이 적어도 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마진이 나온다는 얘기는 결국 물건의 단가가 무지 낮다는 얘기다.
그리고 단가가 낮다는 것은, 물건의 질이 매우 안좋다는 사실과 다름 아니다.
좋은 물건 값 싸게? 그건 사기나 다름 없다.
좋은 물건 값 싸게 산다는 것은, 파는 사람이 손해라는 얘기 아닌가.
좋은 물건 제 값에 사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다면 지금 이 많은 육회집들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저 가격에 저 정도 육회는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저렇게 가게가 이미 많은데도 더 생긴다는 것은, 상식적인 단가보다 더 낮은 물건이 제공된다는 얘기다.
이런 가게들이 마구 생긴다는 것은 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그 많던 조개구이집은 IMF 때 였다.
어떻게든 살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만큼 어떻게든 등치려는 무리들도 기승하게 마련이다.
사기꾼이 노리기 좋은 대상은 욕심이 눈을 덮은 사람과, 절박함이 눈을 덮은 사람이다.
누굴 탓하겠나.
나라 꼴이 이렇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잘못이다.
위정자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은,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권리, 소유권은 책임 의식으로부터 나온다.

...육회 가지고 별 소릴 다 지껄인다. -_-;;
그냥 저냥 먹을만 했다.

생 생강을 쓰지 않고 생강 가루를 쓴다는 점만 제외하면, 제법 괜찮은 닭도리탕집.
어쩌면 생강 가루를 쓴다는 것이 이 집 맛의 비결일지도...
밥 반찬이야 우리 집 닭도리탕이 최고지만 ^^, 술안주로는 이 집 갠춘하다.

수박 성인나이트.
각 나라마다 성인 나이트의 분위기가 다른데, 우리 나라 역시 독특하다.
요즘 젊은 애들이야 그딴 거 없겠지만, 어느 정도 연배가 되는 사람들은 춤 춰도 되는 장소가 지정되어야 그 곳에 사람이 미어터져도 꾸역꾸역 끼어야 안심하고 춤을 춘다.
보라, 어디서나 음악은 빵빵함에도 스테이지는 닭장인데 저 널널한 테이블 사이의 공간은 텅텅하다.
제가 흥이 겨우면 아무데서나 몸을 흔드는 웨스턴들이 이걸 보면 기이하다 생각되겠지. ㅋㅋ


외국 나와서 그리운 건, 한라산의 정기도 아니요, 한강의 도도함도 아니다.
그저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소소한 일상이다.
오늘 하루 엿같은 일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해서 쏘주 한 잔 기울일 사람이 있고, 부담없이 마실 장소가 있고, 그러고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어지간히 멍청하게 마시지 않는 한, 집에 갈 방법을 모른다던가, 털릴 지는 몰라도 가다 죽지는 않을까 걱정할 일은 없지 않나.
여긴 항상 생각하고 대비하고 경계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모쪼록 그 소소한 일상을 좀더 귀하게 누리길 바란다.
누가 했던 어떤 말을 응용하자면,
당신의 오늘 하루 평범한 일상은, 지금 타국에 있는 누군가가 그리는 귀한 하루다. ^^
삶의 행복은 항상 곁에 있다.
다만 당신의 눈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하루 하루 행복을 느끼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내일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대책 없지만, 적어도 오늘도 난 행복했다. ^^;
모쪼록 당신도 그렇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