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강압 3

애 싫어할 수도 있지 뭐

애 싫어한다고 하면, 애에게 짜증내거나 윽박지르거나 한다는 식으로 오해를 한다.세상만사를 뭐 그리 극단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어떤 사람이 개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게 눈에 띄면 쫓아가서 패고 괴롭힌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싫은 건 그냥 싫은 거다. 싫다고 뭘 어쩐다는 게 아니다 소위 철없는 사람, 자기 절제를 못하는 사람더러 '왜 이리 애같냐', '애처럼 굴지 마라'라는 소리를 한다.애처럼 구는 태도가 부정적인 의미라는 걸 사회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다.애는 사려깊지 않다. 애가 사려깊다면 '애답지 않게 사려깊다'라고 한다.진중한 애는 '애답지 않게 진중하다'라고 한다.애는 원래 질투를 하고, 투정을 부리고, 자기 욕망을 잘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애는 원래 그러는 게 당연한 거고, 어른인데 그러는 사람더..

단상 2024.05.03

가난한 사람에게 종교는 무기

부자는 그 자체로 가난한 사람보다 권력이 강하지만, 종교의 덕목들은 빈부를 가리는 것을 죄악시 한다.종교 안에서의 다툼은 논리보다 맹목적 믿음이 우세하다.가난한 사람이 그나마 부자를 이겨 먹을 수 있는 분야가 종교란 얘기다.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이 더 경직된 종교관을 갖을 확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가난한 가장일 수록 자녀에게 종교적으로 강압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도 그렇다.부모자식 관계도 까놓고 말해 인간 관계의 일종이고, 인간 관계란 결국 가진 게 많을수록 (베풀 여력이 더 클 수록) 더 권위가 서게 마련이다.그런 게 없다면, 결국 이유따윈 필요없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해야 하는데, 종교가 그런 쪽에 아주 편리하다. 가난한 자는 인간은 다 똑같다는 교리를 이용하고, 권력자는 천..

단상 2019.03.08

[언어로 인한 생각의 전환] 01. Boleh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밴저민 리 워프는 '언어는 사고 체계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을 세웠다.최고의 단편SF작가로 꼽히는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표현하는 인류의 언어 체계와 달리, 통시적으로 표현하는 외계 언어를 습득한 언어학자가 현재를 보면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통찰하게 되는 사고체계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토대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외국어를 깊게 이해한다는 건, 그 사고 방식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외국어에 대한 배움이 점점 깊어지면서 사고방식이 바뀌게 되는 건 실제로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한국어와는 다른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내 사고와 관점의 영역을 넓혀준 단어에 대해 끄적여 보려 한다. boleh 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