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스워 다리 Jembatan Sewo 의 빗자루 거지들

명랑쾌활 2018. 5. 31. 11:09

서울과 부산을 잇는 1번 국도가 있듯, 인니에도 1번 국도가 있다.

자와섬 서쪽 끝 머락 Merak 항구부터 시작하여, 자카르타, 찌르본, 스마랑, 수라바야 주요 도시를 거쳐 동쪽 끝 끄따빵 Ketapang 항구까지 이어진 도로가 인니의 1번 국도다.

인니인들은 한국처럼 '1번 국도'라고 하지 않고, 잘란 빤뚜라 Jalan Pantura 라고 한다.

르바란 명절 때면 자카르타 인근에서 일하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귀경길로 이용하는 가장 붐비는 길이라, TV의 생중계 방송에도 길 요소요소가 꼭 나온다.


2012년 무렵, 찌르본 Cirebon 에 사는 친구를 만나려고,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빤뚜라 길을 오갔었는데, 매번 빗자루를 든 사람들이 줄줄이 늘어선 지역을 지나쳤다.

이들은 차가 지나가면, 운전석쪽을 쳐다보며 빗자루를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이들은 딱히 정해진 명칭은 없지만, 대충 스워 다리의 빗자루 거지 Pengemis Sapu Lidik di Jembatan Sewo 라고 불린다.


빤뚜라 길 중 수방군 Kabupaten Subang 과 인드라마유군 Kabupaten Indramayu 의 경계 지점에 스워 다리 Jembatan Sewo 가 있다. (잘못 발음하면 '세워'다. ㅋㅋ)


스워 다리 Jembatan Sewo

이 다리를 중심으로 다리 양편에 걸쳐 빗자루 거지들이 활동을 한다.

이들은 전문(?) 거지가 아니고 인근 주민들인데, 할 일 없으면 부업처럼 나와서 구걸을 한다.

누가 돈을 주겠냐 싶겠지만, 이 길을 오가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버스나 트럭 운전사들이 '안전'을 기원하는 뜻으로 돈을 던져 준다고 한다.

기원은 따로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직업적인 미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저씨, 아줌마, 청년, 아이들 할 것 없이 다양하다.

누가 지나며 돈을 던지면, 돈이 떨어진 근처 사람들의 빗자루가 우루루 떨어진다.

돈은 그 위에 빗자루를 얹은 사람의 것이 되고, 싸움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는다.


구글 스트릿뷰에도 찍혔다. ㅎㅎ


매스컴에도 가끔 소개되는데, 대부분 이들이 딱히 교통을 방해하거나 통행차량을 위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우호적 내용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저들이 저렇게 길 가에 줄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

차량의 속도를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방해로 보는 한국인 운전자와 이런저런 이유로 서행하게 되는 걸 딱히 민감하게 느끼지 않는 인니인 운전자의 시각 차이가 아닐까 싶다.


* 인니에서는 기부나 구걸을 위해, 멀쩡한 길에 드럼통 같은 장애물을 세워 길 폭을 좁혀, 차량이 서행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경우가 너무너무너무 흔하다.

너무너무너무 흔하기 때문에, 인니인들에게는 합리성을 따지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닌 '그냥 당연한 일상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