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회사 관리 팁] 02. 영업 내근직 관리 주의 사항

명랑쾌활 2017. 11. 15. 11:06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관리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그렇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관리자의 자세입니다.

그런 관리자 시각에서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 내용들 위주의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전제 여섯 가지를 굳이 분명하게 강조하고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1. 전적으로 한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며, 한국과의 비교를 전제로 합니다.

2. 비교는 우열을 가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할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3. 모든 현지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4.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5.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개진할 뿐이며,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권위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6. 어떠한 반박이든 환영합니다.

읽으시는 분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 이름이 알려지면, 구매자 측에서 먼저 주문 문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제품 가격만 자꾸 물어보고 주문은 하지 않는 곳이나 한 열 번 물어봐서 한두 번 정도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업체가 흔하다.

한두푼 하는 거래도 아니고, 어쩌면 계속 거래할 수도 있는데, 돌다리 두둘겨 보는 게 당연하다.

제조업체 제품은 가격 조건이 천차만별이라 가격표를 제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구매자 측에게 가격 계산법을 알려 줄 수도 없지 않나.

그런 일 하라고 영업부 내근직 고용해서 월급 주는 거다.

하지만, 현지인 영업부서 직원이 귀찮다며 그런 문의 이메일을 아예 씹어버리고 답장 안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마치, 가게 종업원이 물건 가격만 물어보고 안사는 사람에게 '안살거면 물어보지마'라고 화내는 꼴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 드물지 않겠지만, 인니에 있는 한국 업체에서는 정말 흔하다.
실무는 보통 현지인 직원들이 현지어로 주고받기 때문에, 회사가 정착되어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한국인 관리자가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

관리자가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을수록 위와 같은 일은 더 흔하게 일어난다.

나 자신이 회사를 대표한다는 한국식의 소속감과 애사심을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대부분의 인니인들은 회사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갑질을 하는 경향은 강하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서 자신을 낮추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꾸 귀찮게' 가격만 물어보는 연락을 씹어버리는 게 일종의 갑질이다.

어차피 열심히 가격 계산해서 성실히 알려준다고 자기 돈 벌 거 아니다.

자기가 뭔 짓을 해도 덮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지 성질대로' 싸지른다.
혹시 한국인 관리자에게 걸려도, 가격 물어온 고객사 직원이 싸가지가 없어서 그랬다고 모함하면 된다.
한국인 관리자들끼리 사실 유무 따지기에는 서로 뻘쭘한 일이라, 정말 그랬는지 확인하기도 애매하다.

설령, 상대 업체 한국인 관리자에게 자초지종 전달해서, 그 한국인 관리자가 문제 직원을 질책한다 해도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일 없다.

앙심을 품고 오히려 더 훼방을 놓으려 할 거다.

(인니인은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면 뉘우치기 보다는, 자기 잘못을 드러낸 대상을 탓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고 남의 회사 항의 때문에 자기 회사 중견 직원을 댕강 날려버리는 것도 모양새가 안좋지 않나.

그래서 을이 갑에게 '미안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갑도 '괜찮다'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얘기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지 성질대로 한 직원은 '그래도 되는구나' 하며 더 의기양양 해서 콧대만 높아진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최근 실제로 겪은 일 때문이다.

종이박스를 생산하는 모 한국업체 영업부의 현지인 직원이 그 따위로 나와서, 월매출 5천~1만불 정도가 될 거래를 다른 업체로 돌려 버렸다.

바이어가 새로 진출하는 분야라 담당 직원이 아직 시스템을 잘 몰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물어봤었던 건데, 그걸 못견디고 귀찮다고 걷어차 버린 거다.

관리가 저렇게 개판인 회사와 거래했다가는 앞으로도 계속 피드백 문제로 골치 아플 거 같았다.

뒤늦게 그 한국업체 사장이 뭐가 잘 안된거냐고 물어왔지만, 이유를 설명해줄 리 없다.

굳이 그런 얘기 구구절절 해봐야 의미 없다.


현장 일은 문제점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관리하기 쉽지만, 데스크 업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문제라 관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일단 잘못이 고착되고 나면 개선하기도 어렵고 피해도 크다.

영업부 주문 관련 메일은 한국인이나 책임감이 검증된 현지인이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