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회사 관리 팁] 01. 현지인 공장 작업자에 대한 이해

명랑쾌활 2017. 11. 14. 11:33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관리자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을 염두하고, 그렇게 되지 않게 관리하면서도, 그렇게 됐을 경우를 대비하는 게 관리자의 자세입니다.

그런 관리자 시각에서 설명하다보니, 아무래도 부정적 내용들 위주의 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전제 여섯 가지를 굳이 분명하게 강조하고 글을 적어나가겠습니다.

1. 전적으로 한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며, 한국과의 비교를 전제로 합니다.

2. 비교는 우열을 가릴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부분을 환기시키고자 할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3. 모든 현지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4. 대상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5.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개진할 뿐이며,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권위도 주장하지 않습니다.

6. 어떠한 반박이든 환영합니다.

읽으시는 분이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1. 사무직이 아닌, 공장 근로자를 지원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인니의 보편적인 교육 수준 자체가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 더욱 그렇다.

채용시험을 보고 뽑는데, 고졸 학력의 지원자가 한국 초등학교 수준 산수 문제를 만점을 받지 못한다.

물건 숫자 세는 거 말고 산수가 공장 근로자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학교의 교육 과정은 모르는 것을 배우며 주의를 기울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문제 출제도 쉽고 정답 판정도 분명한 수학(산수)를 통해 측정한 값으로도 '훈련'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초등학교 수준 산수 문제가 취약하다는 건 그만큼 회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2. 규율을 준수하려는 의식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수준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인니의 교육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국가의 지시에 순종하는 산업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교육을 해왔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어,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추어 선다던가, 줄을 서서 차례를 지키고, 규칙과 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교육을 어릴적부터 훈육 받는다.

하지만, 인니는 질서 교육이 (한국인 시각에서 보기에) 아주 느슨하다.

줄 서서 차례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않고, 발각되지 않으면 잘못이 아니라는 관념이 있어서인지 규칙을 쉽게 어긴다.

잘못을 지적 당해서 수치심을 느끼면, 자신의 잘못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지적해서 수치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한 사람 탓을 한다는 점도 인니인의 질서 의식을 계도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렇다 보니 회사 규칙을 정착 시키는 것 자체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존재한다.


3. '생각 없는 행동'이 잦다.

다시 말해,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위의 두 가지 문제는 인과의 이치를 따져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문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나라별로 따질 필요 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면이 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불 안끄거나 옷 아무데나 벗어 던지는 행동은 한국인들도 많이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을 나서기 때문에 불 꺼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거고, 아무데나 벗어 던지는 거다.

이런 행동들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릴수록 많은데, 엄마의 잔소리라는 반복적인 훈육으로 고쳐진다.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습관을 들이는 훈육이라 몇 년을 해야 겨우 고칠까 말까일 정도로 어렵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니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한국인에 비해 많다.

제품의 품질 검사를 하는 근로자가 '보고는 있지만 제대로 보지 않고' 불량 제품을 양품이라고 넘기는 건, 한국인처럼 딴 생각을 하느라가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이 멍하게 있어서 그럴 확률이 높다.

주변 인식도 잘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공장 바닥에 선을 그어 통로와 작업구역, 도구 거치구역을 표시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는 건 보긴 보는데 보이는 사물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걷다가 선을 밟거나 작업구역을 침범하는 건 미처 발밑을 살피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자를 지정된 구역에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구역 표시를 한 선에 걸쳐 쌓는 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구역 표시 선이 안보일래야 안보일 수 없는데 굳이 지키지 않는 건 일부러 그런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아 괘씸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일부러'가 아니다.

선을 보기는 보되, 선이라는 인식도 못하고 그 선이 왜 있는지를 사고하지 않는 것이다.

파란 박스는 제조 과정 중인 제품, 빨간 박스는 불량품 담도록 규칙을 정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파란 박스 빈 것이 약간 떨어진 곳에 뻔히 보이게 있는데도, 가까이에 있는 빨간 박스에 제조 과정 중인 제품을 담는다.

규칙 위반임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물건을 담는 작업을 하려는 작업자가 박스를 보고서는, 그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박스'라는 것을 인식하는 정도에서 생각이 멈추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박스를 가져다 담은 것이다.

파란 박스와 빨간 박스의 의미를 생각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색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못한 거다.



세 번째 문제가 가장 골치 아프다.

'눈으로 보고 무엇인지 판별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의 영역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은 엄마가 끈임없이 잔소리를 해도 고치기가 힘들다.

사고 이전에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님에게 파란색을 설명하는 것보다 약간 쉬운 정도다.


답은 너무 뻔하다.
반복적인 훈련과 상벌로 습관화 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해결책을 제시한다기 보다, 현지인들이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단정하고 미워하는 데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전달할 취지로 쓴 글이다.

애초에 상황과 사람,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관리 방법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할 뿐, 대응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