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어메이징 인니 도로 주행] 04. 골목의 주인

명랑쾌활 2017. 10. 6. 10:43

대중교통 시스템이 빈약한 인니도 그 나름의 보완 체계가 있습니다.

큰 도로에 연결되는 작은 도로 입구에는 오젝 Ojek (오토바이 택시) 대기소가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요 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나 앙꼿 Angkot (미니 승합차 버스)을 타고 가다가 내려, 오젝으로 갈아 타고 작은 도로를 들어가는 식이지요.

각 구역마다 이권이 얽혀 있어, 멋모르는 뜨내기가 끼어 들었다가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됩니다.

사진 속 화살표로 표시한 골목은 버까시 Bekasi 북부 공단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버까시 Bekasi 남부의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꽤 중요한 샛길입니다.

자카르타 동부에서 자카르타를 거치지 않고 남부로 직접 이어지는 주요도로와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지요.

(여기저기 길 잘 연결된 한국과 달리 인니는 도로 인프라가 빈약합니다.)

이 정도 통행량의 길이라면 앙꼿 정도는 운행할 만도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지역을 장악한 오젝과의 이권 다툼이 일어나게 될테니까요.

심한 경우, 자기 구역에 들어온 앙꼿을 불태워 버리기도 합니다.


아침 출근 시간대가 가장 번잡한 시간대입니다.

가뜩이나 골목 입구 너비가 좁아 진출입하는 차량들이 꽉 막히는 지점입니다만, 골목 입구에 있는 오젝 대기소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오토바이 세울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갓길에 세우기도 합니다.

화살표로 표시한 사람처럼 오토바이를 세워 버리면, 정체는 서너배 더 심해집니다.


오토바이 앞바퀴가 대기소 기둥 보다 튀어나오지 않게만 세워놨어도 교통은 훨씬 원활해 질 겁니다.

하지만 그럴리 없습니다.

오토바이 세워둔 뒤편에 자기들 앉을 장소가 필요하니까요.


그들은 교통 정체 따위를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여긴 자기들 구역이니, 싫으면 딴 길로 가라 이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