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로서 알려주는 입사응시서류 팁

명랑쾌활 2017. 9. 13. 11:03

일단 공채는 논외로 합니다.

죤만한 중소기업의 인사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적을 뿐입니다.

공채는 응시해 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업무 관점에서 보면 비슷하기 때문에 짐작 정도는 가능합니다.

채용 면접이라는 게 응시자 입장에서는 인생이 걸린 일이라 되게 신중하고 중요한 무슨 절차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인사 담당자 관점에서는 그냥 업무일 뿐이니까요.

쉽게 말해, 응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은 입사 응시서류지만,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런 서류가 몇 천장, 몇 만장인 겁니다.

제 짐작에는 응시서류(앞으로 그냥 통칭해서 이력서라고 하겠습니다)가 많다면, 스펙이나 적성검사 점수 등을 기준으로 정하고 거기 못미치면 아예 읽지도 않고 그냥 떨궈버릴 겁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업무라서 그래요.

회사 업무는 작업량과 효율에 따른 완료 시간이 중요합니다.

기준점수 커트라인이 90점이라면 89점 맞은 응시자에 대한 안타까움 따위는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90점 이상 맞은 응시자만 해도 수두룩하고, 그 와중에서 거르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보내주신 응시자의 정성을 생각해서 모두 다 읽겠다면, 회사원으로서 빵점입니다.

검토하고 정리해서 정해진 시한까지 상부에 보고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그걸 위해서 시한에 맞출 수 있는 업무량만큼 추려내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다 아시는 얘기라고요?

네, 인사담당자가 귀찮거나 비정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중소기업 사무직은 필요해지면 1~2명 뽑는 정도고, 어지간한 중견기업 아니면 이력서도 많아봐야 100장 정도 받습니다.

100장 정도면 충분히 일일이 검토할 수 있어요.

물론 100장 씩이나 되면 전부 다 꼼꼼히 읽지는 않습니다. 꼼꼼히 읽는 비율은 이력서 수에 반비례합니다.

흔히들 인사 담당이라고 하면 하는 일이 사람 뽑는 거 같지만, 그건 전체 인사 업무 중 극히 일부입니다. 자주 있지도 않구요.

이력서 검토 말고도 평상시에 계속 처리해온 인사 관련 업무들은 계속해야 합니다. 어쩌다 한 번 바쁜 업무만 맡기고 월급 줄만큼 회사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력서 검토 업무가 없어도 늘 바쁩니다.

100장의 이력서를 전부 다 꼼꼼히 읽을 정도의 시간은 없다는 얘기죠.

하지만 읽기는 전부 다 읽어요.

우선 대충 훑어 보다가 꼼꼼히 읽어 볼 건 따로 챙기고, 그럴 가치가 없는 건 탈락 시키는 거죠.

그런 작업을 계속 하다보니 이력이 붙더군요.

그런 일을 했던 제 경험을 토대로 몇 자 적어 봅니다.

 

 

이력서의 기본은 일단 맞춤법인데,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니 넘어갑니다. (정작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이 맞춤법을 그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ㅎㅎ)

그 외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건 '불필요한 건 적지 않는다'입니다.

이력서에 필요한 내용은 '어째서 내가 이 회사에 쓸모있는 사람인가'입니다.

그 외 내용은 다 쓸데 없어요.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를 읽는 건 독서가 아니라 업무입니다.

자기 업무에 필요 없는 걸 읽는 건 업무 시간 낭비고요.

한 두 부분 정도면 건너 뛰고 읽긴 하지만, 짜증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자상하지만 엄격한 아버지, 현모양처 어머니 이런 표현은 그냥 쓰잘데기 없는 개소리예요.

자식에게 니 맘대로 막자라라라는 부모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이력서에 그렇게 쓰는 사람 없습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책임감을 가르친다지만, 세상엔 책임감 부족한 성인들이 차고 넘칩니다.

인사 담당자는 응시자의 부모 성격이 어떤지 관심없습니다.

 

신입의 경우에는 사회 경력 쓸 게 없으니 성장배경으로 분량을 채우게 되는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건가 보다~' 하고 의례 그러려니 채워넣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다'에서 끝나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습니다.

인사 담당자의 대답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예요.

'자기소개서 = 자기 소개를 하는 문서'라는 사전적 의미에 빠져, 진정한 목적성을 잊은 겁니다.

자기소개서는 채용받는 걸 목적으로 쓰는 글입니다.

성장배경으로 인해 형성된 나라는 사람과 지원하려는 업무에 대한 유용성을 결부를 시켜야 합니다.

가령 영업에 지원하는데, 꼼꼼한 성격이라면 그게 왜 영업에 좋은가를, 대범한 성격이면 그게 또 왜 영업에 좋은가를 그럴듯하게 이어붙여야 합니다.

말빨 좋다고 다 영업직이고, 과묵하다고 다 관리직 아니예요.

말빨로 관리 업무 잘 하는 사람도 있고, 과묵한데 영업 잘 하는 사람도 있어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니 맘에 드시면 뽑아 주시오'라는 식의 이력서는 인사 담당자도 큰 흥미를 못느낍니다.

설득을 해야죠.

 

경력직이라면 이력서에 구구절절 이상한 거 적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경력직은 경력 기술서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회사 입장에서 경력직은 가르칠 필요 없이 바로 실무 시키려고 뽑는 사람입니다.

신입은 일을 한 적이 없는 넘 데려다 시키는 거라, 가능성을 파악하려고 '뭐라고 아무거나 씨부려봐라' 하고 잡다한 자기소개라도 요구하는 거지만, 경력직은 일 제대로 알고 할 줄 아나만 보이면 됩니다.

자기가 뭔 일 했는지를 적으면 담당부서 관리자가 읽어 보고 일을 정말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다 파악합니다.

그거면 끝이에요.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력서 내용이나 면접에서 어필하면 좋은 요소를 3가지를 뽑아봅니다.

 

 1. 절실함이 보여야 한다.

절실해 보이지 않으면 배가 불렀네~ 팔자 좋나보네~ 하고 안뽑을 수도 있습니다.

우는 애 떡 준다고, 절실함에 마음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응시 자체가 입사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를 보는 겁니다.

뭐 사실 중소기업의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엿같으면 언제라도 회사 때려칠 사람은 뽑지 않는 게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가 그런데, 전 제가 다니는 회사 처우가 안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있을 거 같은 사람 (=그다지 절박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어지간하면 다른 회사 찾아보라는 입장입니다.

 

 2. 상명하복 복종심을 보여야 한다.

엿같지만 할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사장이 원맨으로 끌어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군대식 상명하복 조직입니다.

뭐 중소기업이 아니라도, 원래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사장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조직이 아니지요.

직원 전원이 A를 선택해도, 사장이 B하라고 하면 하는 게 회사입니다.

그래도 대기업에는 시스템이 있으니 그나마 안그렇게 보이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그딴 게 없기 때문에 상명하복, 까라면 까야 하는 상황에 보다 자주 노골적으로 처하게 됩니다.

시스템을 법률에 비유한다면, 대기업은 성문법이 있는 왕조국가고, 중소기업은 불문법 왕조국가인 셈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은 시스템에 따르는 척이라도 하면서 결국 지 멋대로 하지만, 사장 말이 곧 법인 중소기업은 그런 척 할 필요 없이 사장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대놓고 말을 뒤집습니다.

물론 사장(또는 직장 상사)도 "그 땐 상황이 그래서 그랬고, 지금은 이래서 이랬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만, 하급자가 보기엔 그냥 그때 그때 말 바꾸는 거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닙니다.

어쨌든, 그렇게 생겨 먹은 곳이다 보니, 시키는데 토 다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아무리 병신 같은 짓거리라도 군말 없이 시키는대로 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상급자는 '이건 왜 또 이렇게 바뀐 거냐'고 묻는 하급자를 싫어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병신짓이라는 걸 설명해달라고 하면 짜증나는 게 당연합니다.)

 

 3. 성격이 원만하다고 해야 한다. (반드시!!)

회사는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에 불화를 일으키는 걸 극도로 경계합니다.

그래서 매사가 분명하고 신념이 넘친다는 캐릭터를 싫어해요.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으로 이루어진 조직사회 역시 불완전한데, 특히, 회사는 부조리의 극치입니다.

그런 가운데 매사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분란을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일 잘해봐야 주변 사람들과 사이가 안좋아서 다툼이 있는 사람은 배척 받습니다.

윗사람 입장에선 짜증만 날 뿐이예요.

이놈이든 저놈이든 없어도 회사 안망하고, 누구나 다 병신같은 면이 있으니 그냥 저냥 덮고 넘어가자는 거지요.

 

응시자 입장에서는 기분 더러울 겁니다만, 원래 회사는 돈 벌자는 사람들이 모인 속물들의 소굴입니다.

남의 돈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직원을 뽑는 게 아니라 노예를 뽑는 거냐는 생각이 드실만도 한데, 맞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중소기업 사장은 직원을 자신의 부속물로 봐요.

회사에 긴급 상황이 벌어져서 며칠간 철야하게 됐는데, 직원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사장 별로 없어요.

다른 사정 때문에 철야 못하겠다는 직원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는 사장은 거의 없어요.

사장은 직원에게 삶의 최우선에 회사를 두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아 보이는 직원을 미워해요.

오로지 한국의 사장 마인드만 그렇다는 사실이 더 씁쓸하네요.

 

엿같으면 자기가 사장 되어 그렇게 안하시면 될 일이고, 사장 되려면 돈 벌어야 하니, 힘내서 참고 버티셔서 사장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