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가끔 내 맘대로 하는 것도 필요해요.

명랑쾌활 2017. 8. 2. 11:51

인간은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기적인 본성이 있어요.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를 굳이 나쁘게 볼 필요 없어요.

그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를 실감하지만, 결국 타인과 자신은 다른 존재니까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그 본성을 죄악시 하는 것 뿐입니다.


부부 사이에도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 받는 영역이 있으면 부부생활이 더 원만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적 공간이 없으면, 타인과 공존함으로써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쌓여, 타인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이 됩니다.

자기 스트레스(짜증)의 근원이 늘 붙어있는 배우자 때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건데, 사회적 요구에 따라 훈육되고 절제를 강제 받아 인위적으로 주입된 겁니다.

맘대로 한다고 해서, 맘대로 사람 죽이고 훔치라는 거 아닙니다.

그저 홀랑 벗고 양말만 신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자기 공간 정도만 있어도 꽤 많은 부분이 해소됩니다.

그 공간만큼은 침해받지 않으면 됩니다.


스스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으면, 정체성에 회의가 옵니다.

나는 돈 벌어 오는 기계냐, 나는 가족을 위해 살림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노예냐 하는 게 바로 정체성의 회의입니다.

'왜 나는 누군가의 '무엇'으로만 존재를 규정 받을 수 있지?' 라는 원초적인 의문이지요.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주부로서, 남자로서, 아이로서, 지도자로서...

어떤 사회적 역할에 따라 그에 합당한 처신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교육 받은대로) 연기합니다.

그 역시 자기 자신은 맞지만, 거기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는 실체가 희미해지는 걸 느끼는 겁니다.

바로 독립적 객체로서의 이기심이 극도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연예인들에게 강박이나 공황 증세가 빈번한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각자 사생활을 분리하는 게 오히려 더 원만해지는 이유는 균형에 있습니다.
인간은 독립적 객체로서의 이기심과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이타심이 공존합니다.

이타심은 좋은 거고, 이기심은 나쁜 거라는 개념은 사회 유지를 위해 만들어지고 세뇌된 것일 뿐입니다.

어느 한 쪽을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에요.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탈이 나는 거고요.

자연스럽게 만들면 탈이 안납니다.

이기심은 배제해야 할 악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능이며, 이타심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이기심을 충족시킬 기회가 있으면 아주 좋아집니다.


가끔 내 맘대로 하는 것도 필요해요.

끊임없이 억눌려 왔던 이기심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