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적당히 둥글둥글 사는 게 맞는 거 같더군요.

명랑쾌활 2016. 8. 29. 09:59

사람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 이상,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칼로 베듯 딱딱 자르고 살 순 없는 거 같습니다.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했는데, 1만개 중 300개가 부족하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1백개 한 묶음 당 8~11개씩 모자라다는 군요.

1만개 중 300개면 3%입니다.

우리 쪽 작업은 컴퓨터 카운터로 수량을 세기 때문에 작업자 실수로 수량을 잘못 셀 수가 없고,  설령 있더라도 0.5% 이상 모자란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원인은 단 한 가지입니다.

고객사 직원들이 우리 회사 제품을 편취했거나 소홀히 다뤄 버려졌을 겁니다.


물론 고객사측에서도 같은 주장을 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편취를 했을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 쪽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습니다.

첫째, 최근 2개월 간 수백번의 납품 중에 수량 부족 사고는 단 세 건이 있었습니다.

둘째, 그 세 건의 사고 중 두 건은 앞서 컴플레인 한 문제의 고객사였고, 나머지 한 건은 다른 고객사인데 수량이 0.1% 부족한 사고였습니다.


하지만, 그 고객사측 한국인 담당자에게는 따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전달한다 한다면 옳고 그름은 가려질테고, 그에 따라 누군가 다치는 사람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고객사의 현지인 직원들은 우리에게 적개심을 품게 되겠지요.

본인들이 나쁜 짓을 해서 생긴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한국인 담당자 역시 자기 직원들을 윽박질러서 정의를 실현하기 보다는 적당적당 넘어갈 겁니다.

혹여, 고객사 현지인 직원들이 한국인 담당자에게 '당신은 우리 말을 믿느냐, 다른 회사 사람 말을 믿느냐'라고 한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뭐 적당히 넘어가는 수 밖에요.

하는 짓은 같잖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게 사람 사이 벌어지는 일, 즉 인간(人間)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