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귀신에 대한 현지인의 믿음에 대한 외국인 관리자의 바람직한 태도

명랑쾌활 2014. 5. 26. 13:09

1. 어느 생산직 직원이 4일을 나오지 않아 집에 갔다.

그 직원은 회사에 나가지 않은지 두달이 넘었다고 했다.

귀신의 소행이라고 직원들이 동요했다.

문제는, 좀 배웠다는 총무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니에 귀신이 있을까 없을까.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게 가장 합리적인 대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만큼 비과학적인 태도는 없기 때문이다.

인니인들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반신반의가 아니라, 말 그대로 '믿는다'.

 

회사 관리의 측면에서, 굳이 귀신 없다고 계몽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

회사 관리라는 목적성을 잊지 말자.

중요한건, 귀신의 존재 유무에 대한 믿음이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영향을 주지만 않으면 된다.

 

현지인과 귀신에 대한 대화할 경우, 그럴수도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게 중요하다.

강한 부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있다와 없다를 증명할 수 없는 주제들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따라서, 이미 믿고 있는 상대에게 무조건 없다는 비논리적 부정은 소용이 없다.

그리고 소통은 상대방이 믿는걸 부정하지 않는데서 시작한다.

(귀신의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종교적 신념이 있다면야 뭐 어쩔 수 없겠다.)

 

 

2. 총무는 그럼 그동안 두달여를 버젓이 회사를 다녔던 존재는 뭐냐고 묻는다.

다른 사람이 그 직원으로 가장하고 다녔을게 뻔하지만 그냥 말해봐야 소용없다.

정말 두달 전에 그만 뒀든, 나흘 전부터 안나왔든, 중요한건 그 존재가 지금 없다면 내 추측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달간 월급을 받아 갔는지 경리 기록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경리 기록은 분명히 존재한다.

확인해 봐서 월급을 받아갔다면 귀신이 아니지 않겠느냐, 돈 필요해서 대낮에 나와서 공장에서 일하는 귀신이라는게 우습지 않냐고 했더니 수긍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경리에 확인해 보니 월급 받아갔다.

좀 배웠다는 총무는 그래도 아쉬운지, 다른 사람이 가장하고 다닌거라면 월급 수령 싸인이 왜 똑같냐고 묻는다.

아무 말 없이 내 싸인을 끄적여 내밀며 총무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 중,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이 싸인 흉내 못내는 직원이 있을까?"

 

상황 정리 끗~

직원들은 더이상 동요하지 않고 일 하고 있다.